— 대법원 2025. 2. 20. 선고 2022다282746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주주였던 소외인으로부터 피고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예약을 체결하였다.
매매예약에 따르면 소외인은 매매예정 주식 수에 해당하는 주권을 원고에게 예치하고, 원고는 매매대금 상당액을 소외인에게 예치하기로 하였다. 피고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가 일정 수에 도달하거나 피고가 기업공개 전에 더 이상 유상증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원고에게 통지하면 매매예약이 완결되어 주식매매의 효력이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였다.
다만 매매예약이 완결되기 전까지는 원고가 예치받은 주식에 관한 의결권·배당권 등 일체의 권리가 소외인에게 있고, 원고는 소외인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매매예약에 따라 주식을 이전받았고, 피고 회사의 명의개서대리인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작성·비치한 실질주주명부에는 피고 회사 주식 10만 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되어 있었다. 당시 실질주주명부에는 원고 외에도 1,500명이 넘는 사람이 주주로 등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 회사가 별도로 직접 작성·관리하였다고 주장한 주주명부에는 소외인을 포함한 10명만 주주로 기재되어 있었고, 소외인이 발행주식의 약 89.91%를 보유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피고 회사는 2020. 3. 7. 차용금 채무와의 상계를 목적으로 30만 주를,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396만 주를 발행하여 합계 426만 주의 신주를 발행하였다. 피고는 자신이 별도로 작성한 주주명부상 10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을 전제로 신주발행 절차를 진행하였고, 원고를 비롯한 실질주주명부상 주주 대부분에게는 신주발행에 관한 통지나 공고를 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자신의 신주인수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매매예약이 아직 완결되지 않았고, 그 전까지 원고 명의 주식의 의결권·배당권 등 주주권이 소외인에게 귀속된다는 약정이 있었던 점을 중시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신주발행에 관한 통지나 공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원고의 신주인수권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
가.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주주명부상 주주이다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된 사람은 명의개서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회사는 주주명부상 주주 이외에 실제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약정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주주명부상 주주에게 주주권을 행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주주명부의 자격수여적 효력에 기초한 것이다. 회사가 개별 주식의 실질적 권리관계나 주주 사이의 내부 약정을 일일이 조사하지 않고도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주주를 확정하여 회사법률관계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나. 실질주주명부는 주주명부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된 주식의 경우에는 명의개서대리인이 작성·비치하는 실질주주명부의 기재가 상법상 주주명부의 기재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예탁주식에 대해서는 실질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된 사람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주체가 된다.
피고 회사가 실질주주명부와 별도로 직접 작성한 명부에 일부 주주만을 기재하였더라도, 그 명부가 실질주주명부를 대신하여 주주권 행사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다. 신주발행 절차도 주주명부 또는 실질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진행해야 한다
회사가 상법 제418조에 따라 신주를 발행할 때 주주에 대한 통지·공고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하였는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였는지는 주주명부상 주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탁결제원에 예탁된 주식이라면 그 판단 기준은 실질주주명부상 주주이다. 따라서 회사는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하고, 법률상 요구되는 통지나 공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라. 주주 사이의 내부 약정과 회사법상 주주권 행사의 주체는 구별된다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서 매매예약 완결 전까지 소외인이 의결권·배당권 등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약정하였더라도, 이는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개인법적·내부적 법률관계에 해당한다.
그러한 약정에 따라 원고가 주주권을 행사하기 전에 소외인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그 의사에 따라야 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내부 약정으로 인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실질주주명부상 주주인 원고의 지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다음 두 관계는 명확히 구별된다.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내부관계: 매매예약에 따라 누가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고 실제 주주권 행사 의사를 결정할 것인지의 문제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외부관계: 회사가 누구를 주주로 취급하여 신주인수권과 통지·공고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지의 문제
대법원은 내부관계상의 주주권 행사 약정이 회사법상 주주 확정 기준인 실질주주명부의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구체적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신주발행 당시 원고는 실질주주명부에 피고 회사 주식 10만 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되어 있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하고, 신주발행에 필요한 통지 또는 공고 절차를 이행했어야 한다.
이는 실질주주명부에 등재된 나머지 1,500명 이상의 주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럼에도 피고는 자신이 별도로 작성한 명부상 10명만을 주주로 파악하고 그들의 동의를 전제로 신주발행 절차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실질주주명부상 주주 대부분이 신주발행 절차에서 배제되었다.
대법원은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내부 약정만을 근거로 원고의 신주인수권 침해를 부정한 원심판결에는 신주인수권의 행사 주체와 신주발행 무효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5. 신주발행이 곧바로 무효라고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
이 판결은 문제 된 신주발행을 곧바로 무효라고 확정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환송심에서 다음 사항을 추가로 심리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첫째, 이 사건 신주발행이 기존 주주에게 배정하는 주주배정 방식인지, 특정 제3자에게 배정하는 제3자배정 방식인지 확정해야 한다.
둘째, 신주발행 방식에 따라 요구되는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심리해야 한다.
셋째, 실질주주명부상 주주에 대한 통지·공고의 누락이나 신주인수권 침해가 신주발행을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인지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이 판결의 직접적인 결론은 “실질주주명부상 주주를 배제한 신주발행은 당연히 무효”라는 것이 아니라, “신주발행 절차의 적법성과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침해 여부는 실질주주명부상 주주를 기준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데 있다.
6. 판결의 법리적 의미
이 판결은 주식의 경제적 귀속이나 주주권 행사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내부 약정과, 회사가 주주로 취급해야 할 사람을 확정하는 회사법상 기준을 엄격히 구별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식매매예약, 주식담보, 명의신탁 또는 의결권 행사 약정 등에 따라 실질적인 경제적 이해관계인이나 의사결정자가 주주명부상 주주와 다르더라도, 회사는 원칙적으로 주주명부 또는 실질주주명부상 주주를 기준으로 주주권 행사와 신주발행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회사가 임의로 작성한 별도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일부 주주만의 동의를 받아 신주를 발행하고, 적법한 실질주주명부상 다수 주주를 절차에서 배제한 경우에는 단순한 내부 행정상의 착오를 넘어 신주인수권 침해 및 신주발행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주식에 관한 경제적 이해관계나 주주권 행사 권한이 당사자 사이의 내부 약정에 따라 제3자에게 귀속되어 있더라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주주명부 또는 실질주주명부상 주주가 주주권 행사의 주체가 된다. 따라서 신주발행에 관한 통지·공고의 이행 및 신주인수권 침해 여부도 실질주주명부상 주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_2022다282746 (1).pdf
예탁결제원에 예탁된 주식의 실질주주명부상 주주를 배제한 신주발행의 효력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