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회사 합병과 회사분할에서 공법상 제재사유의 승계 여부

핵심 결론 합병에서는 피합병회사의 공법상 시정의무가 원칙적으로 존속회사에 승계된다. 반면 회사분할에서는 법률의 명시적 근거가 없는 한 분할 전 법 위반에 따른 제재사유가 신설회사에 승계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2두31433, 2021두55159, 2002두1946, 2006두18928

판례번호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2두31433 판결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1두55159 판결

관련 판례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두1946 판결은 합병으로 소멸한 회사의 권리·의무가 사법상 관계인지 공법상 관계인지와 관계없이, 성질상 이전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 존속회사에 포괄승계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8928 판결은 법률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는 한 분할 전 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022두31433 판결은 합병에 따른 공법상 의무의 포괄승계를 인정한 판례이고, 2021두55159 판결은 회사분할의 경우 제재사유 승계를 제한한 판례이다.

관련 법령

1. 회사합병

상법 제174조는 회사가 합병하면 합병 후 존속회사 또는 합병으로 설립된 회사가 합병으로 소멸한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한다.

2. 회사분할

상법 제530조의10은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설립되는 회사가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530조의9는 원칙적으로 분할회사와 신설회사가 분할 전 회사채무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부담하되,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채권자보호절차 등을 거쳐 책임 범위를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법 규정이 사법상 채무의 승계를 정한 것인지, 과거 법 위반에 따른 행정제재의 원인이 되는 ‘제재사유’까지 당연히 승계시키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3. 공정거래법상 분할회사의 제재사유 승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2조는 일정한 경우 분할 전 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신설회사 등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이는 회사분할의 경우에는 법률이 제재사유의 승계를 별도로 규정해야 한다는 전제를 보여준다.

4. 하도급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5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을 위반한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지급, 법 위반행위의 중지, 재발 방지 및 그 밖에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제25조의3은 과징금 부과에 관하여 공정거래법의 회사분할 관련 제재승계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2021두55159 판결에서 문제 된 하도급법은 분할 전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사실관계

1. 2022두31433 판결 – 흡수합병 사안

티브로드는 대리점에 대하여 알뜰폰 전용단말기 구입을 강제하고, 특정 방송·인터넷 회선을 인수하게 하였으며, 계약기간 중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불리하게 변경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구입강제,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및 불이익 제공행위로 판단하였다.
그 후 티브로드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에 흡수합병되어 소멸하였다. 공정위는 합병 전 티브로드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존속회사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에 시정명령을 하면서, 시정명령 당시 존속회사와 거래하는 모든 대리점에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명하였다.
대법원은 피합병회사의 공법상 의무도 원칙적으로 존속회사에 포괄승계되므로,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한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통지명령은 과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에 한정되지 않고 장래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과거 티브로드와 직접 거래하지 않았던 현재 대리점도 통지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2021두55159 판결 – 회사분할 사안

분할 전 현대중공업은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하도급대금을 법정 지급기한인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하였다.
그 후 회사분할이 이루어져 해당 사업부문을 승계한 신설회사가 설립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분할 전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하도급대금 지급과 재발 방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시정명령을 하였다.
대법원은 회사분할의 경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분할 전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시정조치를 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신설회사가 분할계획에 따라 미지급 하도급대금 채무를 승계하였는지는 사법상 채무의 귀속 문제이고, 분할 전 위반행위에 따른 행정제재의 원인이 되는 제재사유가 승계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이다.

법리

1. 합병에서는 소멸회사와 존속회사 사이의 법적 동일성이 강하게 인정된다

합병에서는 피합병회사가 소멸하고 그 모든 권리·의무가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에 포괄승계된다.
합병 후 존속회사는 피합병회사의 사업과 거래관계를 동일성을 유지한 채 계속한다. 따라서 피합병회사의 법 위반행위로 형성된 위법상태를 시정하고 유사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공법상 의무도 원칙적으로 승계된다.
2022두31433 판결은 이러한 합병의 법적 성질에 기초하여, 피합병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이유로 존속회사에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회사분할에서는 권리·의무가 분할계획에 따라 선택적으로 배분된다

회사분할에서는 분할 전 회사가 그대로 존속하면서 일부 사업과 재산만 신설회사에 이전될 수 있다. 신설회사가 승계하는 권리·의무의 범위도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합병과 달리 분할 전 회사의 모든 법적 지위가 신설회사에 당연히 포괄승계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과거의 법 위반에 따른 행정제재는 단순한 재산상 채무와 달리 위반행위자의 책임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신설회사에 제재사유를 승계하려면 법률상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3. 사법상 채무의 승계와 공법상 제재사유의 승계는 구별된다

2021두55159 판결을 이해하려면 다음 두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첫째, 신설회사가 분할 전 발생한 미지급 하도급대금 채무를 승계하였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상법과 분할계획서에 따라 정해지는 사법상 채무의 귀속 문제이다.
둘째, 분할 전 회사가 지급기한을 위반한 사실을 이유로 신설회사에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공법상 제재사유의 승계 문제이다.
신설회사가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를 승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분할 전 회사의 법 위반행위까지 신설회사의 행위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4. 신설회사가 사후에 대금을 지급해도 분할 전 제재사유는 소멸하지 않는다

분할 전 회사가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그 지급기한이 지난 시점에 하도급법 위반의 제재사유는 이미 발생한다.
그 후 신설회사가 해당 채무를 승계하고 대금을 지급하더라도 분할 전 회사가 이미 저지른 지급기한 위반이라는 과거의 제재사유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신설회사가 지급채무를 승계한 후에도 자신의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 사정은 신설회사 자신의 별도 위반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분할 전 회사의 위반사유가 승계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5. 시정명령이라고 하여 과징금과 달리 볼 수 없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 과징금의 제재사유는 승계되지 않지만 시정명령의 제재사유는 승계된다고 해석하면, 공정위가 어떠한 처분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동일한 위반행위의 승계 여부가 달라진다.
대법원은 이러한 결과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과징금뿐 아니라 시정명령도 과거 법 위반을 전제로 하는 제재적 처분인 이상, 특별한 법률 규정 없이 분할 전 위반사유를 신설회사에 승계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6. 두 판결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재편 방식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2022두31433 판결은 합병에 관한 판결이고, 2021두55159 판결은 회사분할에 관한 판결이다.
합병에서는 피합병회사가 소멸하고 존속회사가 그 법적 지위를 전면적으로 포괄승계한다. 반면 회사분할에서는 분할회사가 존속할 수 있고 권리·의무가 분할계획에 따라 나누어지므로, 제재사유의 이전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요구된다.
따라서 두 판결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합병의 경우에는 성질상 이전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한 공법상 권리·의무도 존속회사에 승계되는 것이 원칙이다.
회사분할의 경우에는 사법상 채무가 신설회사에 승계되더라도, 분할 전 법 위반에 따른 공법상 제재사유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승계되지 않는다.

결론

2022두31433 판결2021두55159 판결은 기업조직 재편에서 공법상 책임이 항상 같은 방식으로 승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흡수합병에서는 피합병회사가 소멸하고 존속회사가 모든 법적 지위를 포괄승계하므로, 피합병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따른 시정의무도 존속회사에 승계된다. 공정위는 재발 방지를 위하여 존속회사의 현재 거래상대방에게 시정명령 사실을 통지하도록 할 수도 있다.
반면 회사분할에서는 분할계획에 따라 사업과 권리·의무가 나뉘어 승계된다. 신설회사가 해당 사업과 미지급 하도급대금 채무를 인수하였더라도, 분할 전 회사의 법 위반에 따른 제재사유까지 당연히 승계되는 것은 아니다. 신설회사에 과거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하려면 법률상 명시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결국 기업재편에 따른 공법상 책임은 단순히 사업이 이전되었는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조직재편이 합병인지 분할인지, 기존 회사가 소멸하는지 존속하는지, 문제되는 것이 사법상 채무인지 공법상 제재사유인지, 개별 법률에 승계규정이 있는지를 순차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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