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제1심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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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송 전 원심판결
파기환송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24. 선고 2024나4777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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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판례
-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 —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는 원칙적으로 착오의 대상이 아니라는 법리
-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25723 판결 — 환송 전 원심이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경우 환송판결 선고일까지 소송촉진법상 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
관련법령
- 민법 제109조, 제141조, 제554조, 제741조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제2항
사실관계
피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양로시설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다.
피고가 운영하는 위안부 피해자 생활시설 홈페이지에는 해당 시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후원 안내에는 후원금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고 일본의 과거사 참회를 촉구하는 활동에 사용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홈페이지상 일시후원은 다음과 같이 목적별로 구분되어 있었고, 각 유형마다 별도의 납입 계좌가 안내되어 있었다.
- 일반후원: 할머니들의 생활·복지·증언활동
-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후원
-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후원
원고는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31회에 걸쳐 일반후원 계좌로 매월 50,000원씩 합계 1,550,000원을 송금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별도의 후원계약서는 작성되지 않았다.
그 후 피고의 일부 직원들은 피고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모집한 후원금 대부분을 법인에 유보하고,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사비로 치료비 등을 부담하고 있다는 취지로 폭로하였다. 관련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경기도 노인복지국의 회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고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모집한 후원금 약 89억 원 중 위안부 피해자들이 실제 생활하던 시설에 지출한 금액은 약 2억 원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하였다.
피고의 2020년도 예산서에는 피해자 생활시설에 지출할 금액이 80,000,000원으로 계상된 반면, 정관상 목적사업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별도 센터 건립을 위한 재산조성비는 약 80억 원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이에 원고를 포함한 후원자들이 후원금 반환 또는 그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제1심 공동원고들 중 5명만 항소하였고, 환송 전 원심에서도 패소하자 이 사건 원고만 상고하였다.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 이 사건 후원계약을 부담부증여로 보기 어렵다.
- 후원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 원고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하여 착오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
- 피고가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환송 전 원심의 판단
환송 전 원심은 위자료 청구에 관한 일부 판단을 고쳐 쓰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였다.
원심은 후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가 후원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장래 후원금을 특정 목적에 사용할 것이라는 원고의 기대가 어긋났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의 수에 비하여 많은 후원금이 모집되어 피고가 일부 후원금을 법인 계좌에 보관할 필요가 있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법리 / 대법원의 판단
1. 특정 목적의 후원은 그 목적이 계약의 중요 부분이 될 수 있다
특정 목적의 기부 또는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기본적으로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증여계약이다.
그러나 특정 목적의 후원에서는 단순한 재산권의 무상 이전뿐만 아니라 그 재산이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될 것인지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후원 목적이 민법 제109조에서 정한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인지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목적이 외부에 표시되었는지
-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목적을 표시하였는지
- 후원자와 후원받는 자가 그 목적을 공통으로 인식하였는지
- 표시된 목적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지
- 그 목적이 후원계약 체결의 불가결한 기초 사정이 되었는지
2. 이 사건의 후원 목적은 계약 내용에 편입되었다
피고는 홈페이지에서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된다고 표시하였다. 특히 원고가 후원금을 송금한 일반후원 계좌는 할머니들의 생활·복지·증언활동을 위한 계좌로 구분되어 있었다.
원고가 그중 어느 세부 목적을 특별히 의도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더라도, 원고와 피고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목적을 공유한 것은 명확하였다.
이러한 목적은 원고가 후원계약을 체결하게 된 불가결한 기초 사정이었으므로 단순한 내심의 동기에 머무르지 않고 계약 내용에 편입되었으며,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
3. 장래의 기대라도 현재 사정에 관한 인식이 포함되면 착오의 대상이 된다
장래에 특정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는 원칙적으로 착오의 대상이 아니다. 아직 장래의 사실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현재의 사실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래에 관한 기대에 다음과 같은 현재 사정에 관한 인식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달리 보아야 한다.
- 후원금이 종전부터 표시된 목적에 사용되어 왔다는 인식
- 현재도 표시된 목적에 따라 사용되고 있다는 인식
- 후원받는 기관이 후원금 사용과 관련하여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
이러한 현재 사정에 관한 인식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착오로 다룰 수 있다.
4. 표시된 후원 목적과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중대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피고가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된다고 안내한 것은 장래에 그렇게 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뿐만 아니라, 종전부터 현재까지 후원금이 해당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의 진술도 포함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5년간 모집된 후원금 약 89억 원 중 피해자 생활시설에 지출된 금액이 약 2억 원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후원금이 법인에 유보되어 있었다.
후원금을 모두 즉시 피해자들에게 직접 지출할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을 법인에 유보할 사정이 있었다면 피고는 이를 적절히 안내하여 후원자가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 후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가 표시한 후원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5. 원고는 중요 부분의 착오를 이유로 후원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원고가 대부분의 후원금이 법인에 유보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후원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평균적인 후원자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원고의 착오는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고,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 한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후원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대법원의 결론
대법원은 원고의 착오취소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 민법 제109조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판결 중 이 사건 원고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의 판단
1. 대법원이 제시한 착오취소 법리의 적용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인정하였다.
- 이 사건 후원계약은 특정 목적의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증여계약이다.
-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복지·증언활동을 지원한다는 목적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이다.
- 원고는 후원금 대부분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될 것으로 인식하고 후원하였다.
- 표시된 후원 목적과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는 착오로 평가할 만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피고의 주장·증명이 없다.
피고는 실제로 후원금을 유용한 것이 아니고, 위안부 피해자의 수보다 많은 후원금이 모집되어 이를 법인 계좌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회계조사 결과와 달리 피해자들을 위해 실제 지출한 금액이 약 12억 원 이상이라고도 주장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대부분의 후원금을 법인에 유보하면서 그 사정을 후원자들에게 적절히 안내하지 않은 이상, 표시된 목적과 실제 사용 현황 사이의 불일치는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소장 부본 송달로 후원계약이 취소되었다
원고는 소장에서 착오를 이유로 후원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 사건 소장 부본은 2020년 6월 23일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후원계약은 그 무렵 착오를 이유로 취소되었다.
후원계약이 취소됨으로써 피고가 보유한 후원금에는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후원금 전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반환금액
파기환송심은 원고가 31회에 걸쳐 지급한 후원금 전액인 1,550,000원의 반환을 인정하였다.
착오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전부 인정되었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청구원인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4. 지연손해금
원고는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환송 전 원심이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적이 있으므로, 적어도 대법원의 환송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를 다툰 데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25723 판결에 따라 다음과 같이 지연손해금 이율을 구분하였다.
- 2020년 6월 24일부터 2024년 8월 1일까지: 민법상 연 5%
- 2024년 8월 2일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법상 연 12%
파기환송심의 결론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 중 다음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후원금 1,55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20년 6월 24일부터 2024년 8월 1일까지 연 5%, 2024년 8월 2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원고가 청구한 지연손해금 중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관한 항소는 기각하였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금전 지급 부분에는 가집행을 선고하였다.
종합적 의미
이 판결은 특정 목적의 후원에서 후원 목적을 단순한 내심의 동기가 아니라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으로 인정하고, 표시된 목적과 실제 사용 현황 사이의 현저한 불일치를 착오취소 사유로 인정한 판례이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법리를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후원계약의 취소 시점을 소장 부본 송달일로 확정하고,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후원금 전액의 반환을 명하였다.
다만 이 판결이 모든 목적 외 사용이나 후원금 유보를 곧바로 착오취소 사유로 본 것은 아니다. 후원 목적의 구체성, 후원 안내의 내용, 실제 지출 현황, 유보 필요성, 모집·운영비용 및 사회통념 등을 종합하여, 평균적인 후원자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의 중대한 불일치가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