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효인 매매계약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핵심 결론 매매계약이 무효라면 매매대금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대금 지급과 동시에 발생하고 그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 무효 여부나 반환범위를 알지 못한 것은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3다302920, 2008다15865, 2022다276307, 2012두19410, 2007두6663

판결번호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302920 판결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10. 25. 선고 2022나2038664 판결

제1심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9. 7. 선고 2021가합25858 판결
※ 제1심판결의 독립된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페이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파기환송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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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판례

관련법령

사실관계

원고는 서울특별시 소재 사업구역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2009년 4월 21일 설립인가를 받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다. 피고는 해당 사업구역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이다.
원고는 2013년 4월 11일경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인가조건에는 사업구역 내 국공유재산에 관하여 착공 전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각대금을 완납하여 소유권이전을 마쳐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2014년 12월 26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원고는 2015년 8월 20일 피고로부터 사업구역 내 토지 4필지와 지상 건물을 합계 4,174,198,220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계약 당일 피고에게 계약보증금 417,419,82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15년 10월 16일 매매잔금 3,756,778,400원을 지급하여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이 가운데 이 사건 토지에 해당하는 매매대금은 2,887,771,500원이었다.
이 사건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은 피고가 설치하고 위탁 운영하던 노외주차장 형태의 공용주차장이었다. 토지 면적은 합계 915.3㎡이고, 2층 구조인 주차장 건물의 연면적은 1,261.06㎡였다.
원고는 2015년 10월 21일과 2015년 12월 29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관할 구청장은 2020년 11월 3일 정비사업에 관하여 준공인가를 하고, 2020년 11월 5일 공사완료를 고시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가 정비사업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하므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 제2항에 따라 무상으로 양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토지를 유상으로 매수한 매매계약 부분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피고가 지급받은 매매대금 2,887,771,500원은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면서 2021년 8월 27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토지가 무상양도 대상이 아니고, 설령 매매계약이 무효이더라도 매매대금 지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다.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원심의 판단

1. 이 사건 토지는 무상양도 대상인 정비기반시설이다

원심은 이 사건 주차장이 피고가 설치한 공용주차장으로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호에서 정한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통상 무상양도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은 정비사업 시행인가 이전에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되어 설치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기반시설이어야 한다.
그러나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6. 2. 11. 대통령령 제269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제1호 다목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1,000㎡ 미만의 주차장은 도시관리계획 결정 없이 설치할 수 있었다.
원심은 주차장의 규모를 판단할 때 건물 연면적 1,261.06㎡가 아니라 대지면적 915.3㎡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주차장은 도시관리계획 결정 없이도 설치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으로서 무상양도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2. 매매계약 중 이 사건 토지 부분은 무효이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 제2항은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 범위에서 용도가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 소유 정비기반시설을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양도하도록 규정하였다.
원심은 이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고, 무상양도 대상인 이 사건 토지를 유상매매의 대상으로 삼은 매매계약 부분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3. 준공인가 전에는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

무상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범위는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 범위에서 정해진다.
원심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내역과 설치비용이 확정되기 전에는 다음 사항을 확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 이 사건 토지가 무상양도 대상에 포함되는지
  • 매매계약의 어느 범위가 무효인지
  • 반환받아야 할 매매대금의 구체적인 금액
이에 따라 준공인가로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원고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2020년 11월 3일 준공인가가 이루어졌고, 원고가 그때부터 5년 이내인 2021년 8월 27일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에 피고의 시효항변을 배척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2,887,771,5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법리 / 대법원의 판단

1.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민법 제166조 제1항에서 말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권리자가 주관적으로 권리의 존재나 행사 가능성을 인식한 때를 의미하지 않는다.
권리가 객관적으로 발생하고 법률상 이를 행사할 수 있게 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권리자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지 못했더라도 원칙적으로 소멸시효는 진행한다.
  • 권리 자체가 발생했다는 사실
  • 상대방의 행위가 위법하거나 계약이 무효라는 사실
  • 자신에게 청구권이 있다는 사실
  • 구체적인 반환범위나 승소 가능성
  • 관련 판례나 법률해석
권리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이다.

2. 시효 진행을 막는 것은 법률상 장애사유이다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란 기간 미도래나 조건불성취와 같이 법률상 권리행사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반면 다음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실상 장애에 불과하다.
  • 계약의 무효 여부를 알지 못한 경우
  • 청구권의 존재를 알지 못한 경우
  • 손해 또는 부당이득의 정확한 범위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
  • 법률관계가 복잡하여 승소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 관련 행정절차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경우
사실상 권리행사가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의 진행이 정지되거나 기산점이 늦춰지지 않는다.

3. 무효인 매매계약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대금 지급과 동시에 발생한다

매매계약이 처음부터 무효라면 매수인이 지급한 매매대금은 지급 당시부터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 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에 성립하고, 그 즉시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멸시효도 각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부터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4.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의 미확정은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원고는 준공인가 전에는 새로 설치할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이 확정되지 않아 무상양도 대상과 매매계약의 무효 범위를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매매계약이 무효라면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각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 이미 성립하였고, 그때부터 객관적으로 행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무상양도 범위나 반환금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웠다는 사정은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이는 청구권의 존재 또는 범위를 알기 어려웠다는 사실상 장애에 불과하다.

5. 지방재정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금전 지급청구권에는 지방재정법 제82조 제2항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원고는 계약보증금을 2015년 8월 20일, 매매잔금을 2015년 10월 16일 각각 지급하였다. 따라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도 각 지급일부터 개별적으로 진행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시점은 2021년 8월 27일로서 각 지급일부터 모두 5년이 지난 후였다.
따라서 별도의 시효중단 사유가 없다면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6. 대법원은 매매계약의 무효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직접 판단한 핵심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가 무상양도 대상인지, 매매계약 중 이 사건 토지 부분이 실제로 무효인지에 관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판결을 이 사건 토지의 무상양도 대상성을 확정하거나 매매계약의 무효를 최종적으로 인정한 판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전제에서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는 매매대금 지급일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론

대법원은 매매계약의 무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각 매매대금을 지급한 때에 발생하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하였다.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이 확정되지 않아 무상양도 범위와 반환금액을 알기 어려웠다는 사정은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가 아니라 사실상 장애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에 준공인가 전까지 법률상 장애가 존재한다고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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