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손을 당연직 종중 회장으로 정한 규약의 효력

핵심 결론 종손만 종중 회장이 될 수 있도록 한 규약은 종손 아닌 종원과 여성 종원의 피선출권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박탈한다. 이는 남녀평등과 종중의 본질에 반하여 무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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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판례·법령 2024다274398, 2009다26596, 2002다1178, 2005다30566, 2019다216411, 2007다27670

판결번호

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4다274398 판결

원심판결

수원고등법원 2024. 7. 25. 선고 2023나21548 판결

관련판례

대법원 1997. 11. 14. 선고 96다25715 판결은 종중 대표자는 규약이나 관례에 따라 선임하고, 그러한 규약이나 관례가 없다면 종장 또는 문장이 성년 종원들을 소집하여 총회에서 선임하는 것이 일반 관습이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26596 판결은 종장이나 문장도 없고 대표자 선임에 관한 규약이나 관례도 없다면 현존하는 연고항존자가 종중총회를 소집할 수 있으며, 여성에게도 연고항존자의 자격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은 성별을 구별하지 않고 성년이 되면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판시하여 성년 여성의 종원 자격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5다30566 판결은 종중 규약이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거나 종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16411 판결은 종중이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제사 및 종원 상호 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구성되는 종족집단이라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와 관계없이 적장자가 우선하여 제사를 승계해야 한다는 종래 관습은 더 이상 효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적장자에게 당연히 인정되던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부정하였다.

관련법령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고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31조는 법인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안에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한다. 종중은 법인격 없는 사단이지만 그 단체법적 법률관계의 판단에서 이 조항의 취지가 참조된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사실관계

피고는 특정 공동선조의 후손 중 4개 지파의 종원으로 구성된 종중이고, 원고들은 피고 종중의 종원들이다.
피고 종중이 1961년 제정한 최초 규약은 종중 대표를 직계 종손으로 하도록 규정하였다.
피고 종중은 2002년 8월 11일 시행된 규약에서 종중 회장 등 임원을 정기총회 참석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하도록 변경하였다.
그러나 2013년 7월 14일 시행된 신 규약 제19조 제1항은 다시 “종중 회장은 피고의 종손으로 한다.”라고 정하였다. 이 조항은 2022년 7월 10일 시행된 현행 규약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피고 종중의 전임 회장은 2020년 11월 22일 회장직을 사임하였다. 그 다음 날 전임 회장의 아들이 종손이라는 신분과 위 규약 조항에 근거하여 종중 회장으로 취임한 후 계속 회장 지위를 유지하였다.
신 규약에 따르면 회장은 종중을 대표할 뿐 아니라 총회·회장단회·이사회의 의장이 되고 종중 업무를 총괄하였다. 그러나 회장 후보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종손 한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한편 신 규약은 종중 회장 선출을 총회의 결의사항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후보 자격이 종손 한 사람에게 한정되어 있으므로 총회는 실질적으로 대표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종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만 수행하게 되었다.
피고 종중은 소송 계속 중인 2022년 7월 10일 이사회 결의로 규약을 다시 개정하면서 규약 개정의 의결정족수를 출석한 재적이사 80% 이상의 찬성으로 강화하였다.
또한 회장에게 고문 4명과 총무 1명을 선임할 권한을 부여하여 이사회 구성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종손을 당연직 회장으로 하는 조항을 내부적으로 개정하기가 사실상 더욱 어려워졌다.
원고들은 종손만 회장이 될 수 있도록 정한 조항이 헌법과 법률에서 유래하는 남녀평등 등 전체 법질서에 반하고, 종원의 대표자 피선출권과 대표자 선출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종손이라는 이유로 회장에 취임한 사람이 피고 종중의 회장 지위에 있지 않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원고들은 아울러 2020년 11월 22일자 정기총회에서 이루어진 종중 매매위원회 해산 결의의 무효확인도 청구하였다. 당시 피고 종중은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총회 참석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하고, 당일 참석인원 99명을 초과하는 종원들의 입장을 불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종손을 당연직 회장으로 정한 규약 조항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 봉제사 및 종원 상호 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혈연단체이므로 대표자를 정하는 방식을 각 종중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종손이 전통적으로 종중에서 차지해 온 상징적 지위와 최초 규약에서도 종손이 종중을 대표하도록 정했던 사정 등을 고려하면, 종손을 당연직 회장으로 정한 것 자체가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신 규약이 각 지파에서 부회장을 선출하고 회장단과 이사회를 통하여 회장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규약에 정해진 절차를 통해 해당 조항을 개정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원심은 종손의 회장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만 원심은 2020년 11월 22일자 정기총회에서 매매위원회를 해산한 결의는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피고 종중은 총회 참석인원을 제한하면서 입장하지 못한 종원들의 의결권을 보장할 대체수단을 마련하지 않았다. 정기총회 당일에야 99명을 초과하는 종원들의 입장을 불허한 것은 총회 출석권과 의결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이므로, 위 총회에서 이루어진 매매위원회 해산 결의는 무효라고 보았다.

법리

종중 대표자는 종중의 규약이나 관례가 있으면 그에 따라 선임한다. 규약이나 관례가 없으면 종장 또는 문장이 성년 종원들을 소집하여 총회에서 대표자를 선임한다.
평소 종장이나 문장이 선임되어 있지 않고 대표자 선임에 관한 규약이나 관례도 없다면, 현존하는 연고항존자가 국내에 거주하고 소재가 분명한 종원들에게 통지하여 총회를 소집하고 그 총회에서 대표자를 선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다.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 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구성되는 종족집단이다.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년이 되면 남녀를 불문하고 당연히 종원이 된다.
종중은 자연발생적 단체이므로 그 내부 운영에 관한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종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입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종중의 내부관계가 언제나 사법심사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종중 규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면 그 규약은 무효이다.
특히 종중 대표자는 종중을 대외적으로 대표하고 총회와 이사회의 의장으로서 종중재산의 관리 등 종중 업무를 총괄한다. 따라서 대표자 후보로 출마할 권리와 종원의 자유로운 의사로 대표자를 선출할 권리는 종원의 기본적인 단체법상 권리에 해당한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종손만 종중 회장이 될 수 있도록 정한 규약 조항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일반적으로 종손은 장자계의 남자손인 적장자손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종손은 종가의 대를 잇고 제사주재자로서 분묘를 수호·관리하는 등 강력한 지위를 가졌으나, 적서차별의 철폐, 상속분의 균등화 및 호주제 폐지 등 민법의 변화를 거치면서 그 지위는 상당히 약화되었다.
대법원 판례도 성년 여성의 종원 자격을 인정하고, 여성에게 종중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연고항존자의 자격을 인정하는 등 종중 내부관계에서 남녀평등의 원칙을 확대해 왔다.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우리 법질서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종중은 공동선조를 둔 후손 모두를 구성원으로 하므로 종중의 의사결정, 임원 선임 및 목적 사업 수행에 관한 권리와 의무에서도 모든 종원에게 원칙적으로 동등한 지위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쟁점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종손과 종손이 아닌 종원을 차별한다. 종손이 아닌 종원은 능력과 자질에 관계없이 회장 후보로 출마할 수 없고, 종원들도 혈통보다 능력과 자질을 기준으로 대표자를 선출할 수 없다.
특히 종손은 남성으로 한정되므로 여성 종원은 출생에서 비롯된 성별만을 이유로 회장 후보가 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다. 이는 남성 종원과 여성 종원을 직접적으로 차별하는 결과가 된다.
종손에게만 회장 지위를 부여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 간의 친목이라는 종중의 목적은 종손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규약상 회장 선출이 총회의 결의사항으로 되어 있더라도 후보가 종손 한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으면 총회 결의는 그가 종손인지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이는 총회가 대표자를 자유롭게 선출·승인하거나 부결할 수 있는 본래적 기능을 무력화한다.
총회가 종손의 회장 선출안을 부결하더라도 다른 종원은 후보가 될 수 없고, 종손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회장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규정되어 있지 않아 대표자 공백과 내부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피고 종중은 규약 개정 의결정족수를 출석 재적이사 80% 이상의 찬성으로 강화하고, 회장이 상당수 이사회 구성원의 선임에 관여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종원들이 쟁점 조항을 내부적으로 개정하기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따라서 쟁점 조항은 종중의 자율성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고, 종원의 대표자 피선출권과 대표자 선출권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 이는 종중의 본질과 설립 목적에도 크게 위배되므로 무효이다.
한편 대법원은 2020년 11월 22일자 정기총회에서 이루어진 매매위원회 해산 결의가 무효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피고 종중이 총회 참석인원을 제한하면서 종원들의 의결권을 보장할 다른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상당수 종원의 입장을 불허한 것은 총회 출석권과 의결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

결론

종중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종중 규약이 종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구성원이 되는 종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거나 남녀평등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종손만 종중 회장이 될 수 있도록 한 규약은 종손 아닌 종원의 피선출권과 전체 종원의 자유로운 대표자 선출권을 박탈하고, 여성 종원에게는 성별만을 이유로 입후보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규약 조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고 종중의 본질과 설립 목적에도 크게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종손의 회장 지위 부존재확인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종원들의 출석권과 의결권을 침해한 정기총회의 매매위원회 해산 결의를 무효라고 본 원심판단에 대한 피고 종중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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