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번호
사건명: 주주대표소송(손해배상)
관련 규정
상법 제382조 제2항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한다. 이에 따라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403조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관계
대형 건설회사의 임직원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및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의 입찰 과정에서 다른 건설회사들과 공구 배분, 시장점유율, 설계 내용 및 낙찰예정자 등을 합의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하여 회사에 다음과 같은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4대강 사업 입찰담합: 96억 9,700만 원
영주댐 입찰담합: 24억 9,100만 원
인천지하철 입찰담합: 160억 3,200만 원
영주댐 입찰담합: 24억 9,100만 원
인천지하철 입찰담합: 160억 3,200만 원
회사에 벌금도 부과되었다. 주주들은 이러한 과징금과 벌금 상당의 손해가 전·현직 대표이사,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들의 감시의무 위반으로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회사를 위하여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 이사들은 개별 입찰 업무에 관여하거나 담합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었고, 회사에 윤리강령·윤리세칙·기업행동강령과 임직원 교육제도가 마련되어 있었으므로 감시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사가 임직원의 입찰담합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더라도 내부통제시스템의 부재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가.
둘째,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집행에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나 비상임이사에게도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감시의무가 인정되는가.
셋째, 회사에 윤리규정과 준법교육이 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넷째, 감시의무 위반이 인정된 경우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가.
법리
1. 이사의 감시의무는 자신의 담당업무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를 적법하게 수행할 의무뿐만 아니라 대표이사와 다른 업무담당이사가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다른 이사나 임직원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이를 방치하였다면, 그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를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라 배상하여야 한다.
이러한 감시의무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 등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에게도 적용된다.
2. 대규모 회사에서는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감시가 요구된다
대규모 회사에서는 모든 이사가 개별 업무를 직접 확인하거나 모든 임직원의 행위를 일일이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무의 분업화와 전문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이사의 감시의무를 면제하지는 않는다. 이사는 회사의 규모, 조직, 업종, 영업의 성격과 관련 법령의 규제 정도에 비추어 법적 위험이 높은 업무를 식별하고, 그 업무가 법령에 따라 수행되는지를 관리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여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여야 한다.
내부통제시스템에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
관련 법령과 주요 법적 위험의 체계적 파악
위법행위에 관한 정보의 수집
이사회나 책임자에 대한 신고·보고
독립적인 조사와 사실확인
위반행위의 중단 및 시정조치
위반 임직원에 대한 징계와 재발 방지
위법행위에 관한 정보의 수집
이사회나 책임자에 대한 신고·보고
독립적인 조사와 사실확인
위반행위의 중단 및 시정조치
위반 임직원에 대한 징계와 재발 방지
따라서 이사가 개별 위법행위를 알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하지 않아 위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시스템의 부재 자체가 감시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
3. 추상적인 윤리규정과 일회적인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사는 입찰담합 당시 윤리강령, 윤리세칙 및 기업행동강령을 마련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경영과 공정거래법 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조치가 임직원의 직무수행에 관한 추상적·포괄적인 지침이나 사전 교육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담합이 의심되거나 확인될 때 정보를 수집·보고하고, 조사와 시정조치를 실시할 구체적인 장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부통제시스템의 존재 여부는 규정이나 담당 부서의 명칭이 존재하는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실제로 위법행위를 탐지하고 경영진에게 보고하며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고, 그 구조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4. 법 위반 위험이 높은 업종일수록 강화된 감시가 필요하다
대형 공공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건설회사의 수는 제한되어 있으므로, 건설업에서는 경쟁 사업자 사이의 입찰담합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
특히 이 사건 회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입찰담합에 관여하여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관련 형사사건도 진행 중이었다. 상당수 담합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회사의 이사들이 입찰업무를 법적 위험이 높은 분야로 인식하고, 담합을 예방·탐지하기 위한 별도의 보고·조사·통제절차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그런데도 이사들은 담합 방지를 위한 보고체계나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을 요구하지 않았다. 담합에 관여한 임직원을 조사하거나 징계하는 독립적인 절차도 없었고, 담합을 주도한 직원이 오히려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회사에 실효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재하였고 이사들이 그 구축·운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5. 사외이사의 감시의무는 그 지위와 정보접근 가능성을 고려한다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도 감시의무를 부담하지만, 업무집행이사의 책임과 완전히 동일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사외이사는 다음과 같은 경우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았는데도 그 구축을 촉구하지 않은 경우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경우
반복적인 법 위반이나 과징금 처분 등 위험징후가 나타났는데도 이사회 차원의 보고나 개선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경우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경우
반복적인 법 위반이나 과징금 처분 등 위험징후가 나타났는데도 이사회 차원의 보고나 개선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경우
따라서 사외이사는 개별 업무를 직접 집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면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책임의 성립과 범위에서는 실제 업무 관여 정도, 정보접근 가능성, 재직기간 및 내부통제를 요구할 수 있었던 현실적 권한 등이 함께 고려된다.
6. 과징금과 벌금도 회사가 입은 손해가 될 수 있다
회사가 임직원의 담합행위로 과징금이나 벌금을 납부하였다면 그 금액은 회사 재산의 감소에 해당한다.
그 손해가 이사들의 감시의무 위반, 즉 실효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하지 않은 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이사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이는 이사가 담합을 직접 지시하거나 가담한 경우에만 책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적절한 내부통제를 마련하였다면 위법행위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여 손해를 방지·축소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하지 않았다면 감시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7. 손해배상책임은 제반 사정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
이사의 임무 위반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이사가 언제나 손해 전액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사업의 내용과 성격
이사의 지위와 담당업무
임무 위반의 경위와 정도
손해의 발생·확대에 기여한 정도
이사의 재직기간
회사에 대한 평소의 공헌
이사가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었는지
회사 조직체계의 구조적 흠결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업무집행이사인지 사외이사인지
관련 행위로 이미 형사처벌을 받았는지
이사의 지위와 담당업무
임무 위반의 경위와 정도
손해의 발생·확대에 기여한 정도
이사의 재직기간
회사에 대한 평소의 공헌
이사가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었는지
회사 조직체계의 구조적 흠결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업무집행이사인지 사외이사인지
관련 행위로 이미 형사처벌을 받았는지
대법원은 이와 같은 책임제한 사유의 인정과 제한 비율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는 한 사실심 법원의 판단 영역이라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도 대표이사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무겁고, 일부 이사들은 비상임이사 또는 사외이사로서 입찰업무에 관한 전문지식과 관여 정도가 낮았던 점, 이사들이 담합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얻지는 않은 점 등이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되었다.
결론
대법원은 회사가 추상적인 윤리강령과 임직원 교육만 시행했을 뿐, 입찰담합을 실질적으로 예방·탐지·보고·시정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회사의 대표이사,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들은 개별 담합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보고받지 않았더라도, 담합 위험이 높은 건설업의 특성과 과거 반복된 법 위반 전력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상법 제399조의 감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이사의 손해배상액은 직위, 업무 관여 정도, 재직기간, 개인적 이득의 유무 및 회사의 구조적 문제 등을 고려하여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와 피고 쌍방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이사의 감시의무를 개별 위법행위에 대한 인식이나 관여 여부의 문제에서 회사 차원의 준법통제시스템 구축·운영 의무로 확장하였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명확히 하였다.
첫째, 고도로 분업화된 대규모 회사에서도 이사는 “알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둘째, 윤리강령이나 준법교육의 형식적 존재만으로는 부족하고, 법 위반을 탐지·보고·조사·시정하는 실효적인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셋째, 사외이사도 내부통제시스템이 없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위험징후를 외면하면 감시의무 위반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결국 이 판결은 이사 책임의 판단기준을 ‘개별 위법행위에 관여했는가’에서 ‘예측 가능한 법적 위험을 통제할 조직과 절차를 마련하고 실제로 작동시켰는가’로 구체화한 대표적인 내부통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