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수임인의 필요비상환청구권

핵심 결론 수임인이 선행 위임사무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더라도, 이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지출한 비용은 필요비로 상환받을 수 있다. 다만 선행 의무 위반으로 위임인에게 발생한 손해는 별도의 손해배상 또는 상계 대상이 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3다294470, 2004다69420, 2007다37721, 2018다271404

판결번호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다294470, 294487 판결〔사업비청구등·손해배상(기)〕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인천) 2023. 9. 22. 선고 2021나17455(본소), 2021나17462(반소) 판결

제1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21. 11. 26. 선고 2018가합51477(본소), 2019가합53869(반소) 판결

파기환송심판결

서울고등법원(인천) 2025. 2. 20. 선고 2024나11212(본소), 2024나11229(반소) 판결
※ 홈페이지 게시자 직접 확인

관련판례

  •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다69420 판결 – 필요비는 수임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출한 비용이고, 위임인에게 실익이 발생했거나 위임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는 묻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
  •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37721 판결 –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서도 채권자의 과실이나 공평한 손해분담의 필요에 따라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
  •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다271404 판결 – 이 사건 음폐수 처리시설의 설계·시공과 관련한 한국환경공단의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배상책임을 확정한 선행사건

관련법령

사실관계

음폐수 처리시설 설치사업과 위수탁협약
포항시는 음폐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음폐수 공공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2011년 7월 6일 포항시는 한국환경공단과 ‘포항시 음식물류폐기물 공공처리시설 설치사업 위수탁협약’을 체결하였다. 한국환경공단은 기본·실시설계 관리, 공사 발주와 계약, 시공 관리·감독, 사업비 집행·정산 등을 담당하고, 포항시는 사업비와 사업부지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이 위수탁협약은 법적 성질상 위임계약에 해당하였다.
설계상 문제와 시설의 정상가동 실패
한국환경공단은 전처리시설 없이 호기성 미생물로 음폐수를 처리하는 정화처리방식을 선정하였다.
그러나 실제 포항지역에서 배출되는 음폐수는 설계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고농도 유기물과 부유성 고형물을 함유하고 있었다. 완공된 시설은 설계처리량을 달성하지 못했고, 배관 파손, 산기관 탈락, 악취, 과다한 약품 사용 및 슬러지 발생 등의 문제가 계속되었다.
선행 손해배상소송
포항시는 한국환경공단을 상대로 부실한 설계와 공사관리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였다.
선행소송에서는 한국환경공단이 음폐수의 양과 성상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채 포항시가 제공할 수 있는 부지와 예산에 맞추어 무리한 공법과 설계기준을 선택한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었다.
다만 포항시도 실제 음폐수의 성상과 공급업체의 처리능력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한국환경공단의 책임은 50%로 제한되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19년 1월 17일 선고 2018다271404 판결로 확정되었다.
시설 운영·보완 및 정상화를 위한 비용 지출
한국환경공단은 시설을 포항시에 인계하기 전까지 시설을 직접 관리하거나 외부 업체에 운영을 위탁하면서 다음 비용을 지출하였다.
  • 2014년 3월 25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의 운영비 6,993,359,025원
  • 보완공사비 617,000,000원
  • 추가보수공사비용 81,706,000원
  • 시설개선비용 498,811,000원
합계액은 8,190,876,025원이었다.
2019년 6월 14일 한국환경공단과 포항시는 시설 정상화를 위한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한국환경공단은 저장조를 전처리시설로 개선하고 처리량을 단계적으로 증량하였으며, 외부기관의 신뢰성 운전을 통해 하루 90톤의 음폐수 처리가 가능한지 검증하였다.
한국환경공단은 위 비용이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이라고 주장하면서 포항시에 상환을 청구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한국환경공단이 설계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운영비, 보완공사비, 추가보수공사비용 및 시설개선비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위 비용은 민법 제688조 제1항에서 정한 위임사무의 필요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한국환경공단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다만 원심은 미정산 위탁수수료 83,037,000원을 추가로 인정하고, 포항시의 반소에 관해서는 한국환경공단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하여 한국환경공단이 포항시에 2,360,890,029원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필요비는 지출 당시의 판단을 기준으로 한다
민법 제688조 제1항의 필요비는 수임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가지고 위임사무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그 비용으로 위임인에게 실제 이익이 발생했는지 또는 위임인이 예정한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필요비 해당 여부를 좌우하지 않는다.
선행 의무 위반과 후행 비용 지출을 구별해야 한다
수임인이 앞선 위임사무를 처리하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더라도, 이후 위임사무를 계속 처리하기 위하여 비용을 지출하면서 그 필요성과 규모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판단하였다면 그 비용은 필요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선행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후행 비용 전부의 필요비성을 부정할 수 없다.
필요비상환과 손해배상은 별개의 문제이다
선행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비용 증가분에 대해서는 수임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위임인의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문제이고, 수임인의 필요비상환청구권 성립 여부와는 구별된다.
따라서 법원은 다음 사항을 각각 심리해야 한다.
  • 후행 비용이 위임사무의 처리를 위해 지출된 필요비인지
  • 비용을 지출할 당시 수임인이 그 필요성과 규모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판단했는지
  • 필요비 중 선행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증가한 부분이 있는지
  • 그 증가분에 대해 위임인이 손해배상 또는 상계를 주장할 수 있는지
대법원은 원심이 위와 같은 심리를 하지 않고 설계 단계의 선관주의의무 위반만으로 필요비상환청구를 배척한 것은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의 판단

환송 후 심판범위
파기환송심의 심판대상은 다음 네 항목의 합계 8,190,876,025원에 관한 필요비상환청구로 한정되었다.
  • 운영비 6,993,359,025원
  • 보완공사비 617,000,000원
  • 추가보수공사비용 81,706,000원
  • 시설개선비용 498,811,000원
미지급 위탁수수료,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8월 31일까지의 운영비 및 포항시의 반소청구에 관한 부분은 이미 확정되어 환송심의 심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1. 운영비 6,993,359,025원

한국환경공단은 2014년 3월 25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외부 업체에 시설 운영을 위탁하고, 직접 시설을 관리·감독하면서 운영위탁비와 인건비, 체재비 및 현장운영경비를 지출하였다.
환송심은 이러한 비용이 시설을 실제로 가동·운영하면서 성능을 검증하고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출된 것이므로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이라고 판단하였다.
한국환경공단은 운영방식과 비용에 관하여 포항시와 수차례 협의하거나 사전협의를 요청하였다. 또한 포항시가 외부 업체에 음폐수 처리를 위탁할 경우 지출했을 비용과 비교해도 과다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환송심은 한국환경공단이 비용의 지출 여부와 규모를 판단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였다고 보아 운영비 전액을 필요비로 인정하였다.

2. 보완공사비 617,000,000원

시설의 시운전 결과 설계처리량 미달과 악취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한국환경공단과 포항시는 기술진단과 대책회의를 실시하였다.
한국환경공단은 수차례 설계변경안을 제출하여 포항시의 승인을 받았고, 포항시는 대부분의 보완공사비를 지급하였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으로 지급하기로 했던 617,000,000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환송심은 보완공사가 위수탁협약에서 정한 설계관리와 공사관리 업무에 해당하고, 포항시가 설계변경안을 승인했으며, 나머지 보완공사비를 이미 지급한 점을 근거로 위 금액 전부를 필요비로 인정하였다.

3. 추가보수공사비용 81,706,000원

한국환경공단은 시설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유지보수 및 성능향상 공사를 외부 업체에 맡기고 81,706,000원을 지급하였다.
환송심은 해당 공사가 시설개선 후 신뢰성 운전을 완료하기까지 필요한 유지보수와 정상화 조치였고, 포항시와 사전협의를 거쳤으며, 금액이 과다하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추가보수공사비용 전액이 필요비로 인정되었다.

4. 시설개선비용 498,811,000원

한국환경공단과 포항시는 시설 정상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한국환경공단이 저장조 개량비를 먼저 투입하고, 개량 후 하루 90톤의 처리량이 달성되면 포항시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환경공단은 498,811,000원을 투입하여 저장조를 비상대비시설로 개선하였다. 이후 외부 전문기관의 신뢰성 운전 결과 음폐수 처리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었다.
환송심은 시설개선이 위임사무를 완성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이고, 비용의 필요성과 규모에 관한 사전협의가 있었으므로 시설개선비 전액을 필요비로 인정하였다.

5. 필요비상환채권과 손해배상채권의 상계

환송심은 네 항목의 합계 8,190,876,025원 전부를 한국환경공단의 필요비상환채권으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한국환경공단의 선행 선관주의의무 위반 때문에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고, 포항시가 시설 인수를 거절함에 따라 한국환경공단이 시설을 계속 관리·운영하면서 위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포항시가 위 필요비를 상환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한국환경공단의 선행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필요비상환의무 상당액은 포항시가 입은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한국환경공단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하였다.
  • 정화처리방식의 선정에 포항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점
  • 포항시가 시설 설치에 필요한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위수탁협약을 체결한 점
  •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한 데 포항시 측 사정도 일부 영향을 미친 점
  • 한국환경공단이 음폐수 공급업체로 하여금 일정한 성상기준을 준수하도록 포항시와 공급협약을 체결하게 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점
그 결과 포항시의 손해배상채권은 4,095,438,012원으로 인정되었다.
포항시는 2024년 8월 20일자 준비서면으로 위 손해배상채권과 한국환경공단의 필요비상환채권을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환송심은 각 필요비를 지출한 날에 한국환경공단의 비용상환채권과 포항시의 손해배상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다고 보아, 상계의 효력이 각 상계적상일로 소급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
  • 한국환경공단의 필요비상환채권: 8,190,876,025원
  • 포항시의 손해배상채권: 4,095,438,012원
  • 상계 후 남은 필요비상환채권: 4,095,438,013원

파기환송심의 결론

파기환송심은 포항시가 한국환경공단에 4,095,438,013원과 이에 대한 법정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구체적으로 다음 금액의 지급을 명하였다.
  • 3,031,624,000원에 대하여 2018년 2월 22일부터 2025년 2월 20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
  • 1,063,814,013원에 대하여 2020년 5월 21일부터 2025년 2월 20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
소송총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 한국환경공단이 45%, 포항시가 55%를 부담하도록 하였다.
종합적 의의
이 사건은 수임인의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필요비상환청구권이 양립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환경공단의 부실한 설계로 시설 정상화 비용이 발생했다는 점만 보면 그 비용을 한국환경공단이 부담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은 다음의 단계로 법률관계를 구분하였다.
첫째, 비용 지출 당시 위임사무의 처리를 위해 필요했고 지출의 필요성과 규모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했다면 일단 필요비상환청구권이 성립한다.
둘째, 그 필요비가 선행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증가한 비용이라면 위임인에게 별도의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한다.
셋째, 양 채권이 대립하는 경우 상계를 통해 최종 부담액을 정산할 수 있다.
따라서 수임인의 선행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필요비성을 곧바로 부정해서는 안 되고, 필요비상환채권을 먼저 확정한 다음 선행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성립과 범위를 별도로 심리하여 상계·정산해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