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단법인 총회의 소집 없는 서면결의의 효력

핵심 결론 법률이나 정관의 근거 없이 총회를 소집·개최하지 않고 서면투표만으로 한 결의는 사원의 토론·참여권을 제한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3다254984, 2022다208427

판결번호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254984 판결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6. 14. 선고 2022나2030356 판결

제1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6. 23. 선고 2021가합114526 판결
※ 제1심판결의 독립된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페이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판례

  • 서울고등법원 2021. 12. 23. 선고 2021나2030656 판결 — 법률이나 정관에 근거가 없는 사단법인 총회의 서면결의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단
  • 대법원 2022. 5. 12.선고 2022다208427 판결 —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상고심

관련법령

사실관계

피고는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민법상 사단법인이고, 원고들과 원고들 보조참가인은 피고의 회원들이다.
피고 정관 제14조 제1항 단서는 회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는 2020년도 임시대의원총회를 실제로 소집·개최하지 않고 서면결의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피고는 2020년 12월 16일경 대의원들에게 다음 내용이 포함된 정관변경안을 발송하고 2020년 12월 29일까지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 “회장의 연임은 1회에 한한다”는 연임 제한규정을 삭제한다.
  • 변경된 정관의 효력을 개정 제안 당시 재임 중인 임원부터 적용한다.
피고 정관에는 총회를 소집·개최하지 않고 서면결의만으로 총회 결의를 갈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었다.
피고는 2020년 12월 29일경 재적대의원 454명 중 찬성 449명, 반대 3명, 미회신 2명이라는 서면투표 결과에 따라 정관변경결의가 성립하였다고 처리하였다.
당시 피고의 회장은 이미 제7대와 제8대 회장으로 당선되어 1회 연임을 마친 상태였다. 종전 정관에 따르면 다시 회장으로 선출될 수 없었다.
그런데 위 정관변경결의로 연임 제한규정이 삭제되자, 종전 회장은 2021년 6월 28일 대면 방식으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 단독 후보로 출마하여 제9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원고들은 총회의 소집·개최 없이 이루어진 정관변경결의에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고, 그 무효인 정관변경을 전제로 한 회장선출결의도 무효라고 주장하며 각 결의의 무효 확인을 청구하였다.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과 보조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원심의 판단

1. 민법 제73조 제2항은 총회 없는 서면결의를 허용하는 규정이 아니다

피고는 민법 제73조 제2항이 사원의 서면에 의한 결의권 행사를 허용하므로, 총회를 소집하지 않고도 서면결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민법 제73조 제2항이 총회의 소집·개최 자체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 조항은 적법하게 소집된 총회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사원이 서면이나 대리인을 통하여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족수 미달로 총회가 유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다음 두 가지는 구별되어야 한다.
  • 총회가 소집·개최된 상태에서 불출석 사원이 서면으로 결의권을 행사하는 것
  • 총회 자체를 소집·개최하지 않고 모든 의사결정을 서면투표만으로 갈음하는 것
민법 제73조 제2항은 전자만을 허용할 뿐 후자를 허용하는 근거가 아니다.

2. 민법은 실제 총회의 소집과 개최를 전제로 한다

민법 제69조는 이사가 매년 1회 이상 통상총회를 소집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71조는 총회 소집 1주일 전에 회의의 목적사항을 기재한 통지를 발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72조는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사전 통지된 사항에 대해서만 결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75조 제1항은 사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사원 결의권의 과반수로 결의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75조 제2항은 서면이나 대리인으로 결의권을 행사한 사원을 출석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조문 체계는 적법한 소집절차를 거쳐 총회가 실제로 개최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총회를 열지 않고 서면결의만으로 갈음할 수 있다면 총회의 소집·개최 및 출석에 관한 위 규정들의 상당 부분이 무의미해진다.

3. 개별 법률은 서면결의를 허용하는 경우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총회를 열지 않고 서면결의를 할 필요가 있는 단체에 대해서는 개별 법률이 명시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
상법 제363조 제4항은 자본금 총액 10억 원 미만인 주식회사에서 주주 전원이 동의하면 소집절차 없이 주주총회를 개최하거나 서면결의로 총회 결의를 갈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577조은 유한회사에서 총사원이 동의하면 서면결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 제1항은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이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으로 합의하면 관리단집회에서 결의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한다.
이처럼 법률이 서면결의를 허용할 때에는 그 요건을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민법상 사단법인에 명문의 법적 근거가 없고 정관에도 규정이 없다면 총회 없는 서면결의를 허용할 수 없다.

4. 서면투표만으로는 사원의 토론·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사단법인 총회는 단순히 찬성과 반대의 숫자를 집계하는 절차가 아니다.
사원들은 총회에서 다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한다.
  • 안건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 질문을 하고 답변을 요구한다.
  • 찬반 의견을 제시한다.
  • 다른 사원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판단을 변경한다.
  • 원안을 수정하는 안을 제안한다.
  • 토론 결과를 반영하여 최종적으로 결의권을 행사한다.
총회의 소집·개최 없이 정해진 안건에 대한 찬성·반대만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하면 이러한 사원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따라서 총회 없는 서면결의는 법률이나 정관에 근거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

5. 이 사건 정관변경결의와 회장선출결의는 모두 무효이다

피고 정관에는 총회의 소집·개최 없이 서면으로 결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총회를 실제로 열지 않고 서면투표만으로 회장 연임 제한규정을 삭제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결의방법의 하자가 중대하므로 정관변경결의는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제9대 회장선출결의는 무효인 정관변경으로 연임 제한이 삭제되었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종전 정관상 출마 자격이 없는 사람을 회장으로 선출한 회장선출결의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두 결의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하였다.
법리 / 대법원의 판단

1. 민법상 사단법인의 총회는 소집·개최가 원칙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71조, 민법 제72조, 민법 제75조 제1항의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사단법인의 총회 결의는 적법하게 소집·개최된 총회에 사원들이 참석하여 결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하였다.
총회가 실제로 개최되어야 사원들이 목적사항을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법인 운영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

2. 법률이나 정관의 근거 없는 서면결의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

총회를 소집·개최하지 않은 채 안건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단순한 찬반투표만 받아 다수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은 사원의 토론권과 참여권을 제한한다.
따라서 민법상 사단법인에서 법률이나 정관에 서면결의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는데도 총회 없이 서면만으로 결의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결의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

3. 압도적인 찬성률만으로 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재적대의원 454명 중 449명이 정관변경에 찬성하였다.
그러나 서면투표 결과가 압도적이었다는 사실만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상 하자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 총회가 소집되지 않았다.
  • 안건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 질의와 답변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
  • 수정안 제안의 기회가 없었다.
  • 다른 대의원의 의견을 듣고 판단을 변경할 기회가 없었다.
결의 정족수를 충족하였는지와 결의방법이 적법한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4. 코로나19 상황만으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 이사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서면결의를 진행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총회 없는 서면결의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 결의 당시 상당 기간 다수 인원이 참석하는 총회를 개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 회장 연임 제한을 즉시 삭제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 정관변경결의 전에 대의원총회 등에서 충분한 토론이나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 대면총회 외의 적법한 대체 절차를 검토하였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코로나19라는 일반적인 상황만으로 법률과 정관에 근거가 없는 서면결의가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다.

5. 후행 회장선출결의도 무효이다

이 사건 정관변경결의가 무효라면 회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한 종전 정관은 그대로 유효하다.
제7대와 제8대 회장을 연임한 사람은 종전 정관에 따라 제9대 회장 후보자가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무효인 정관변경결의를 전제로 해당 후보자를 회장으로 선출하였으므로 회장선출결의 역시 무효이다.
피고는 상고심에서 회장선출결의로 앞선 정관변경결의가 추인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상고심에서 처음 제출된 새로운 주장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었다.

결론

대법원은 법률이나 정관에 근거가 없는 민법상 사단법인의 총회 없는 서면결의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회장 연임 제한규정을 삭제한 정관변경결의와 이를 전제로 이루어진 제9대 회장선출결의를 모두 무효로 판단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발생한 비용을 포함하여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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