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관련판례
- 수원지방법원 2021. 3. 16. 선고 2020나63566 판결 ― 법제처에 등재된 원심판결. 택배 지점설치계약을 가맹계약으로 보고, 위법한 해지로 인한 영업이익 상당 손해 36,615,838원을 인정하였다.
-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2560 판결 ― 가맹사업법상 해지절차는 강행규정이고, 이를 위반한 급부 제공의 거절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법령
-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 가맹사업의 정의
-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 가맹계약 해지의 제한과 절차
-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의 무효
- 민법 제390조 ―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 민법 제689조 ― 위임계약의 해지
사실관계
피고는 택배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 측은 1999년부터 피고 회사의 지점으로 택배사업을 수탁·운영해 왔다.
원고는 2017년 6월 15일 피고와 창원지점에 관한 지점설치계약을 갱신하여 체결하였다. 이후 2018년 1월경 피고의 관할구역 조정에 따라 창원지점이 창원지점과 김해지점으로 분리되었고, 원고는 김해지점의 택배업무를 담당하였다.
지점설치계약의 주요 내용
계약상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 회사의 영업권과 상표 사용권을 부여하였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택배사업을 수탁하여 지정된 지역의 배송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독립채산제 사업자로 규정되어 있었지만, 실제 영업구조는 다음과 같았다.
- 피고 회사의 영업권·상표 등 영업표지 사용
- 피고 회사의 택배전산시스템 사용
- 피고 회사의 영업방식에 따른 택배업무 수행
- 매출수입금 전액을 일 단위로 본사에 보고
- 본사와 월 단위로 수수료 및 매출 정산
- 본사로부터 영업활동에 관한 지원과 통제를 받는 구조
계약기간은 2017년 7월 1일부터 2018년 6월 30일까지였고, 계약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통지가 없으면 같은 조건으로 1년씩 자동 연장되도록 정해져 있었다.
이에 따라 계약은 2018년 7월 1일 자동 갱신되어 2019년 6월 30일까지 연장되었다.
본사의 일방적 해지조항
계약 제11조 제3항 (다)목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정하고 있었다.
거래처 이탈, 물량감소 등으로 지점운영이 불가능하여 지점존속이 불가능하다고 피고가 판단할 경우 피고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원고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반면 원고가 계약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려면 본사에 포기서를 제출한 후 60일이 지나야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즉, 지점사업자가 해지할 때에는 60일의 유예기간을 두면서도 본사가 경영상 이유로 해지할 때에는 유예기간 없이 즉시 해지할 수 있고, 지점사업자의 이의제기까지 금지한 비대칭적 조항이었다.
본사의 지점 통합 통지
피고는 계약이 갱신된 직후인 2018년 8월 3일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김해지점을 창원 직영센터에 통합한다고 통지하였다.
- 주요 거래처 이탈
-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 배송수수료 인상 요구
- 김해지점과 창원 직영센터의 중복 운영비용 발생
피고는 2018년 8월 6일부터 김해지점의 배송·관리·노선·전산업무를 창원 직영센터로 통합하였다.
그 결과 원고는 김해지점의 관할구역에서 독립적으로 택배사업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핵심쟁점
- ‘택배 지점설치계약’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가맹사업법상 가맹계약에 해당하는가?
- 지점설치계약이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격도 갖는 경우 가맹사업법 제14조가 적용되는가?
- 본사가 경영상 이유로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유효한가?
- 김해지점을 창원 직영센터에 통합한다는 통지가 단순한 관할구역 조정인지 실질적인 계약해지인지
- 가맹사업법상 해지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지 통지가 손해배상책임을 발생시키는가?
택배 지점계약의 가맹계약 해당성
가맹사업법상 가맹사업에 해당하려면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인 거래구조를 살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다음 사항을 제공하였다.
- 피고의 영업권과 상표 등 영업표지 사용권
- 택배영업을 위한 전산시스템
- 택배사업의 운영방식과 업무지원
- 영업 및 경영활동에 관한 관리·통제
원고는 피고의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택배업무를 수행하고, 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일 단위로 매출수입금 전액을 보고한 뒤 월 단위로 정산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계속적 거래관계의 실질에 따라 이 사건 지점설치계약이 가맹사업법 제2조 제1호의 가맹사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위임계약과 가맹계약의 중첩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이 택배업무를 위탁한 민법상 위임계약이므로 위임인은 민법 제689조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하나의 계약이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격과 가맹계약의 성격을 함께 가질 수 있다.
계약이 위임의 성격을 갖더라도 가맹사업법이 민법상 위임 규정에 없는 해지절차를 별도로 정하고 있다면, 특별법인 가맹사업법이 우선 적용된다.
따라서 피고는 민법상 위임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맹사업법 제14조의 해지절차를 배제할 수 없다.
가맹계약 해지절차
가맹사업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면 원칙적으로 다음 절차를 거쳐야 한다.
- 가맹점사업자에게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것
-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
- 위반 사실을 시정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명시할 것
- 위 내용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할 것
같은 조 제2항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가맹계약 해지는 효력이 없다고 정한다.
가맹사업법 제14조의 강행규정성
대법원은 가맹사업법 제14조가 단순한 절차상 권고규정이 아니라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하였다.
그 목적은 가맹점사업자에게 다음과 같은 보호를 제공하는 데 있다.
- 계약해지사유에 대해 해명할 기회
- 계약 위반사항을 시정할 기회
- 갑작스러운 가맹사업 종료에 대비할 기간
따라서 계약서에 본사가 일방적으로 즉시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가맹사업법 제14조보다 가맹점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효력이 없다.
이 사건 계약 제11조 제3항 (다)목은 가맹사업법 제14조에 반하므로 그 자체로 무효이다.
약관법상 불공정성
원심은 해당 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계약을 해지할 때에는 60일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피고가 경영상 이유로 해지할 때에는 아무런 유예기간을 두지 않았고, 원고의 이의제기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하였다.
이는 원고에게 해지사유 발생에 관한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부담시키는 조항으로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약관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지점 통합 통지의 실질
피고는 김해지점과 창원지점의 통합이 계약해지가 아니라 계약상 허용된 관할구역 조정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통지 내용은 김해지점의 배송·관리·노선·전산업무 전부를 창원 직영센터에 통합하여 원고의 독립적인 사업 운영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었다.
원심과 대법원은 명칭과 관계없이 그 실질이 원고와의 지점설치계약을 종료하는 해지 통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해지 통지의 효력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2개월 이상의 시정기간을 부여하지 않았으며, 법이 요구하는 2회의 서면통지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의 해지 통지는 가맹사업법 제14조가 요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었다.
계약서상 일방적 해지조항도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해지의 근거가 될 수 없었다.
합의해지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해지 통지 후 반품운송장을 반납하고 냉동탑차를 피고에게 양도했으므로 계약이 합의해지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가 김해지점의 업무를 창원 직영센터로 통합하면서 더 이상 지점을 운영할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사업 종료를 위한 후속조치를 한 것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운송장 반납과 차량 인도만으로 원고가 계약해지에 합의했다고 볼 수 없었다.
손해배상책임
해지 통지는 법률상 효력이 없었지만, 피고가 원고에게 더 이상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하고 객관적으로 표시한 것이므로 채무불이행인 이행거절에 해당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위법한 이행거절로 원고가 얻지 못한 영업이익을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김해지점을 운영하면서 얻은 소득을 기준으로 월평균 영업이익을 3,433,719원으로 산정하였다.
이를 기초로 피고가 업무를 중단시킨 2018년 8월 6일부터 갱신된 계약기간 만료일인 2019년 6월 30일까지의 영업이익 상당 손해를 36,615,838원으로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심판단이 모두 정당하다고 보았다.
- 택배 지점설치계약은 가맹사업법상 가맹계약에 해당한다.
- 민법상 위임의 성격이 있더라도 가맹사업법이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된다.
- 가맹사업법 제14조는 강행규정이다.
- 가맹사업법상 절차를 배제한 일방적 해지조항은 무효이다.
-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지 통지도 효력이 없다.
- 피고의 업무 통합 통지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이행거절에 해당한다.
피고가 상고심에서 주장한 손익상계와 책임제한은 상고심에 이르러 처음 제기된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피고 택배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영업이익 상당 손해 36,615,838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판결의 의의
가맹사업 해당 여부는 계약서의 명칭이나 당사자가 ‘지점’, ‘대리점’, ‘수탁자’, ‘독립사업자’라고 표현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거래구조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사업자가 본사의 영업표지와 전산시스템을 사용하고 본사로부터 영업지원과 통제를 받으며 계속적으로 수입을 정산한다면, 택배 지점계약도 가맹계약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가맹계약이 위임·도급·대리점계약의 성격을 함께 가지더라도, 계약해지에는 특별법인 가맹사업법 제14조가 우선 적용된다. 가맹본부가 계약서에 임의해지권이나 즉시해지권을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법정 해지절차를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