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트코인이 사기죄의 객체인지

핵심 결론 ICO로 모집한 6,000BTC를 이벤트 참여 후 반환하겠다고 속여 단독 지갑으로 이전받은 경우, 비트코인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상 이익이므로 사기죄가 성립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1도9855, 2018도3619, 2018도20936, 2020도9789

판결번호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 상고기각

관련판례

  • 서울고등법원 2021. 7. 9. 선고 2020노357 판결 ― 비트코인 6,000BTC를 단독 지갑으로 이전받은 행위에 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을 유죄로 판단하고 항소를 기각한 원심판결
  •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으로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면 몰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판결
  • 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8도20936 판결 ― 비트코인과 같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대상을 기망하여 이전받는 행위에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관련 판결
  •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 가상자산은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지만, 착오로 전송된 비트코인을 임의 처분한 경우 배임죄의 사무처리자 지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판결

관련법령

사실관계

피해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과 가상자산의 개발·배포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피고인 2는 피해회사에 참여하였고, 그 아들인 피고인 1은 영어 능력과 컨설팅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3월경부터 피해회사에서 다음 업무를 담당하였다.
  • ICO에 필요한 백서 작성
  • 해외 재단 설립
  •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운영 및 지원
피해회사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2017년 4월경 해외에 재단을 설립하였다. 피고인 1은 피해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 등의 지위에서 재단이사로 등록되었다.
ICO를 통한 비트코인 모집
재단은 2017년 5월경 ICO를 실시하여 투자자들로부터 총 6,902BTC를 모집하였다.
모집된 비트코인은 처음에는 피고인 1 명의의 지갑으로 들어왔으나, 이후 어느 한 사람이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3명의 승인이 필요한 다중서명 지갑으로 이전되어 보관되었다.
법원은 피해회사와 재단의 의사 합치에 따라 비트코인이 다중서명 지갑으로 이전된 시점부터, 그 비트코인은 해당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개발자금으로 피해회사에 귀속되었고 지갑 명의자들은 피해회사의 위임을 받아 처분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6,000BTC의 단독 지갑 이전
피고인 1은 피해회사 내부의 경영권 갈등 과정에서 피고인 2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다중서명 지갑에 피고인 2를 공동명의자로 추가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였다.
그 후 피고인 1은 코인 관련 이벤트에 참가하려면 단독 명의 지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다중서명 지갑에 보관되어 있던 비트코인 중 6,000BTC를 자신의 단독 명의 지갑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해당 이벤트는 다중서명 지갑으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피고인 1은 이러한 가능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단독 지갑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였다.
피해회사 관계자들은 피고인 1이 이벤트 참가 직후 비트코인을 기존 다중서명 지갑으로 반환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2017년 6월 9일 6,000BTC를 피고인 1의 단독 지갑으로 이전하였다.
반환 거부와 경영권 협상
피고인 1은 이벤트가 종료된 후에도 약속과 달리 비트코인을 반환하지 않았다.
피해회사 관계자가 반환을 요구하자 피고인 1은 피고인 2와 피해회사 경영진 사이의 갈등을 언급하면서, 피해회사 측이 만족할 만한 제안을 하고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6,000BTC를 자신이 보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피고인 2 역시 당초 합의와 달리 피해회사에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자신의 피해회사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주식교환을 제안하였다.
결국 피고인 1이 이전받은 비트코인은 단순한 이벤트 참여 목적이 아니라 피해회사와의 경영권·지분 협상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핵심쟁점

  1. 물리적 실체가 없는 비트코인이 형법상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가?
  2. 단독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이전받는 행위가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에 해당하는가?
  3. 피고인 1이 이벤트 참가 후 반환하겠다고 설명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하는가?
  4. 피고인 1에게 비트코인을 편취하려는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가?
  5. 이후 이루어진 비트코인 반환이나 합의가 이미 성립한 사기죄에 영향을 미치는가?

원심판단

원심은 비트코인이 실물 자산이나 권리와 연결되지 않은 전자정보에 불과하므로 그 이전을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볼 수 없다는 피고인 1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전자적으로 이전·저장·거래할 수 있고 거래당사자들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므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다음 사정을 근거로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인정하였다.
  • 피고인 1은 이벤트 참가 후 즉시 반환하겠다고 약속하였다.
  • 해당 이벤트는 다중서명 지갑으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 피고인 1은 단독 지갑 이전의 필요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 비트코인을 이전받은 후 반환하지 않고 경영권·지분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 피해회사 관계자들은 반환 약속을 믿고 비트코인의 이전에 동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1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반면 피고인 1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공갈)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유지하였다.

대법원의 법리

대법원은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유체물이나 법정화폐가 아니더라도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면 사기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
  • 전자적으로 이전하거나 저장할 수 있을 것
  • 거래당사자 사이에서 교환·거래의 대상으로 취급될 것
  • 지갑의 개인키 등을 통해 사실상 지배·관리할 수 있을 것
피고인 1이 기망행위를 통해 피해회사 측으로 하여금 6,000BTC를 자신의 단독 지갑으로 이전하게 했다면, 이는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의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한다.
죄명별 판단
피고인 1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부분에 대해서는 기망행위, 처분행위, 인과관계, 편취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모두 인정되었다.
피고인 1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공갈)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유지되었다.
피고인 2는 적법한 기간 내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그 상고는 부적법하다고 판단되었다.

결론

대법원은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1의 6,000BTC 편취에 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은 유죄로 확정되고, 공갈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은 무죄로 확정되었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비트코인이 물리적 실체나 법정통화로서의 강제통용력을 갖지 않더라도, 경제적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고 전자적으로 이전·저장·거래할 수 있는 이상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가상자산의 형법상 보호 여부는 법정화폐인지 또는 유체물인지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와 거래·이전·관리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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