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 4. 7. 선고 2015나4353, 2015나4360 판결
관련 판례
-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42630 판결 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에서 도급계약이 해제된 경우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계약이 실효되고, 도급인은 완성된 부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25080 판결 미완성 건물의 기성공사대금은 원칙적으로 약정 총공사비에 기성고 비율을 적용하여 산정한다.
-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8834 판결 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의 존재를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채권양도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고, 악의·중과실은 특약으로 대항하려는 채무자가 증명해야 한다.
-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118020 판결 악의의 양수인으로부터 다시 채권을 양수한 선의의 전득자도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의 선의의 제3자로 보호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05조 — 임의규정과 당사자의 의사
- 민법 제543조 — 계약 해제권의 행사
- 민법 제548조 제1항 — 해제의 효과와 원상회복
- 민법 제664조 — 도급의 의의
- 민법 제449조 — 채권의 양도성과 양도금지특약
- 민법 제451조 제2항 — 채무자가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
- 민사소송법 제288조 — 불요증사실과 증명책임
-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1. 3. 29. 법률 제10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 발주자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사실관계
1. 농산물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 도급계약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엘드건설 및 진성산업과 농협 광주 농산물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2009년 5월 27일 도급계약 체결
- 총공사대금 24,900,000,000원
- 엘드건설이 담당한 건축공사대금 23,245,600,000원
- 2009년 6월 1일 착공
- 2010년 11월 30일 준공 예정
- 엘드건설은 건축공사 담당
- 진성산업은 소방공사 담당
2. 공사대금채권 양도금지특약
도급계약의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5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 계약상대자는 공사 이행을 위한 목적 이외의 목적으로 공사대금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
- 채권을 양도하려면 미리 연대보증인 또는 공사이행보증기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 발주자인 농협의 서면승인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엘드건설이 농협에 대해 취득하는 공사대금채권에는 명시적인 양도금지특약이 존재하였다.
3. 엘드건설의 대출과 공사대금채권 양도
신용보증기금은 엘드건설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농협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채무를 보증하였다.
- 2009년 6월 18일 대출금 3,150,000,000원에 관한 신용보증
- 보증금액 2,992,500,000원
- 보증기한 2010년 6월 17일
신용보증기금은 엘드건설이 대출금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을 농협은행에 양도하고, 발주자인 농협으로부터 확정일자 있는 승낙을 받도록 하는 특약을 두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공사대금채권이 양도되었다.
- 2009년 7월 7일 엘드건설이 농협은행에 공사대금채권 중 3,150,000,000원을 양도
- 같은 날 발주자인 농협이 위 채권양도를 승낙
이 채권양도는 공사 수행에 필요한 대출금의 담보를 위한 것이고 발주자의 승낙도 받았으므로 도급계약상 양도금지특약에 반하지 않았다.
4. 엘드건설의 부도와 도급계약 해제
엘드건설은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처리되었다.
사건의 주요 진행 경과는 다음과 같다.
- 2010년 10월 21일 엘드건설 부도 및 공사 중단
- 2010년 11월 25일 농협이 엘드건설에 도급계약 해제 의사표시
- 2010년 11월 29일 해제 의사표시가 엘드건설에 도달
- 2010년 11월 30일 신용보증기금이 농협은행에 대출원리금 3,025,749,621원 대위변제
- 같은 날 농협은행이 신용보증기금에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고 농협에 통지
- 2010년 12월 7일 농협이 미지급 타절 기성금액을 1,230,340,000원으로 통보
- 2010년 12월 10일 엘드건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 2012년 4월 19일 회생계획 인가
- 2017년 3월 17일 회생절차 폐지 확정과 동시에 파산선고
5. 하수급업체들의 직접지급청구
엘드건설의 부도 전후로 하수급업체들은 농협에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하였다.
- 2010년 11월 2일 신일이 1,709,970,000원 직접지급청구
- 2010년 11월 2일 선이앤씨가 1,571,145,600원 직접지급청구
- 2010년 11월 4일 성우이앤씨가 75,800,000원 직접지급청구
- 2011년 1월 26일 영창개발이 118,800,000원 직접지급청구
그러나 이들 하수급업체는 엘드건설의 회생절차에서 해당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 등을 근거로 하수급업체들이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에 따른 권리를 묵시적으로 포기했다고 판단하였다.
6.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추가 채권양도
엘드건설은 별도로 다음과 같이 공사대금채권 일부를 다른 업체들에 양도하였다.
- 2010년 10월 15일 현대개발에 90,876,280원 양도
- 2010년 10월 22일 아이디에프이앤씨에 499,230,000원 양도
그러나 이들 채권양도는 농협의 사전승인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도급계약의 양도금지특약에 위반하였다.
채권양수인들이 양도금지특약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특약의 존재를 확인하지 않은 데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핵심쟁점
- 공사도급계약이 중도 해제된 경우 도급인이 지급할 기성공사대금의 산정 방법
- 기성고 비율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산정해야 하는지
- 기시공 부분의 실제 공사비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 감리업무일지상 공정률을 적용할 수 있는지
-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원칙적으로 무효인지
- 양수인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누가 주장·증명해야 하는지
- 회생절차 개시 후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공사대금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는지
법리 1: 중도 해제된 공사의 기성대금
1.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계약 실효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된 후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으로 도급계약이 해제되었더라도 다음 요건이 인정되면 계약 전부가 소급적으로 소멸하지 않는다.
-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
- 이미 완성된 공사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될 것
이 경우 도급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된다.
- 수급인은 공사를 중단한 상태 그대로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한다.
- 도급인은 인도받은 미완성 건물의 완성 부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한다.
2. 기성공사대금 산정 방법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기성공사대금은 수급인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그대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산정하지 않는다.
원칙적인 산식은 다음과 같다.
- 기성공사대금 = 약정 총공사비 × 기성고 비율
기성고 비율은 다음과 같이 산정한다.
- 기성고 비율 = 기시공 부분에 들어간 공사비 ÷ 기시공 부분 공사비와 미시공 부분 완성공사비의 합계
그 기준 시점은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 시점, 즉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한 때이다.
다만 기성고 산정에 관한 별도 특약이 있거나 원칙적 방식에 따라 계산하기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다른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3. 이 사건의 기성공사대금
원심은 기시공 부분에 실제로 들어간 공사비를 정확히 산출하기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감리단이 계속적으로 작성한 감리업무일지의 공정률을 적용하였다.
- 제5회 기성고 비율 13.59%
- 전체 공사대금 기준 제5회 기성공사대금 3,383,910,000원
- 그중 엘드건설의 건축공사 부분 2,818,458,639원
대법원은 감리업무일지의 작성 경위와 신빙성 등을 고려하면 이를 기성고 산정의 근거로 삼은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법리 2: 양도금지특약 위반 채권양도의 효력
1. 다수의견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기존 판례에 따라 양도금지특약의 물권적 효력을 인정하였다.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양도성을 상실한다. 따라서 특약을 위반하여 채권이 양도된 경우 다음과 같이 처리된다.
- 양수인이 특약을 알았다면 채권양도는 무효이다.
- 양수인이 중대한 과실로 특약을 알지 못한 경우에도 채권양도는 무효이다.
- 양수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특약을 알지 못한 선의의 제3자라면 채권양도는 유효하다.
- 채무자는 선의·무중과실인 양수인에게 양도금지특약을 이유로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없다.
2. 악의·중과실의 증명책임
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을 알고 있었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 특약을 근거로 채권양도의 효력을 부정하려는 채무자가 주장·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양수인이 먼저 자신이 선의이고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이 사건 채권양수인들에 대한 판단
엘드건설이 현대개발과 아이디에프이앤씨에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한 것은 농협의 승인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양도금지특약에 위반하였다.
원심의 이유 중 양수인들이 특약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한 부분은 증명책임을 잘못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거래 경위 등에 비추어 채권양수인들이 양도금지특약을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원심의 최종 판단은 정당하였다.
따라서 해당 채권양도에는 채권 이전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반대의견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은 양도금지특약에 채권적 효력만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반대의견의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다.
- 양도금지특약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계약이므로 원칙적으로 당사자만을 구속한다.
- 특약을 위반한 채권자는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면 충분하다.
- 채권자와 양수인 사이의 채권양도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 양도금지특약으로 채권의 양도성을 대세적으로 박탈하려면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 채권의 재산성과 자금조달 기능을 고려하면 채권양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민법 제449조 제2항의 문언과 기존 판례 및 계약자유의 원칙을 근거로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기존 법리를 유지하였다.
법리 3: 회생절차 개시 후 보증인의 상계
건설공제조합은 엘드건설의 계약보증인이었다.
농협은 건설공제조합에 계약보증금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엘드건설은 농협에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건설공제조합은 엘드건설의 공사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농협의 계약보증금채권과 상계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주채무자인 엘드건설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보증인은 주채무자가 가진 채권을 이용한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은 건설공제조합의 상계를 허용하지 않은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은 농협이 엘드건설 측에 지급해야 할 최종 공사대금 잔액을 다음과 같이 산정하였다.
- 청구원인상 인정된 공사대금 3,526,506,279원
-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액 734,901,115원 공제
- 최종 미지급 공사대금 2,791,605,164원
이에 따라 농협에 다음 금액의 지급을 명하였다.
- 원금 2,791,605,164원
- 그중 1,673,511,976원에 대한 판결상 지연손해금
- 그중 1,118,093,188원에 대한 2010년 11월 30일부터의 지연손해금
대법원의 결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심판단을 모두 정당하다고 보았다.
- 감리업무일지상 공정률을 기초로 한 기성공사대금 산정
- 회생절차 개시 후 계약보증인의 상계 부정
- 하수급업체들의 직접지급청구권에 대한 묵시적 포기 인정
-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부정
- 채권양수인들의 중과실 인정
대법원은 농협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첫째, 중도 해제된 건축공사의 기성대금은 수급인이 실제 지출한 비용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약정 총공사비와 기성고 비율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둘째,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였다. 다만 양수인의 악의 또는 중과실은 양도금지특약으로 대항하려는 채무자가 주장·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