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1. 2. 4. 자 2020스647 결정 [성년후견인변경]
- 청구인: 피성년후견인의 자녀
- 참가인·재항고인: 피성년후견인의 큰형이자 기존 성년후견인
- 사건본인: 뇌출혈로 거동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피성년후견인
- 결과: 기존 성년후견인의 재항고를 받아들여 원심결정 파기·환송
하급심
- 제1심: 성년후견인 변경청구 기각, 다만 기존 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를 제한
- 원심: 창원지방법원 2020. 6. 18. 자 2019브10038 결정
- 대법원: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창원지방법원에 환송
제1심
제1심은 약 2년간 성년후견감독 기록과 후견사무보고서 등을 조사한 결과 기존 후견인을 변경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청구인의 변경청구를 기각하였다.
다만 기존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중요 재산행위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권한을 제한하였다.
- 금전을 빌리는 행위
- 부동산 등 중요재산의 처분행위
- 그 밖에 피성년후견인의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
즉, 제1심은 기존 후견인을 교체할 정도의 사유는 없지만 재산관리의 안전을 위해 법원의 감독과 사전허가를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원심
원심은 기존 후견인을 사단법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로 변경하였다.
원심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들었다.
- 피성년후견인의 재산을 둘러싸고 자녀들과 기존 후견인 등 가족 사이의 갈등이 계속된 점
- 갈등이 지속되면 피성년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에 손해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점
- 청구인이 법원이 정하는 객관적인 제3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해 달라는 의견을 밝힌 점
- 기존 후견인도 제3자인 전문법인으로 변경하는 데 반대하지 않은 점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기존 후견인이 후견임무에 부적합하다거나 전문법인이 더 적합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 헌법재판소 2019. 12. 27. 선고 2018헌바161 전원재판부 결정 성년후견제도는 본인의 의사와 잔존능력을 존중하고, 개인의 구체적 상황에 맞는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 대법원 1986. 8. 26. 자 86프1 결정 기존 부재자재산관리인에게 부적성을 나타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충분한 조사 없이 쉽게 관리인을 개임한 것은 재량권을 벗어나 위법하다고 하였다.
- 대법원 2011. 10. 27. 자 2011스108 결정 일부 상속인과 유언집행자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집행자를 해임할 수 없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체적 사정이 소명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929조 성년후견심판이 있는 경우 성년후견인을 두도록 규정한다.
- 민법 제936조 제1항·제2항 가정법원이 성년후견인을 직권으로 선임하고, 기존 후견인이 없게 된 경우 새 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한다.
- 민법 제936조 제3항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여러 명의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 민법 제936조 제4항 후견인을 선임할 때 피성년후견인의 의사·건강·생활관계·재산상황, 후견인 후보자의 직업·경험과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도록 한다.
- 민법 제937조 후견인의 결격사유를 규정한다.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은 후견인이 될 수 없다.
- 민법 제938조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과 신상결정권의 범위를 정하고, 법원이 그 범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
- 민법 제940조 가정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 또는 일정한 사람의 청구에 따라 성년후견인을 변경할 수 있다.
- 민법 제947조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복리에 맞게 후견사무를 처리하고,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 민법 제954조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재산상황을 조사하고 후견인에게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사실관계
사건본인은 1959년생 남성으로, 뇌출혈이 발병하여 거동이나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사건본인의 큰형인 참가인은 사건본인에 대한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2017년 4월 3일 사건본인에 대한 성년후견을 개시하고 큰형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하였다. 이 심판은 2017년 4월 25일 확정되었다.
후견개시심판 당시 사건본인의 두 자녀는 각각 약 23세와 21세였다. 이들은 가정법원에 큰아버지가 성년후견인이 되는 데 동의한다는 취지의 후견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자녀 중 한 명인 청구인은 후견개시심판이 확정된 지 불과 3일 뒤인 2017년 4월 28일 성년후견인 변경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은 기존 후견인과 그 딸이 사건본인의 재산을 빼앗고 자신들의 후견동의서를 위조하여 법원에 제출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기존 후견인의 딸을 고소했지만 2017년 12월경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한편 청구인이 당시 사건본인과 동거하면서 직접 간병하거나 신상보호를 담당했다고 볼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구인은 2016년 9월경부터 사건본인과 주민등록상 다른 주소에서 생활한 것으로 보였다.
제1심은 기존 후견인을 절차에 참가시킨 다음 성년후견감독 사건의 기록과 후견사무보고서 등을 조사하면서 약 2년간 후견업무의 적정성을 심리하였다.
제1심은 기존 후견인이 재산관리나 신상보호 업무를 부적절하게 수행했다고 볼 충분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하여 후견인 변경청구를 기각하였다.
다만 중요 재산행위에 관해서는 기존 후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법정대리권의 범위를 제한하였다.
원심은 가족 간의 재산갈등이 계속되면 사건본인의 신상과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기존 후견인을 사단법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로 변경하였다.
법리
성년후견인의 변경은 기존 후견인의 해임을 포함한다
민법은 법정후견인인 성년후견인의 ‘해임’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변경’을 규정한다.
따라서 성년후견인의 변경은 다음 두 가지 법적 효과를 동시에 가진다.
- 기존 성년후견인의 해임
- 새로운 성년후견인의 선임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은 민법 제937조 제6호에 따라 다시 후견인이 될 수 없는 불이익도 받는다.
따라서 성년후견인 변경은 단순히 더 나은 후보자를 선택하는 절차가 아니라, 기존 후견인에게 임무를 계속 맡기기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전제로 하는 중대한 처분이다.
변경사유는 기존 후견인의 실제 임무수행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민법 제940조는 ‘피성년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후견인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변경요건으로 정한다.
대법원은 이를 다음과 같이 구체화하였다.
- 후견인의 임무수행 전체를 살펴볼 것
-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사정이 있을 것
- 그 사정으로 후견인 업무를 계속 맡기기 부적절할 것
- 그 부적절성이 피성년후견인의 복리에 실제 영향을 미칠 것
따라서 기존 후견인보다 전문법인이나 제3자가 더 객관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기존 후견인이 재산관리 또는 신상보호 업무를 실제로 어떻게 수행했는지를 조사하고, 그 임무수행이 피성년후견인의 복리를 해치는 구체적인 사정을 확인해야 한다.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모두 평가해야 한다
성년후견인의 임무는 재산관리에 한정되지 않는다.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치료·요양·간병·거주·생활관계 등 신상보호 업무도 담당한다. 신상보호는 재산관리 못지않게 피성년후견인의 복리에 중요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견인 변경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 두 측면을 모두 심리해야 한다.
- 재산관리: 수입·지출, 재산보존, 중요재산 처분 및 이해상충 여부
- 신상보호: 치료·요양·간병, 주거와 생활환경, 가족관계 및 본인 의사 존중
재산분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상보호 업무까지 부적절하다고 추정할 수 없다. 반대로 재산관리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피성년후견인의 치료와 생활을 방치했다면 변경사유가 될 수 있다.
가족 간 갈등만으로 후견인을 변경할 수 없다
성년후견인 선임과 업무수행을 둘러싸고 가족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족 간 갈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음 사항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 기존 후견인이 임무에 부적합하다는 점
- 갈등이 피성년후견인의 복리에 실제 해를 끼친다는 점
- 후견인을 제3자로 바꾸면 갈등이 해소된다는 점
- 전문법인이 친족 후견인보다 신상보호에 더 적합하다는 점
가족 갈등을 변경사유로 인정하려면 그 갈등 때문에 피성년후견인의 재산이나 신상에 구체적인 손해·위험이 발생하고, 후견인 변경으로 그 위험이 해소되거나 완화되어 복리가 증진될 것이라는 사정이 확인되어야 한다.
원심이 든 ‘장래 손해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은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단되었다.
당사자들이 제3자 후견인 선임에 동의해도 변경사유가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는다
원심에서는 청구인과 기존 후견인이 모두 법원이 정하는 객관적인 제3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년후견인 변경의 기준은 가족들의 합의나 분쟁 해결의 편의가 아니라 피성년후견인의 복리다.
기존 후견인이 제3자 선임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기존 후견인의 임무수행이 부적절한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특히 사건본인은 뇌출혈로 거동이나 의사표시가 어려웠으므로, 실제 치료·요양과 일상생활을 지원해야 하는 신상보호 측면에서 전문법인이 친형보다 더 적합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후견인 변경청구가 선임결정에 대한 우회적 불복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년후견개시와 후견인 선임 과정에서는 피성년후견인의 의사·건강·생활관계·재산상황과 후견인 후보자의 직업·경험·이해관계 등을 심리한다.
선임심판에 불복하려면 법정기간 내 즉시항고해야 한다.
후견인이 선임된 직후 별다른 사정변경 없이 변경청구를 허용하면 이미 확정된 선임심판에 대한 심리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변경청구가 즉시항고를 대신하는 우회적 불복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후견개시심판이 확정된 지 3일 만에 변경청구가 제기되었다. 따라서 기존 후견인이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부적절한 사정이 있는지를 더욱 엄격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변경보다 덜 침해적인 감독수단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후견인의 업무수행에 일부 우려가 있더라도 곧바로 후견인을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법원은 피성년후견인의 복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 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 제한
- 중요 재산행위에 대한 법원의 사전허가
- 후견사무보고서 제출 명령
- 재산상황 및 후견업무 조사
- 후견업무에 관한 시정명령
- 추가 성년후견인 선임
- 신상결정권 범위의 조정
따라서 법원은 기존 후견인을 유지하면서 감독이나 권한 제한으로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 피성년후견인의 복리에 더 적합한지 검토해야 한다.
제1심이 중요 재산행위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는 후견인을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재산관리 위험을 줄이는 대안이었다.
결론
성년후견인을 변경하려면 기존 후견인이 재산관리와 신상보호 업무를 수행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후견인으로 부적절하게 되었고, 그 부적절성이 피성년후견인의 복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구체적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단순히 가족 사이에 재산분쟁이 있거나 장래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 당사자들이 제3자 후견인 선임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사건에서는 기존 후견인이 실제 재산관리와 신상보호 업무를 부적절하게 수행했다고 볼 구체적인 자료가 없었다. 사건본인의 신상보호 측면에서 전문 후견법인이 친형인 기존 후견인보다 더 적합하다고 단정할 자료도 부족하였다.
또한 기존 후견인의 권한을 제한하거나 중요 재산행위에 법원의 허가를 요구하는 등 변경보다 덜 침해적인 감독수단도 존재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가족 갈등과 추상적인 위험 가능성만으로 기존 후견인을 전문법인으로 변경한 원심결정에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