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번호
관련 규정
1. 이 사건 처분에 적용된 구 하도급법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구 하도급법’이라고 지칭한 법률은 2022. 1. 11. 법률 제18757호로 개정되기 전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다.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을 위반한 발주자 또는 원사업자에게 다음과 같은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하도급대금 등의 지급
법 위반행위의 중지
특약의 삭제 또는 수정
향후 재발방지
그 밖에 시정에 필요한 조치
법 위반행위의 중지
특약의 삭제 또는 수정
향후 재발방지
그 밖에 시정에 필요한 조치
구법 제25조 제1항은 시정조치의 상대방을 “법을 위반한 발주자와 원사업자”로 규정하였을 뿐, 회사분할 전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는 제재사유 승계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는 바로 이러한 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분할 전 회사의 하도급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신설회사에 대금 지급 및 재발방지명령이 내려졌다.
2. 2022년 개정 하도급법
2022. 1. 11. 법률 제18757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제25조의3의 항 번호와 과징금 관련 공정거래법 준용조문을 정비하였다.
개정 하도급법 제25조의3 제4항은 과징금의 부과·징수 등에 관하여 공정거래법 제102조 등 관련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였다.
중요한 점은 법률 제18757호 개정이 하도급법상 시정조치에 관한 제재사유 승계규정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과징금에 관하여 공정거래법 규정을 준용하는 조항이다.
3. 대법원 선고 당시 하도급법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23. 6. 15. 당시 시행되던 하도급법 제25조의3 제4항도 과징금에 관하여 공정거래법상 제재사유 승계규정을 준용하였다.
반면 하도급법 제25조의 시정조치에 대해서는 분할 전 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는 별도의 규정이 없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과징금과 시정조치 사이의 입법상 차이를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
4. 현행 하도급법
현재 시행 중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도 다음과 같은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현행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은 법을 위반한 발주자와 원사업자에 대한 시정조치를 규정한다.
현행 하도급법 제25조의3 제4항은 과징금에 관하여 공정거래법 제102조 등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현행 하도급법 제25조에는 분할 전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따른 시정조치 제재사유를 신설회사에 승계시킨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 판결의 법리는 현행법에서도 기본적으로 유효하다.
5. 현행 공정거래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2조 제3항은 법 위반 사업자가 회사를 분할하거나 분할합병한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신설회사 또는 분할합병의 상대방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회사분할 이후의 제재사유 승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현행 하도급법은 과징금에 대해서는 이 공정거래법 규정을 준용하지만, 시정조치에 대해서는 이를 준용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구법과 현행법의 차이
이 판결에서 구법과 현행법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이해해야 한다.
구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에는 분할 전 회사의 위반행위에 따른 시정조치 제재사유가 신설회사에 승계된다는 규정이 없었다.
현행 하도급법 제25조의3 제4항은 과징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제재사유 승계규정을 준용한다. 따라서 일정한 경우 분할 전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하도급법 제25조의 시정조치에 관해서는 이와 같은 승계규정이 없다. 따라서 분할 전 회사의 위반행위만을 이유로 신설회사에 대금지급이나 재발방지 등의 시정조치를 명할 수는 없다.
법리
1. 사법상 채무와 행정상 제재사유는 구별된다
회사분할로 신설회사가 하도급계약과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를 승계할 수 있다. 분할계획서에 분할대상 사업부문과 관련된 공법상·사법상 권리와 의무를 신설회사에 귀속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승계되는 것과 분할 전 회사가 저지른 법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상 제재사유가 승계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재산적 의무로서 분할계획과 상법에 따라 승계될 수 있다. 반면 행정상 제재사유는 특정 사업자가 과거에 한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이므로 명시적인 법률 근거가 있어야 다른 회사에 승계될 수 있다.
2. 구법상 시정조치의 상대방은 법을 위반한 사업자이다
구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은 시정조치의 상대방을 법을 위반한 발주자와 원사업자로 정하였다.
분할 전 회사가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그 법정기간이 지난 때 분할 전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완성된다.
회사가 나중에 분할되었다고 하여 이미 완성된 위반행위의 주체가 신설회사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신설회사는 분할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해당 위반행위의 주체가 아니었으므로 과거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거나 제거할 수도 없었다.
3. 과징금 승계규정을 시정조치에 유추적용할 수 없다
현행 하도급법은 과징금에 관하여 공정거래법 제102조의 회사분할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시정조치는 사업자에게 대금 지급이나 재발방지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이다.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하거나 유추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과징금에 관한 제재사유 승계규정을 법률상 근거 없이 시정조치에 유추적용해서는 안 된다.
4. 처분의 종류에 따라 승계 여부를 달리 정한 것은 입법의 결과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현행법상 과징금에는 제재사유 승계규정이 있지만 시정조치에는 그 규정이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같은 하도급법 위반행위라도 처분의 종류에 따라 신설회사에 대한 처분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법원은 이를 해석으로 보충할 수 없다고 보았다. 제재사유 승계 여부는 침익적 처분의 상대방을 정하는 문제이므로 입법자가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5. 신설회사의 별도 위반행위는 처분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신설회사가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신설회사는 회사분할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를 승계할 수 있다. 신설회사가 분할 후 자신에게 귀속된 지급의무를 새롭게 위반하였다면 그 행위가 신설회사의 독립적인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분할 전 회사의 제재사유가 승계되었다는 이유가 아니라 신설회사의 분할 후 별도 위반행위를 이유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
결론
대법원은 이 사건에 적용된 구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에 회사분할 전 위반행위의 제재사유를 신설회사에 승계시키는 규정이 없으므로, 분할 전 회사의 하도급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신설회사에 대금지급 및 재발방지명령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현행법에서도 과징금에 대해서는 하도급법 제25조의3 제4항이 공정거래법 제102조의 승계규정을 준용하지만, 시정조치에 대해서는 동일한 승계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 판결은 현행법에서도 분할 전 회사의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시정조치 제재사유가 명시적인 법률 규정 없이 신설회사에 승계되지 않는다는 판례로 이해해야 한다. 다만 신설회사가 승계한 채무를 분할 후 새롭게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신설회사 자신의 별도 위반행위를 이유로 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