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를 이용한 동업관계의 법적 성격과 탈퇴정산
—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다302022 판결
1. 사건의 개요
원고와 피고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이 토지를 매수하여 아파트 개발사업을 시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주식회사인 개발회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다. 개발회사는 원고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로부터 사업부지를 매수한 후 그 소유권을 취득하고,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공동주택을 건설하였다.
개발회사의 주주명부에는 피고가 40%, 제3자들이 각각 20%와 40%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는 개발회사의 주식을 인수하지 않았고 명의신탁에 따른 실질주주로도 인정되지 않았다.
원고는 자신과 피고가 토지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시행하기로 한 민법상 조합관계에 있었고, 소장 송달로 조합에서 탈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개발회사의 순자산가치 중 자신의 손익분배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산금으로 청구하였다.
원심은 개발회사의 전체 재산이 원고와 피고의 조합재산이라고 보아 피고에게 정산금 지급의무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개발회사의 재산을 원고와 피고 사이의 조합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주식회사를 설립·운영하기로 한 동업약정의 법적 성격
당사자들이 자금을 출자하여 공동으로 주식회사를 설립·운영하고 비용부담과 이익분배를 지분 비율에 따라 하기로 약정한 경우, 이를 곧바로 민법상 조합계약으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 이러한 약정을 원칙적으로 다음 두 가지 성격이 혼합된 계약으로 보았다.
주식회사 주식의 취득 또는 매매에 관한 계약
주주 사이의 공동경영 및 이익분배에 관한 계약
당사자들이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공동사업을 하기로 한 것은 사업을 회사 명의로 운영하고, 대내외적 법률관계를 주식회사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주주로 참여하여 실제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회사의 실체까지 갖추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민법상 조합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
3. 주식회사의 법인격과 회사재산의 독립성
주식회사가 설립되어 실체를 갖추면 회사는 주주나 동업약정 당사자와 구별되는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다.
회사가 취득한 토지, 건물, 사업수익 및 기타 자산은 회사 소유의 재산이다. 회사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동업자들이 부담하였거나 회사의 사업이 동업약정에서 예정된 사업과 동일하더라도 회사재산이 당연히 동업자들의 공동재산 또는 조합재산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주주는 회사재산에 대하여 직접적인 지분권을 가지지 않는다. 주주가 가지는 것은 회사에 대한 주주권일 뿐이고, 회사의 개별 재산을 직접 소유하거나 회사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다음 세 가지 재산은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주주 개인의 재산
주주가 보유한 회사의 주식
주식회사가 소유한 토지·건물·사업수익 등 회사재산
4. 주주 전원이 동업약정 당사자인 경우의 정산
동업약정 당사자들이 모두 자금을 출자하여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고 주주가 된 경우, 이들의 공동사업은 원칙적으로 주식회사라는 법적 형식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 경우 동업자 일방이 동업관계에서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민법상 조합 탈퇴를 근거로 회사 순자산의 일부를 직접 정산받을 수 없다.
주식회사의 재산은 다음과 같은 상법상 절차를 거쳐야 주주에게 분배될 수 있다.
적법한 이익배당
주식의 양도
자기주식 취득 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자본금 감소
회사의 해산과 청산
청산절차 종료 후 잔여재산 분배
회사가 존속하는 동안 특정 주주가 동업관계에서 탈퇴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재산 중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접 지급받는 것은 회사재산과 주주재산을 혼동하는 결과가 된다.
5. 회사의 청산 없이 잔여재산을 분배받을 수 없다
동업약정에 따라 주식회사가 설립되고 실제 사업을 수행하였다면, 회사의 잔여재산은 상법상 해산·청산절차를 거쳐야만 주주에게 분배될 수 있다.
일방 당사자가 내부적인 동업관계에서 탈퇴하였다고 주장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동업관계 탈퇴가 곧 회사의 해산이나 주주 지위의 상실을 의미하지 않으며, 회사의 순자산을 탈퇴 동업자에게 직접 분배할 수도 없다.
즉, 주식회사를 공동사업의 법적 형식으로 선택한 당사자는 회사제도가 제공하는 유한책임과 법인격의 이익을 누리는 대신, 회사재산의 귀속과 분배에서도 상법상 절차를 따라야 한다.
6. 일부 동업자가 주주가 되지 않은 경우
이 판결이 특별히 밝힌 핵심 법리는 동업약정 당사자 중 일부만 회사의 주주가 되고 나머지는 주주가 되지 않은 경우의 처리이다.
공동사업이 회사 명의로 운영되고 그 대내외적 관계에 주식회사법이 적용되려면 동업약정 당사자들이 출자한 자금으로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여 주주가 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부 당사자만 주식을 취득하고 다른 당사자는 주식을 전혀 취득하지 않았다면, 모든 동업약정 당사자가 공동으로 그 주식회사를 설립·운영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
주주가 아닌 동업자의 자금이 회사에 투입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동업자가 회사의 주주가 되거나 회사재산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도 아니다.
7. 주주가 아닌 동업자가 자금을 투자한 경우의 법률관계
주주가 아닌 사람이 회사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였더라도 그 법적 성격은 구체적인 약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가능한 법률관계는 다음과 같다.
회사에 대한 금전대여
특정 사업에 대한 투자계약
피고 개인에 대한 출자 또는 대여
피고와의 별도 민법상 조합계약
주식취득을 목적으로 한 출자계약
주식양도 또는 명의신탁 약정
사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지급받기로 한 이익분배계약
토지 매매대금 또는 채무인수와 관련된 별도 정산약정
따라서 법원은 단순히 돈이 회사 사업에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조합출자금으로 단정할 수 없다. 당사자의 의사, 자금의 지급 경위, 회계처리, 주식취득 약정, 이익분배 방식, 손실부담 약정 등을 종합하여 법률관계를 확정해야 한다.
8. 별도의 민법상 조합은 성립할 수 있지만 회사재산은 조합재산이 아니다
원고가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 회사와 구별되는 별도의 민법상 조합관계가 성립할 가능성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별도의 조합관계가 인정되더라도 조합재산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다음 재산이 당연히 조합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가 보유한 회사 주식
제3자 명의로 된 회사 주식
회사가 소유한 사업부지
회사가 건설한 건물
회사 명의의 예금과 사업수익
회사의 총체적인 순자산
회사재산은 회사라는 별개의 법인에 귀속되고, 회사 주식은 그 주식을 실제로 취득한 주주에게 귀속된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조합계약만으로 회사 또는 제3자의 재산이 조합재산으로 편입될 수는 없다.
따라서 별도의 민법상 조합이 성립하였다면 조합재산은 원고와 피고가 조합에 직접 출자한 금전, 공동명의로 취득한 재산, 피고가 조합을 위하여 보유하기로 약정한 권리 등으로 한정하여 확정해야 한다.
9. 원심판단의 모순
원심은 다음 두 가지를 동시에 인정하였다.
첫째, 개발회사의 주식 전부는 실질적으로 피고가 보유하고 있고 원고는 회사 주식에 아무런 권리가 없다.
둘째, 개발회사의 전체 재산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조합재산이다.
대법원은 이 두 판단이 서로 양립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원고가 회사 주식에 관한 권리를 전혀 보유하지 않는다면, 원고와 피고가 회사 주식을 공동으로 보유하거나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운영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회사 소유 재산은 주식의 소유관계와도 구별되는 회사 고유재산이므로, 이를 곧바로 원고와 피고의 조합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원심은 피고가 보유한 회사 주식을 원고와 피고가 합유한다는 전제를 사실상 취하면서도, 다른 부분에서는 원고가 주식에 관한 권리를 전혀 보유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셈이어서 판결 이유에 모순이 있었다.
10. 환송심에서 심리해야 할 사항
대법원은 환송심에서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보았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약정의 정확한 법적 성격
민법상 조합계약이 실제로 성립했는지
조합계약이 성립했다면 그 목적과 구체적 내용
원고와 피고가 부담하기로 한 출자의 내용
비용부담과 손익분배 비율
개발회사 주식과 조합관계의 연관성
회사재산 이외에 별도로 존재하는 조합재산의 범위
원고가 동업관계에서 적법하게 탈퇴했는지
탈퇴가 인정될 경우 정산 또는 지분환급의 대상과 방법
원고가 지급한 자금에 관하여 대여금·투자금반환 등 다른 청구권이 성립하는지
따라서 대법원이 원고의 모든 정산청구 가능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개발회사의 전체 순자산을 조합재산으로 보아 그 일부를 피고에게 직접 청구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취지이다.
11.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은 동업자들이 주식회사를 이용하여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회사관계와 동업관계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업자들이 자금을 출자하여 주식회사를 설립·운영하고 주주가 되기로 한 약정은 원칙적으로 민법상 조합계약이 아니라 주식취득과 공동경영·이익분배에 관한 혼합계약이다.
둘째, 동업약정에 따라 주식회사가 설립되어 실체를 갖추면 회사의 재산은 회사에 귀속되고, 동업자나 주주의 공동재산이 되지 않는다.
셋째, 주주는 회사의 청산절차 없이 회사 순자산의 일부를 직접 분배받을 수 없으며, 동업관계 탈퇴를 이유로 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넷째, 동업약정 당사자 중 일부가 회사 주식을 취득하지 않았다면 그 당사자를 포함한 모두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운영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섯째, 주주가 아닌 동업자의 자금이 회사에 투입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주식이나 회사재산이 동업자들의 조합재산이 되지는 않는다.
여섯째, 회사와 별도로 민법상 조합관계가 인정될 수는 있으나, 그 경우에도 조합재산을 회사재산과 구별하여 구체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결국 이 판결은 “동업자가 사업자금을 부담하였다”는 경제적 실질만으로 회사의 독립된 법인격과 재산귀속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업자가 주주가 되지 못한 경우에는 회사재산에 대한 직접적인 정산청구보다 주식취득약정, 투자금반환, 대여금, 이익분배약정 또는 별도 조합재산에 기초한 청구를 검토해야 한다.
주식회사를 이용한 동업관계의 법적 성격과 탈퇴정산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