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국인의 행위능력·후견 준거법과 국내 부동산 처분의 효력

핵심 결론 한국 부동산 거래라도 미국 시민권자의 행위능력과 후견은 본국법인 미국법에 따른다. 미국 후견심판으로 계약능력이 제한된 사람의 재산을 후견인 동의 없이 처분한 계약은 무효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1다201306

해당 판례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01306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 원고: 미국 시민권자로서 미국 법원의 후견심판을 받은 부동산 소유자
  • 피고: 원고의 공유지분에 관하여 매매·근저당권설정·증여를 원인으로 등기를 마친 사람들
  • 청구 내용: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 등
  • 결과: 피고들의 상고 모두 기각
하급심
  • 원심: 수원지방법원 2020. 12. 11. 선고 2019나78210 판결
  • 대법원: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
원심은 미국 시민권자인 원고의 행위능력과 후견에는 미국법이 적용되고, 미국 법원의 후견심판으로 원고의 재산상 계약능력이 제한되었으므로 후견인 동의 없이 체결된 매매·근저당권설정·증여계약은 모두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적법한 후견인인 원고의 아들이 미국 법원의 승인을 받아 국내 소송을 통제하고 소송대리인을 선임함으로써, 종전에 권한이 문제 되었던 후견인이 한 소송행위도 적법하게 추인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법제처 판례정보에는 별도의 참조판례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관련 법령

구법 적용에 관한 주의점
대법원 판결문에는 ‘국제사법 제13조 제1항, 제48조 제1항’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국제사법은 2022년 1월 4일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어 2022년 7월 5일부터 시행되었다.
이 판결은 전부개정 전인 2021년 7월 21일 선고되었으므로 구 국제사법이 적용되었다.
따라서 홈페이지에서는 현행 국제사법 제13조나 제48조에 연결하지 않고 위와 같이 구법임을 명시한다.

사실관계

원고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대한민국에 있는 여러 부동산의 공유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지방법원은 2011년 8월경 랜터만-페트리스-쇼트법(Lanterman-Petris-Short Act)에 따라 원고에 대한 후견심판을 하였다.
미국 법원은 원고의 아들을 재산관리에 관한 후견인으로 선임하고, 2011년 8월 9일부터 1년 동안 원고의 재산권에 관한 계약체결 능력 등을 제한하였다. 2012년 8월경에는 후견기간을 1년 더 연장하였다.
이 후견기간 중 원고의 형제인 피고 2는 자신이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원고 소유의 부동산 공유지분에 관하여 다음 계약을 체결하였다.
  • 매매계약
  • 근저당권설정계약
  • 증여계약
이에 따라 피고들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또는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
그러나 위 계약들은 미국 법원이 선임한 원고의 후견인인 아들의 동의 없이 체결되었다.
그 후 미국 법원은 2014년 8월경 원고의 또 다른 형제를 1년간 새로운 후견인으로 선임하였다. 이 후견인은 2015년 6월경 미국 법원의 별도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원고의 후견인 자격으로 국내 법원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에서는 피고들 명의의 등기의 원인이 된 매매·근저당권설정·증여계약이 원고의 행위능력이 제한된 기간에 후견인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소를 제기한 후견인은 2016년 10월경 미국 법원으로부터 후견인 지위를 박탈당하였다.
이후 원고의 아들은 2018년 11월경 미국 법원으로부터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인 이 사건 소송에 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을 승인받았다. 아들은 제1심 계속 중 원고의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화우를 선임하였고, 그 소송대리인이 원고를 대리하여 소송을 계속하였다.

법리

국내 부동산에 관한 거래라도 당사자의 행위능력은 본국법에 따른다
국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과 등기에는 원칙적으로 부동산 소재지법인 대한민국 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부동산을 처분한 사람이 계약을 체결할 행위능력을 갖추었는지는 별개의 국제사법상 쟁점이다.
구 국제사법 제13조 제1항은 사람의 행위능력을 본국법에 따르도록 정하였다. 따라서 계약 목적물이 대한민국 부동산이라도 계약 당사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면 그 사람의 행위능력은 미국법에 따라 판단한다.
즉, 다음 사항은 구별해야 한다.
  • 당사자가 유효하게 계약할 능력이 있는지: 당사자의 본국법
  • 계약에 따른 국내 부동산의 물권변동 및 등기: 부동산 소재지법인 대한민국 법
이 사건의 핵심은 등기절차 자체보다 그 원인이 된 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에게 유효한 계약능력이 있었는지였다.
후견의 성립과 후견인의 권한도 피후견인의 본국법에 따른다
구 국제사법 제48조 제1항은 후견에 관하여 피후견인의 본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였다.
원고는 미국 시민권자이므로 다음 사항은 미국법과 미국 법원의 후견심판에 따라 판단한다.
  • 원고가 후견을 받아야 하는 상태인지
  • 원고의 행위능력이 어느 범위에서 제한되는지
  • 후견인이 누구인지
  •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법률행위가 무엇인지
  • 후견인이 원고를 대리하거나 재산을 관리할 권한의 범위
미국 법원이 원고의 재산상 계약체결 능력을 제한하고 아들을 재산관리 후견인으로 선임한 이상, 국내 법원도 그 후견심판을 전제로 원고의 행위능력과 후견인의 권한을 판단할 수 있다.
계약능력이 제한된 기간에 후견인 동의 없이 체결된 계약은 무효이다
미국 법원의 후견심판에 따라 원고는 후견기간 중 재산권에 관한 계약을 독자적으로 체결할 능력이 제한되었다.
그런데 원고의 형제는 자신이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원고 소유의 공유지분에 관한 매매·근저당권설정·증여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에는 적법한 재산관리 후견인이었던 원고 아들의 동의가 없었다.
따라서 원고의 재산을 처분한 계약은 모두 무효이고, 이를 원인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도 원인무효가 된다.
등기명의인들이 계약 체결 당시 원고의 후견 상태를 알았는지는 위 계약의 효력을 좌우하지 않는다. 원고에게 계약능력이 없고 적법한 후견인의 동의도 없었다면 그 계약을 유효한 처분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형제가 주장한 대리권만으로 후견인의 권한을 대신할 수 없다
원고의 형제가 과거 원고로부터 대리권을 받았다고 주장하더라도, 후견심판으로 원고의 재산상 행위능력이 제한되고 법원이 별도의 재산관리 후견인을 선임한 이상 그 대리권의 존속과 범위는 후견의 준거법인 미국법과 후견심판의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적법한 후견인의 동의 없이 임의대리인이 피후견인의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형제가 단순히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정만으로 매매·근저당권설정·증여계약이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다.
소를 제기한 후견인의 권한 하자는 적법한 후견인의 추인으로 치유될 수 있다
이 사건 소송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2014년 8월경 미국 법원에서 후견인으로 선임된 원고의 다른 형제였다.
그는 미국 법원의 별도 승인을 받지 않고 이 사건 소를 제기했고, 2016년 10월경에는 후견인 지위도 박탈당하였다. 이에 따라 최초 소 제기와 그 후의 소송행위에 적법한 법정대리권이 있었는지가 문제 되었다.
그러나 원고의 아들은 2018년 11월경 미국 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국내 소송을 통제할 권한을 승인받았다. 이어 원고를 대리할 법무법인을 선임하여 소송을 계속하였다.
원심은 적법한 권한을 갖게 된 원고의 아들과 그가 선임한 소송대리인이 소송을 계속함으로써 종전에 이루어진 흠 있는 소송행위를 적법하게 추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최초 소 제기 당시 법정대리권이나 미국 법원의 승인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적법한 후견인의 추인으로 소송절차의 하자가 치유되었다.
외국 후견심판의 효력과 국내 소송대리권은 구별하여 판단한다
이 사건에는 두 가지 문제가 함께 존재하였다.
첫째는 원고의 재산상 행위능력과 부동산 처분계약의 효력이다. 이는 원고의 본국법인 미국법과 미국 법원의 후견심판에 따라 판단한다.
둘째는 대한민국 법원에서 누가 원고를 대리하여 소송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국내 소송행위의 방식과 소송대리 절차에는 대한민국 소송법이 적용되지만, 누가 원고의 후견인으로서 법정대리권을 가지는지는 후견의 준거법인 미국법과 미국 법원의 결정이 전제가 된다.
미국 법원이 원고의 아들에게 국내 소송을 통제할 권한을 인정하고, 아들이 국내 변호사를 적법하게 선임했다면 그 소송대리인의 행위는 유효하다.

결론

대한민국에 있는 부동산의 처분계약이라도 계약 당사자인 소유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면 그 사람의 행위능력은 구 국제사법 제13조 제1항에 따라 본국법인 미국법으로 판단한다.
후견의 성립, 행위능력 제한의 범위 및 후견인의 권한 역시 구 국제사법 제48조 제1항에 따라 피후견인의 본국법인 미국법에 따른다.
원고는 미국 법원의 후견심판으로 재산권에 관한 계약체결 능력이 제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적법한 재산관리 후견인의 동의 없이 원고의 형제가 체결한 매매·근저당권설정·증여계약은 모두 무효이고, 이를 원인으로 이루어진 등기도 말소되어야 한다.
또한 최초 소 제기 당시 후견인의 권한에 흠이 있었더라도, 이후 미국 법원의 승인을 받은 적법한 후견인이 국내 소송을 통제하고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종전 소송행위를 추인하였으므로 그 하자는 치유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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