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사건명: 토지인도
재판 결과: 원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원심판결
관련 판례
물건에 대한 점유는 물리적·현실적인 지배에 한정되지 않고 물건과 사람의 관계, 본권관계 및 타인의 지배를 배제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고 판시하였다.
임야는 현실적으로 모든 부분을 계속 지배하지 않더라도 관리나 이용이 이전되면 점유가 이전되거나 계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05조 ― 임의규정과 당사자의 약정
- 민법 제192조 제1항 ― 물건의 사실상 지배와 점유권의 취득
- 민법 제291조 ― 지역권의 내용
- 민법 제293조 제2항 ― 토지의 분할·일부 양도와 지역권의 존속 범위
- 민법 제741조 ― 부당이득반환
- 민법 제750조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실관계
- 원고 회사는 경기도 포천시 일대 여러 임야의 소유자이고, 피고 대한민국은 인접한 군사시설과 훈련장을 위하여 해당 임야들을 사용하였다.
- 원고 소유 임야 일부에는 피고가 사용하는 요역지를 위하여 지역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었다.
- 당초 지역권의 승역지는 경기 포천군 소재 임야 32정 2단보였다.
- 당초 승역지는 1974년 7월 13일 다른 임야들과 합병되어 면적 1,578,645㎡의 임야가 되었다.
- 합병된 임야는 이후 면적 1,498,396㎡의 순번 3 임야와 그 밖의 여러 임야로 다시 분할되었다.
- 순번 3 임야의 등기부에는 지역권설정등기의 목적이 “합병한 임야 32정 2단보에 대한 이기 지역권설정”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 피고는 순번 1부터 3까지의 임야에 벙커, 흙진지, 돌진지, 교통호, 헬기장, 타이어진지, 자재창고, 타이어계단, 전술도로 및 이동로 등을 설치하였다.
- 순번 4·5 임야도 사격훈련장 인접 부지 또는 작전지역으로서 안전통제와 군사목적상 계속 사용되었다.
- 피고 소속 부대원들은 순번 4·5 임야 전체에서 군사훈련을 하며 시설물을 사용하였고, 연간 훈련일수는 약 280일에 이르렀다.
- 원고는 피고가 지역권의 범위를 넘어 임야 전체를 사실상 독점적·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 원고는 지역권설정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시설물 철거와 토지 인도, 부당이득반환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핵심쟁점
- 합병과 분할을 거친 승역지에서 지역권의 효력이 어느 부분에 존속하는가
- 지역권자는 지역권이 설정된 토지 전체를 독점적·배타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가
- 지역권설정계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계약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 임야에 군사시설물이 설치된 부분만 피고가 점유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 군사훈련과 안전통제에 사용된 임야 전체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가
법리
1. 지역권의 기본적 성격
지역권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타인의 토지인 승역지를 자신의 토지인 요역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권리이다.
지역권은 승역지의 소유권이나 전면적인 점유권이 아니다. 지역권자는 설정된 목적과 범위에서 승역지를 이용할 수 있을 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승역지 전체를 독점적·배타적으로 점유할 권리를 당연히 취득하지 않는다.
2. 지역권의 구체적인 이용 범위
지역권설정계약이 존재하면 요역지가 얻을 편익과 승역지의 이용 방법은 원칙적으로 그 계약의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법원은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 지역권 설정의 목적
- 요역지가 얻도록 예정된 편익
- 통행·훈련·시설물 설치 등 허용된 이용 방법
- 이용할 수 있는 승역지의 위치와 면적
- 승역지 소유자의 사용·수익을 제한할 수 있는 범위
3. 계약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의 해석
오래전에 지역권이 설정되어 계약서가 남아 있지 않거나 계약 내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지역권자가 승역지 전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면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 지역권의 본질적 특성
- 설정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 당시 승역지와 요역지의 이용 상태
- 당사자가 달성하려 한 목적
-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 이후 실제 이용 형태와 범위
이러한 해석을 거쳐 지역권자가 계약상 허용된 범위를 넘어 전부 또는 일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4. 합병·분할된 토지에서 지역권의 범위
토지가 분할되거나 일부 양도되면 원칙적으로 지역권은 요역지 또는 승역지의 각 부분에 존속한다.
그러나 지역권이 당초 토지의 특정 부분에만 설정된 경우에는 합병이나 분할이 이루어졌더라도 그 특정 부분을 벗어난 나머지 토지까지 효력이 확대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당초 지역권은 임야 32정 2단보에 설정되었다. 그 토지가 다른 토지와 합병된 후 다시 분할되었다고 하여 지역권이 합병 후의 순번 3 임야 1,498,396㎡ 전체에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당초 승역지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여 그 범위에서 지역권의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
5. 임야 점유의 판단 기준
점유란 사회통념상 물건이 어떤 사람의 사실상 지배 아래 있다고 인정되는 객관적 관계를 말한다.
반드시 임야의 모든 부분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사람을 상주시켜야 점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임야 전체에 대한 점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 임야의 관리와 이용 주체
- 군사훈련 등 이용의 지속성과 빈도
- 안전통제 여부
- 시설물의 분포와 연결 상태
- 토지 소유자나 제3자의 출입·사용을 배제할 가능성
따라서 군사시설물이 설치된 지점만이 아니라 훈련과 안전통제를 위하여 관리·사용되는 범위 전체가 피고의 점유에 포함될 수 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지역권설정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계약 해지 주장을 배척하였다.
또한 피고가 지역권이 설정된 임야 전체를 사용할 적법한 권원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여 순번 1부터 3까지 및 순번 6·7 임야에 대한 부당이득반환과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순번 3 임야에 대해서도 지역권이 전체 면적에 존속한다고 보아 원고의 시설물 철거·토지 인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순번 4·5 임야에 대해서는 군사시설물이 실제로 설치된 부분만 피고가 점유한다고 보아 그 부분에 한하여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순번 3 임야 전체에 지역권이 미친다는 판단은 잘못이다
당초 지역권이 설정된 승역지는 임야 32정 2단보였으므로, 다른 토지와 합병된 후 다시 분할되었더라도 지역권은 당초 승역지에 해당하는 부분에만 존속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순번 3 임야 전체에 지역권이 존속한다고 전제한 원심이 지역권의 효력 범위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2. 지역권설정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지역권설정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에게 임야 전체의 독점적 점유권원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계약의 목적과 경위, 지역권의 본질 및 당사자의 의사를 종합하여 이용 범위를 해석한 다음 피고가 이를 위반했는지 판단했어야 한다.
3. 군사훈련에 사용된 임야 전체의 점유 가능성을 심리해야 한다
순번 4·5 임야에는 군사시설물이 넓게 분포하고 있었고, 피고 부대가 연간 약 280일 동안 임야 전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대법원은 피고가 군사시설물이 설치된 지점뿐 아니라 훈련장으로 관리·사용한 임야 전체를 점유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은 전체 훈련장 사용 범위를 확인하여 부당이득반환액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기각된 주장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고의 나머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 민법 제281조 또는 제313조를 유추 적용하여 지역권의 존속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
- 지역권이 유상이라는 전제에서 지료나 별도의 손실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
- 지역권설정계약이 민법 제103조 또는 제104조에 따라 무효라는 주장
- 피고의 지역권 행사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
결론
대법원은 다음 사항에 관한 원심의 심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 합병·분할된 순번 3 임야 중 실제 지역권이 존속하는 부분
- 지역권설정계약에 따라 허용된 구체적인 이용 방법과 범위
- 피고의 독점적·배타적 점유가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 순번 4·5 임야 중 군사훈련과 안전통제에 사용된 전체 점유 범위
- 지역권 범위를 초과한 사용으로 발생한 부당이득과 손해
이에 따라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지역권설정등기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역권자에게 승역지 전체를 독점적으로 점유할 권원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오래된 지역권으로 설정계약서가 남아 있지 않더라도 법원은 설정 목적과 경위, 당사자의 의사 및 실제 이용 형태를 통해 권리 범위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또한 임야의 점유는 시설물이 설치된 면적에 한정되지 않으며, 군사훈련·출입통제·안전관리 등으로 사실상 지배하는 전체 범위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