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분식회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주의의무와 투자자 손해배상책임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2146 판결

1. 판결의 핵심 쟁점

상장회사가 공사진행률과 공사예정원가 등을 조작하여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외부감사인이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적정의견을 기재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경우 외부감사인이 증권투자자의 손실을 배상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대표이사 책임과 구별하여 외부감사인에 관한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외부감사인의 감사상 주의의무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외부감사인은 피감사회사가 제출한 자료와 경영진의 설명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부정이나 오류를 의심할 징후가 있으면 어느 정도의 추가 감사절차를 수행해야 하는가.
피감사회사의 업종과 경영상황에 따라 감사절차가 강화되어야 하는가.
외부감사인의 부실감사와 투자자의 주가 하락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누가 증명하는가.
분식회계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
주식뿐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의 가치 하락도 배상대상이 되는가.
법정 손해액이 인정되더라도 외부감사인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가.

대법원은 외부감사인이 피감사회사의 업종과 회계처리 구조상 부정이나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사항에 관하여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통상적인 수준보다 엄격한 감사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 사안의 개요

STX조선해양은 선박건조계약의 총공사예정원가와 호선별 발생원가 등을 부적절하게 산정하여 공사진행률과 영업실적을 왜곡하였다.

조선업의 선박건조계약은 장기간 진행되므로 총공사예정원가와 실제 발생원가를 기초로 공사진행률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매출과 손익을 인식한다. 따라서 총공사예정원가를 낮추거나 발생원가를 특정 선박 사이에서 부당하게 조정하면 매출과 이익을 과대계상할 수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STX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으로서 문제된 재무제표를 감사하고 적정의견을 기재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주가와 신주인수권증권의 가치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대표이사와 외부감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외부감사인이 의심스러운 사정이 존재했음에도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추가 감사절차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외부감사인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

외부감사는 단순히 회사와 회계법인 사이의 사적인 용역계약에 그치지 않는다.

감사보고서는 주주, 채권자 및 투자자가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상장회사의 투자자는 회사 내부의 회계자료에 직접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독립된 외부감사인이 표명한 감사의견을 신뢰하여 투자판단을 한다.

외부감사인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가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 검증한다.
재무제표에 중요한 왜곡표시가 존재하는지 확인한다.
경영진이 제공한 자료의 신뢰성을 독립적으로 검토한다.
분식회계나 중대한 오류의 징후를 발견하면 추가 절차를 수행한다.
충분한 감사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감사의견을 제한하거나 적정의견을 거절한다.
자본시장의 정보비대칭을 완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

따라서 외부감사인은 피감사회사의 설명을 수동적으로 확인하는 자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자이다.

4. 회계감사기준은 주의의무 판단의 주요 기준이다

대법원은 외부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회계감사기준이 주요한 기준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외부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회계감사기준은 다음 사항을 구체화한다.

감사계획의 수립
중요왜곡표시 위험의 평가
감사증거의 수집
경영진 진술의 검증
부정과 오류의 식별
표본과 분석적 절차
외부조회와 실증절차
감사의견의 형성
감사조서의 작성과 보존

회계감사기준을 준수했는지는 외부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을 판단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다만 감사기준의 형식적인 절차를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감사인의 궁극적인 의무는 재무제표에 중요한 왜곡표시가 있는지를 합리적으로 확인하고 그에 맞는 적정한 감사의견을 제시하는 데 있다.

5. 외부감사인은 전문가적 의구심을 유지해야 한다

대법원은 감사인이 재무제표가 부정이나 오류에 의해 중요하게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감사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전문가적 의구심’이라고 한다.

전문가적 의구심은 경영진이 허위자료를 제출할 것이라고 무조건 의심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제공된 자료와 설명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서로 모순되는 정황이나 비정상적인 수치가 있으면 추가 검증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외부감사인은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 의구심을 높여야 한다.

회사의 실적이 업황과 현저히 다르다.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계속 대규모 이익을 보고한다.
추정치가 전기와 비교하여 특별한 이유 없이 크게 변경된다.
총공사예정원가가 반복적으로 낮게 산정된다.
특정 사업이나 계약 사이에서 원가가 비정상적으로 이동한다.
경영진이 목표이익 달성에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회사의 유동성과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감사자료가 지연되거나 불완전하게 제출된다.
회계자료와 현장자료 또는 계약자료가 일치하지 않는다.
경영진의 설명이 구체적인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러한 위험징후를 발견하고도 기존 감사절차를 그대로 반복하면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

6. 경영진의 설명과 회사 제출자료를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외부감사인은 피감사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와 제공한 자료를 기초로 감사를 수행하지만, 이를 신중한 확인 없이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다.

감사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를 시사하는 정황이 발견되면 감사인은 다음과 같은 독립적인 확인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원시자료와 회계장부의 대조
계약서와 발주서 확인
거래상대방에 대한 외부조회
현장실사
원가산정 근거의 재계산
경영진 추정치의 합리성 검토
전기 및 동종업계 수치와의 비교
비정상적인 거래와 분개의 실증검사
담당자와 경영진 진술의 교차검증
필요한 경우 전문가 활용

경영진이 “자료가 정확하다”거나 “회계추정이 합리적이다”라고 설명했다는 사실은 감사증거를 대체하지 못한다.

특히 경영진이 실적을 부풀릴 경제적 유인을 가진 상황에서는 경영진 진술의 신뢰성을 더욱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7. 고위험 업종과 회계항목에는 강화된 감사절차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회계업무의 특성, 피감사회사가 속한 업종 및 당시의 경영상황상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라면 감사절차를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모든 회사와 모든 회계항목에 동일한 수준의 감사절차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감사인은 회사의 사업모델과 회계처리 구조를 이해한 뒤 위험이 집중된 영역에 더 강한 감사절차를 적용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조선업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회계부정 위험이 높았다.

선박건조계약이 장기간 진행된다.
총공사예정원가가 미래 예측과 경영진 판단에 크게 의존한다.
공사진행률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달라진다.
선박별 발생원가의 배분에 상당한 재량이 개입될 수 있다.
원가가 조금만 변경되어도 영업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업황 악화 시 손실을 늦게 인식할 유인이 발생한다.
금융기관과 투자자에게 양호한 재무상태를 보여줄 필요성이 크다.

따라서 총공사예정원가와 선박별 발생원가 집계는 핵심 감사사항으로 취급했어야 한다.

8. STX조선해양 감사에서 요구된 추가 절차

법원은 총공사예정원가 추정과 호선별 발생원가 집계에 부정이나 오류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외부감사인은 최소한 다음 사항을 더 엄격하게 확인했어야 한다.

선박별 총공사예정원가의 산정근거
예정원가 변경의 사유와 승인절차
실제 발생원가와 예정원가의 차이
특정 선박 사이의 원가 대체·전가 여부
원가집계시스템의 신뢰성
공정률과 실제 공사진행 상황의 일치 여부
손실 예상 계약에 대한 충당부채 인식 여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설계변경의 원가 반영
유사 선박 및 과거 건조실적과의 비교
회사 내부자료와 외부자료의 일치 여부

외부감사인이 이러한 고위험 항목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적정의견을 표명해서는 안 된다.

9. 감사인은 감사절차를 수행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그 적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구 외부감사법상 감사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면 자신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했다.

따라서 투자자가 감사인의 구체적인 과실을 모두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감사인이 적절한 감사를 수행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구조가 적용되었다.

감사인이 면책을 주장하려면 다음 사항을 감사조서 등 객관적 자료로 제시해야 한다.

주요 위험을 정확하게 식별하였다.
위험평가에 맞는 감사계획을 수립하였다.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였다.
의심스러운 정황에 대해 추가 감사절차를 수행하였다.
경영진의 진술을 독립적인 자료로 검증하였다.
발견된 왜곡표시를 경영진과 감사위원회에 보고하였다.
수정 여부를 확인하고 감사의견에 적절히 반영하였다.
감사기준에 따라 감사조서를 충실하게 작성하였다.

감사조서에 관련 검토와 판단의 근거가 남아 있지 않으면 사후적으로 “충분히 검토했다”는 진술만으로는 면책받기 어렵다.

10.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와 투자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외부감사인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부실한 감사보고서와 투자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가 다음 사항을 모두 구체적으로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감사보고서를 실제로 읽고 신뢰했는지
감사보고서가 주가를 어느 정도 상승시켰는지
분식회계 공표가 주가를 어느 정도 하락시켰는지
업황·시장상황 등 다른 요인을 제외한 손해액이 얼마인지

이에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한 방식으로 손해액을 추정한다. 감사인은 그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 책임을 면하거나 감경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인과관계 부존재에 관한 실질적인 증명책임은 외부감사인에게 있다.

11. 인과관계 부존재의 증명방법

외부감사인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할 수 있다.

가.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가 손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직접 증명

문제된 감사보고서가 주식가격 형성이나 투자자의 손실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거나 일부 영향만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나. 다른 요인이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간접 증명

다음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해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

산업 전반의 불황
원자재 가격 급등
회사의 수주 감소
시장 전체의 주가 하락
유동성 위기
대규모 채무불이행
무리한 인수·합병
지배구조 위험
분식회계와 무관한 경영상 악재

다만 다른 요인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요인이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고, 분식회계가 없었더라도 주가가 어느 수준이었을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12. ‘주가 하락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은 주가 하락이 분식회계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만으로 법정 손해액 추정을 깨뜨릴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손해액 추정제도는 투자자가 복잡한 주가형성 원인을 모두 입증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다.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감사인의 책임을 부정하면 손해액 추정 규정의 취지가 무력화된다.

따라서 외부감사인은 단순히 다음과 같이 주장해서는 부족하다.

당시 조선업 전체가 불황이었다.
다른 조선회사의 주가도 함께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
STX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여러 악재가 동시에 존재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투자자의 손해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이나 정상주가를 분석하여 제시해야 한다.

13. 공식 공표 전에 주식을 매도했어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외부감사인은 투자자가 분식회계 사실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에 주식을 모두 매도했다면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표 전 매각이라는 사실만으로 인과관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분식회계 정보는 공식 발표 전에 다음과 같은 형태로 시장에 조금씩 알려질 수 있다.

외부감사인의 한정의견 또는 감사의견 변경
회사의 재무불건전성을 보여주는 정보
유동성 위기나 자금조달 실패
실적 전망의 급격한 악화
신용등급 하락
감독기관의 조사
언론보도와 시장분석자료
회계투명성을 의심하게 하는 유사정보

이러한 정보가 시장에 유출되면 공식 공표 전에도 주가가 분식회계의 영향을 받아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외부감사인이 공표 전 매각분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면 다음 사항을 증명해야 한다.

분식회계 관련 정보가 매도시점까지 시장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주가 하락은 전적으로 다른 요인 때문에 발생하였다.
다른 요인이 주가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의 정도
매수시점과 매도시점의 정상주가

공표 전 매각이라는 형식적인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4. 신주인수권증권도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

이 사건에서는 주식뿐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을 취득한 투자자의 손해도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상 손해액 추정규정이 특정 종류의 증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신주인수권증권도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므로 그 가치 하락에 대해서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

주가가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아래로 하락하면 신주인수권의 가치도 감소한다. 분식회계와 주가 하락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면 신주인수권증권의 가치 감소 역시 분식회계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외부감사인의 부실감사 책임은 보통주 투자자에 한정되지 않고 회사가 발행한 다른 증권의 투자자에게도 확대될 수 있다.

15.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어도 민사책임은 인정될 수 있다

대표이사가 분식회계 공모 혐의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더라도 외부감사인과 대표이사의 민사책임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의 무죄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분식회계나 주의의무 위반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증명된 것은 아니다.

민사재판은 형사재판과 증명책임 및 증명도가 다르고, 감사인의 책임은 분식회계에 대한 공모가 아니라 필요한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않은 과실을 근거로 한다.

따라서 다음 사항은 서로 양립할 수 있다.

경영진의 분식회계 공모에 대한 형사책임은 증명 부족으로 부정된다.
외부감사인이 전문가적 의구심을 유지하지 않고 추가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않은 민사상 과실은 인정된다.
부실한 감사보고서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한다.
16. 법정 손해액이 추정되어도 책임제한은 가능하다

자본시장법상 손해액이 추정되더라도 외부감사인이 항상 손해 전액을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가격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회사의 실제 영업실적
산업 전반의 경기
국내외 주식시장 상황
금리와 환율
원자재 가격
회사의 자금사정
지배구조 및 경영권 분쟁
투자자의 매수·매도시점
분식회계와 무관한 개별 악재

각 요인이 주가에 미친 영향을 정확하게 분리해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관점에서 외부감사인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대표이사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60%,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의 책임을 30%로 제한하였고, 대법원은 이를 유지하였다.

다만 책임제한은 외부감사인의 과실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책임은 성립하되 주가 하락의 복합적인 원인과 당사자들의 기여도를 고려하여 최종 배상액을 조정하는 것이다.

17. 감사인의 책임제한에서 고려할 사항

외부감사인의 책임을 제한할 때에는 다음 사항이 고려될 수 있다.

회사 경영진의 분식회계 주도 정도
감사인이 분식회계에 적극 가담했는지 여부
감사인의 과실 정도
발견된 위험징후의 명확성
수행하지 않은 추가 감사절차의 중요성
분식회계의 기간과 규모
감사보고서가 시장에 미친 영향
업황과 시장 전체의 주가변동
회사 자체의 재무적·경영상 악재
투자자의 매수·매도 시기
감사인이 얻은 감사보수
피해자 수와 전체 손해의 규모
외부감사와 회사 경영진의 책임분담 필요성

법원의 책임제한 비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재량으로 존중된다.

18. 감사계약상 책임과 투자자에 대한 법정책임은 구별된다

외부감사인은 피감사회사와 감사계약을 체결하지만, 허위 감사보고서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에 대한 책임은 단순한 감사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에 그치지 않는다.

외부감사인의 책임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피감사회사에 대한 감사계약상 책임
외부감사법상 이해관계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자본시장법상 증권취득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투자자는 감사계약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외부감사법과 자본시장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감사인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외부감사가 회사만을 위한 업무가 아니라 자본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19. 외부감사인의 실무상 유의사항

이 판결에 비추어 외부감사인은 다음 사항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가. 피감사회사의 업종과 사업모델을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인 감사프로그램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업종별로 수익인식, 원가배분, 충당부채 및 자산평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유한 위험을 식별해야 한다.

나. 경영진의 회계추정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총공사예정원가, 자산가치, 대손충당금 및 손상차손처럼 경영진의 판단이 크게 개입되는 항목은 객관적인 외부자료와 과거 예측의 정확성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다. 위험신호가 있으면 감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상징후가 발견되었는데도 최초 계획한 감사절차만 수행해서는 안 된다. 표본 확대, 외부조회, 현장실사, 전문가 활용 등 추가 절차를 시행해야 한다.

라. 경영진의 자료제출 거부는 감사의견에 반영해야 한다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면 단순히 경영진의 진술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감사범위 제한으로 평가하여 한정의견, 의견거절 등 적절한 감사의견을 검토해야 한다.

마. 모든 판단근거를 감사조서에 남겨야 한다

사후 소송에서는 감사인이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수 있으므로 위험평가, 추가 절차, 경영진과의 논의 및 결론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20.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은 외부감사인의 역할을 피감사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재무제표의 중요한 왜곡 가능성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외부감사인은 회사의 업종과 경영상황상 부정이나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회계항목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경우보다 엄격한 감사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위험징후가 있는데도 경영진의 설명과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별도의 확인 없이 신뢰하면 감사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상 손해액과 인과관계에 관한 추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강하게 작동한다. 외부감사인은 주가 하락의 원인이 불분명하다거나 투자자가 공식 공표 전에 주식을 처분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른 요인이 손해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과 분식회계가 없었을 경우의 정상주가 등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다만 주가변동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법원은 손해분담의 공평을 위해 외부감사인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외부감사인의 책임이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되었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외부감사인은 피감사회사의 자료와 경영진의 설명을 수동적으로 확인하는 자가 아니라, 업종별 회계위험과 부정징후를 고려하여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독립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자이다.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될 위험이 높은 회계항목에 대해 강화된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않은 채 적정의견을 표명하였다면, 그 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증권을 취득하여 손해를 입은 투자자에게 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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