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효인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의 효력 및 모순행위금지

핵심 결론 총회 결의 없는 환불보장약정은 무효이고 가입계약의 무효·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환불조건 소멸 후에도 분담금을 납부하여 계약을 유지했다면 뒤늦은 반환청구는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4다239692

판결번호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239692 판결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24. 4. 24. 선고 2023나55545 판결
원심판결은 현재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별도의 판례 페이지로 확인되지 않으므로 링크를 연결하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 판결문에 나타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아래 내용에 반영하였다.

관련판례

이 판결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에는 별도의 참조판례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관련법령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105조는 법령 중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와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따르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137조는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원칙적으로 전부를 무효로 하되,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275조는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경우 총유로 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276조 제1항는 총유물의 관리와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따르도록 규정한다.
주택법 제11조의3 제3항은 지역주택조합이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후에는 원칙적으로 조합원을 교체하거나 신규로 가입하게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주택법 시행령 제22조는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교체·신규가입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유를 규정한다.

사실관계

피고는 부산 북구 일원을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원고 4명은 2016. 12. 26.부터 2017. 2. 10.까지 가칭 지역주택조합과 각각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별 총분담금은 243,340,000원에서 282,200,000원 사이였다.
원고들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안심보장확약서’를 교부받았다.
사업 추진 중 토지 관련 문제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여 사업이 무산될 경우 납입한 계약금과 업무추진용역비 전액의 반환을 보증한다.
그러나 이 환불보장약정은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의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체결되었다.
피고는 2019. 2. 11.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토지 문제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여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를 조건으로 한 환불보장약정의 환불조건은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원고들은 조합설립인가 후에도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하거나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고 상당한 금액의 중도금을 추가로 납부하였다.
원고 1은 2019. 12. 9. 2차 중도금 8,000만 원을, 원고 2는 2020. 5. 12. 1차 중도금 2,100만 원을, 원고 3은 2019. 12. 4.부터 같은 달 9일까지 2차 중도금 7,000만 원을, 원고 4는 2019. 12. 6. 2차 중도금 7,000만 원을 각각 납부하였다.
원고들이 조합설립인가 전후에 걸쳐 납부한 분담금은 원고 1이 1억 4,000만 원, 원고 2가 55,289,100원, 원고 3과 원고 4가 각각 1억 2,100만 원이었다.
피고는 이후 사업을 계속 추진하여 2022. 11. 30. 사업계획승인까지 받았다. 이 사업은 대지면적 31,315㎡, 총 841세대, 총사업비 약 4,207억 원 규모였다.
원고들은 사업계획승인일에 가까운 2022. 8. 12.에 이르러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들은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 없이 체결되어 무효이므로 이와 함께 체결된 조합가입계약도 무효이거나, 적어도 환불보장약정이 유효하다고 착오한 상태에서 가입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가입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납입한 분담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아울러 원고들은 피고가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사업부지의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을 허위로 고지하였으므로 기망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먼저 피고가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사업부지의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에 관하여 신의성실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로 허위 사실을 고지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기망을 원인으로 한 계약취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원심은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 없이 체결되어 무효라는 사정과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착오 취소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은 환불보장약정의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도 상당한 액수의 중도금을 납부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행위가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 가능성과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고 사업의 완성을 통해 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그 후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선행행위와 모순되어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은 가입자가 조합원이 되어 분담금 등을 납부하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완료하여 신축 아파트 중 약정한 세대의 소유권을 조합원에게 이전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조합가입계약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의 성공적인 완료와 신축 아파트 소유권의 취득이다.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체결되는 환불보장약정은 사업 실패에 따른 조합원의 손해를 줄이기 위한 부수적 약정으로서, 일반적으로 분담금 반환 자체를 조합가입계약의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주택조합은 비법인사단이고 조합재산은 조합원들의 총유에 속한다. 민법 제276조 제1항에 따라 총유물의 관리와 처분에는 사원총회의 결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이 총회의 결의 없이 사업 중단이나 실패를 조건으로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이는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
환불보장약정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체결되었고, 조합원이 환불보장을 중요한 계약조건으로 삼았다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는 민법 제137조에 따라 조합가입계약 전체의 무효 원인이 되거나, 환불보장약정의 효력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주택건설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조합원이 신축 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면 조합가입계약의 본래 목적은 달성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 가능성과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선행행위를 하였다면, 이후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모순행위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면서 원고들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환불보장약정은 토지 관련 문제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여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에 분담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피고가 2019. 2. 11.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약정된 환불조건은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되었다.
둘째, 원고들은 환불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후에도 상당한 액수의 중도금을 추가로 납부하였다. 이는 환불보장 여부와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고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하겠다는 의사로 평가할 수 있다.
셋째, 피고는 원고들의 이러한 분담금 납부행위를 신뢰하여 주택건설사업을 계속 추진하였다. 피고가 형성한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
넷째, 피고는 2022. 11. 30. 사업계획승인까지 받았고,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거나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았다. 원고들은 특별한 장애가 없다면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조합가입계약의 목적을 포기하고 분담금을 회수해야 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려웠다.
다섯째, 조합사업은 841세대, 총사업비 약 4,207억 원 규모로서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과 관련되어 있었다. 사업재원인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가지며, 원고들에게 분담금을 반환하여 사업재원이 부족해지면 그 손해는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이전될 수밖에 없다.
여섯째,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후에는 원칙적으로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다. 그런데 원고들은 사업계획승인에 임박한 2022. 8. 12.에야 분담금 반환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에게는 원고들을 대신할 조합원을 모집할 실질적인 기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환불조건의 불성취가 확정된 후에도 분담금을 납부하여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다가 뒤늦게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착오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선행행위와 모순된다.
그로 인한 손해를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과 정의관념에 반하므로, 원고들의 분담금 반환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한편 피고가 계약 체결 당시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을 허위로 고지하여 원고들을 기망하였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다.

결론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환불보장약정은 총유물의 처분행위로서 무효가 될 수 있고, 그 무효는 함께 체결된 조합가입계약의 일부무효 또는 착오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조합원이 약정된 환불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후에도 상당한 분담금을 추가로 납부하여 가입계약을 계속 유지하였다면, 뒤늦게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모순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분담금 반환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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