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다211089 판결〔손해배상(기)[건강보조식품 판매업자의 보호의무]〕
하급심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1. 20. 선고 2018가합533978 판결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2. 1. 20. 선고 2020나2047176 판결 의학지식이 없는 판매자가 망인에게 나타난 위험한 증상을 건강보조식품 섭취에 따른 ‘호전반응’이라고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진료가 불필요한 것처럼 인식하게 하면서 제품을 계속 판매한 것은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였다. 망인이 증상 발생 직후 진단·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나 건강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는 진료기록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판매자의 보호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하였다. 다만 망인과 가족들에게도 적절한 진료를 받지 않고 권장량보다 많은 제품을 섭취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하였다. 이에 판매자와 판매회사에 대하여 공동으로 원고 1에게 82,397,076원, 원고 2에게 54,931,384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 대법원은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의 보호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관련 판례
대상판결의 법제처 판례정보에는 별도의 참조판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원심은 다음 판례를 관련 법리로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0다92438 전원합의체 판결 원칙적으로 계약당사자는 자신의 선택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스스로 부담하지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신의성실이나 사회질서를 위하여 상대방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배려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390조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 이 판결의 판시사항·참조조문 및 판결 이유에는 별도의 구법 표기가 없다.
사실관계
망인은 이 사건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기 전부터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및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을 치료하기 위하여 여러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었다.
피고 회사는 핵산을 가공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였고, 피고 판매자는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제품 판매업무에 종사하였다. 이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기타 가공품에 해당하였다.
판매자는 2018. 3. 22. 망인에게 제품을 설명하면서 핵산을 섭취하여 면역력이 높아지면 반드시 ‘호전반응’이 나타난다고 말하였다. 망인은 제품을 구매한 날부터 이를 섭취하기 시작하였다.
망인에게 한기와 서혜부 통증 등이 발생하자 판매자는 이를 제품이 몸에 잘 듣고 있다는 의미의 호전반응이라고 설명하면서 걱정하지 말고 견디라고 하였다. 아울러 의사가 작성한 것처럼 표시된 ‘병을 부추기는 과잉치료’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기도 하였다.
망인은 이후 혼자서 대소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다리에 수포가 생겨 터진 뒤 진물이 흐르는 등 증상이 심각해졌다. 망인이 다시 문의하자 판매자는 “반드시 아파야 낫는다”, “통증을 반가워하라”는 등의 글을 보내면서 여전히 제품이 몸에 잘 듣고 있는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망인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병원에 가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독소가 빠지는 과정이므로 더 견디겠다고 하면서 치료받지 않았다. 망인의 남편은 18일 동안 1인 기준 한 달 분량인 제품을 모두 5박스 구매하였고, 망인은 권장량보다 많은 양을 계속 섭취하였다.
망인은 2018. 4. 10.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약 1시간 뒤 괴사성근막염과 급성신우신염으로 인한 패혈증 및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다.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 따르면, 괴사성근막염 증상이 나타난 직후 망인이 지체 없이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나 건강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망인의 배우자와 아들은 판매자와 판매회사를 상대로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리
개인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결과를 스스로 부담한다. 계약당사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반적으로 보호하거나 배려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래의 내용과 당사자의 지위, 상품의 특성, 제공된 정보가 고객의 생명·신체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상대방을 보호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판매자에게 보호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면서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 의학적 사항에 관하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잘못된 정보로 고객이 긴급한 진료를 중단하거나 지연하는 등 비합리적인 판단에 이르지 않도록 보호할 주의의무가 있다.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의사가 아니므로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 여부를 결정할 전문적 권한이 없다. 따라서 고객에게 심각한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를 제품의 효능을 나타내는 긍정적 반응이라고 단정하거나 의료기관의 진료가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특히 난치병이나 만성 지병을 앓는 고객에게 건강보조식품의 치료 효과를 맹신하게 하여 진료 중단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거나, 고객의 건강상태에 비추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의학적 조언을 계속하였다면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보호의무 위반으로 고객의 진료가 지연되고 생명·신체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판매자는 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에서 판매자는 망인에게 다리 통증, 거동 장애, 수포와 진물 등 응급진료가 필요한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이를 제품 섭취에 따른 ‘호전반응’이라고 반복하여 설명하였다. 또한 통증을 견뎌야 낫는다는 취지의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망인이 병원 진료를 받지 않도록 하는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였다.
망인이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면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낮았으므로, 판매자의 잘못된 설명과 그로 인한 치료 지연 및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판매자와 판매회사는 망인과 그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망인과 가족들도 심각한 증상이 계속되는데도 신속하게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고 제품을 권장량보다 많이 섭취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