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번호
관련규정
민법 제105조 — 임의규정과 당사자의 의사
민법 제703조 — 조합의 의의
민법 제704조 — 조합재산의 합유
민법 제719조 — 조합원의 탈퇴
상법 제531조 — 해산한 회사의 합병 등
상법 제538조 — 잔여재산의 분배
상법 제542조 — 청산의 종결
사실관계
원고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회사는 천안시 소재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원고와 피고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한 다음, 그 법인이 토지를 매수하여 공동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는 2012년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새로 설립된 회사는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매대금을 정하여 토지를 매수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회사는 증자를 거쳐 자본금 9억 원, 발행주식 9만 주가 되었고, 토지에 공동주택을 건설하여 사용검사까지 받았다.
그런데 회사의 주주명부에는 피고와 제3자들만 주주로 기재되어 있었고, 원고는 회사 설립 당시 주식을 인수하지 않았다. 원심 역시 원고가 명의신탁 등을 통하여 회사 주식에 관한 실질적 권리를 보유한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피고와의 관계가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장 송달로 조합에서 탈퇴하였으므로 회사 순자산가치 중 자신의 손익분배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피고가 정산해야 한다고 청구하였다.
원심은 원고와 피고가 토지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시행하기로 한 약정에 따라 민법상 조합을 구성했다고 보았다. 나아가 회사의 주식과 재산 전체를 조합재산으로 평가하고, 피고가 이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원고에게 회사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탈퇴 정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1. 주식회사를 공동으로 설립·운영하는 동업약정의 성격
당사자들이 자금을 출자하여 주식회사를 공동으로 설립·운영하고, 비용과 이익을 지분 비율에 따라 부담·분배하기로 한 약정은 일반적인 민법상 조합계약과 구별된다.
이러한 약정은 통상 다음과 같은 성격이 결합된 혼합계약이다.
첫째, 주식의 취득 또는 이전에 관한 계약이다.
둘째, 회사의 공동경영과 이익분배에 관한 주주 간 계약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회사와 별도로 민법상 조합을 결성하고 회사 재산을 조합재산으로 보유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 공동사업이 주식회사 명의로 수행되었다면 대내관계와 대외관계 모두 원칙적으로 주식회사 법리에 따라야 한다.
2. 회사 재산과 동업자 개인의 재산은 엄격히 구별된다
주식회사는 주주와 구별되는 독립된 법인이다. 주주가 회사에 자금을 출자하면 그 자금은 회사의 재산이 되고, 주주는 그 대가로 주식과 주주권을 취득한다.
회사가 소유한 토지·건물·분양대금 등은 회사의 재산이지 주주 개인이나 동업자들의 합유재산이 아니다. 주주가 회사의 주식을 전부 보유하고 있더라도 회사 재산을 직접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동업관계에서 탈퇴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 재산 자체의 반환이나 회사 순자산 중 일정 비율의 직접 분배를 청구할 수 없다.
3. 주식회사 법리가 적용되려면 동업자들이 주주가 되어야 한다
이 판결이 제시한 중요한 기준은, 동업약정 당사자들의 공동사업이 주식회사 명의로 운영된 것으로 평가되려면 당사자들이 출자금으로 회사 주식을 인수하여 주주가 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업자 일부만 회사 주식을 취득하고 다른 동업자는 주식을 전혀 취득하지 않았다면, 주식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의 자금이 회사에 투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동업자가 그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운영한 주주라고 볼 수 없다.
주주가 아닌 동업자의 자금이 회사에 투입되었다면 그 자금의 법적 성격은 별도로 규명해야 한다. 즉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
회사 또는 상대방에 대한 대여금인지
투자금이지만 주식을 교부받지 못한 것인지
별도 동업약정에 따른 출자금인지
토지 매매대금이나 사업비 부담의 일환인지
주식 이전을 전제로 지급한 금원인지
투자금이지만 주식을 교부받지 못한 것인지
별도 동업약정에 따른 출자금인지
토지 매매대금이나 사업비 부담의 일환인지
주식 이전을 전제로 지급한 금원인지
단순히 자금이 회사 사업에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주식이나 회사 소유 재산이 동업자들의 조합재산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4. 동업자가 모두 주주인 경우에도 회사 청산절차를 우회할 수 없다
동업약정 당사자들이 모두 주주가 되어 회사를 공동으로 운영한 경우에도, 회사가 실제로 설립되어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되었다면 회사 재산은 회사에 귀속된다.
따라서 동업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순자산을 당사자들에게 직접 분배할 수 없다. 회사 재산의 분배는 원칙적으로 해산과 청산, 채무 변제 및 잔여재산 확정이라는 상법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동업자 일방이 동업관계에서 탈퇴한다고 주장하며 정산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다. 회사의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회사 순자산가치를 산정하여 그 일부를 개인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회사 채권자 보호와 법인격 독립의 원칙에 반한다.
5. 주주가 아닌 동업자의 정산청구는 별도의 약정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회사 주식을 취득하지 않았고 회사 주식에 관한 실질적 권리도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약정은 회사 및 그 주식과 구별되는 별도의 법률관계로 보아야 한다.
원고가 동업관계에서 탈퇴하더라도 회사 소유 재산을 기준으로 곧바로 지분 환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 법원은 먼저 원고와 피고 사이 약정의 정확한 성격과 내용을 확정하고, 회사 주식이나 회사 재산 외에 어떠한 재산이 동업관계의 재산으로 존재하는지를 심리해야 한다.
정산이 인정되더라도 그 대상은 원칙적으로 피고 개인이 소유하거나 동업약정에 따라 형성된 재산이어야 한다. 회사가 소유한 자산을 피고 개인의 재산 또는 조합재산으로 간주하여 정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이 다음과 같은 상호 모순된 판단을 했다고 보았다.
원심은 한편으로 회사 주식 전부를 실질적으로 피고가 소유하고 원고에게는 주식에 관한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의 주식과 전체 재산을 원고와 피고의 조합재산으로 보아 원고가 회사 순자산가치에 따른 정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양립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원심으로서는 원·피고 사이 약정의 정확한 성격, 약정에 따라 형성된 조합재산의 존재와 범위, 원고가 탈퇴할 경우 가능한 정산 방법을 추가로 심리했어야 한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이 판결은 동업자가 회사 사업에 자금을 투입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재산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이나 정산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며, 회사·주주·동업약정이라는 세 법률관계를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