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표이사 해임에는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

핵심 결론 대표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선임·해임하도록 정관에 규정했더라도, 대표이사 해임에는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 이사직도 함께 상실한 경우에는 이사 해임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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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판례·법령 2020다245552, 2020다285697

판례번호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0다245552 판결

관련규정

상법 제385조 제1항(해임)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 다만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해임한 때에는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상법 제389조 제1항(대표이사)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이사회가 이사 중에서 선정한다. 다만 정관으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정하도록 정할 수 있다.

상법 제434조(정관변경의 특별결의)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모회사가 발행주식 전부를 보유한 지방계열 방송회사였다.
원고는 2017년 3월 3일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피고 회사의 정관은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대표이사를 이사회가 아니라 주주총회에서 직접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원고는 2017년 12월 26일 개최된 피고 회사의 임시주주총회 결의로 임기만료 전에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모두 해임되었다.
이에 원고는 정해진 임기 3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의 청구구조는 대표이사 해임과 이사 해임을 구분하고 있었다.
주위적으로는 대표이사 해임에도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가 유추적용된다고 주장하면서, 잔여 임기 동안 받을 수 있었던 대표이사 보수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아울러 이사 해임을 이유로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직접 적용하여 대표이사 보수 또는 이사 보수를 기준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청구도 하였다.
원심은 피고 회사처럼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가 대표이사를 직접 선임하고 해임하는 경우에는 회사와 대표이사 사이에 직접적인 위임관계가 성립하고, 대표이사의 임기도 대표이사의 이익을 위한 목적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은 대표이사 해임에도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법리

1. 이사와 대표이사는 서로 다른 회사법상 지위이다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고 해임되며 회사의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이사는 상법상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임기를 정할 수 있다.
반면 대표이사는 이사 중에서 선정되어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업무를 집행하는 기관이다.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이사회가 선정하고 해임하며 통상 이사로서의 임기와 별도로 대표이사 임기를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 사람이 이사와 대표이사를 겸하더라도 이사로서의 지위와 대표이사로서의 지위는 법적으로 구별된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더라도 이사직에서 해임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사의 지위와 권한을 보유한다.

2. 이사 해임과 대표이사 해임은 절차와 효과가 다르다

이사를 해임하려면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특별결의가 성립하면 해당 임원은 이사의 지위를 상실한다.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이사회 결의로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가 대표이사를 선정하는 회사에서도 정관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대표이사는 주주총회 보통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
대표이사 해임은 대표권과 업무집행권을 상실시키지만 이사 지위까지 당연히 상실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해임기관, 결의요건 및 해임의 효과가 다르므로 주주총회에 의한 이사 해임과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에 의한 대표이사 해임을 유사한 법률관계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사 해임에 관한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를 대표이사 해임에 유추적용할 수 없다.

3. 대표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선임·해임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상법 제389조 제1항 단서는 정관으로 대표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선정하도록 정할 수 있게 한다.
원심은 피고 회사의 경우 주주총회가 대표이사를 직접 선임하고 해임하므로 일반적인 이사회 선임형 대표이사와 다르다고 보았다. 특히 회사와 대표이사 사이에 직접적인 위임관계가 성립하고 대표이사 임기는 대표이사의 이익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근거로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선정기관이 이사회인지 주주총회인지는 본질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가 대표이사를 직접 선정하더라도 대표이사의 지위·권한 및 해임 효과가 이사의 그것과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주총회가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해임하는 회사에서도 대표이사 해임만을 이유로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4.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의 지위 안정과 주주의 지배권을 조화시키는 규정이다

상법은 주주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하여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주주가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하여 회사 경영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임기가 정해진 이사를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해임하면 이사의 지위가 지나치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는 이러한 문제를 조정하기 위하여 해임 자체의 효력은 인정하면서도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킨다. 즉 주주의 회사 지배권과 이사의 지위 안정 사이의 균형을 위한 규정이다.
이 조항의 주된 목적이 대표이사나 이사의 잔여 임기 보수를 보장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이사가 해임되더라도 이사직을 유지한다면 이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은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대표이사직 상실에 대하여 이사 해임과 동일한 법정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5. 대표이사와 이사에서 모두 해임되었다면 이사 해임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직뿐 아니라 이사직에서도 함께 해임되거나, 이사에서 해임됨으로써 대표이사 자격까지 상실한 경우에는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이사 해임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되려면 다음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이사의 임기가 정해져 있어야 한다.
둘째, 임기만료 전에 이사에서 해임되어야 한다.
셋째, 이사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대표이사와 이사의 지위를 모두 상실한 경우에도 대표이사 해임에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할 필요가 없다. 이사 해임을 이유로 위 조항을 직접 적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모두 해임되었으므로, 원고가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는 대표이사 해임이 아니라 사내이사 해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6. 손해액도 대표이사 보수와 이사 보수를 구별해야 한다

대표이사 해임에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으므로, 대표이사직 상실을 이유로 잔여 임기의 대표이사 보수 전액을 당연히 손해로 청구할 수는 없다.
이사 해임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손해액은 이사로서 지급받기로 한 보수, 보수결정의 근거, 임기, 해임에 따른 실제 손실 등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대표이사와 이사의 보수가 별도로 구분되지 않았거나 대표이사만 유급이고 다른 이사는 무보수였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대표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표이사와 회사 사이에 별도의 고용계약, 위임계약, 보수보장약정 또는 해임 시 보상약정이 존재한다면 상법 제385조와 별개로 그 계약의 해석과 효력이 문제 될 수 있다.

7. 2020다285697 판결과의 관계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0다285697 판결은 이 판결의 법리를 이어받아 다음 사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다.
대표이사 임기가 정관상 3년으로 정해져 있더라도 상임이사 임기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 대표이사 임기를 상임이사 임기로 간주할 수 없다.
대표이사 해임에는 상법 제38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임기를 정하지 않은 상임이사 역시 중도 해임을 이유로 위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두 판결을 종합하면 해임된 임원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다음 순서로 검토해야 한다.
먼저 해임된 지위가 이사인지 대표이사인지 구분해야 한다.
대표이사직에서만 해임된 경우에는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적용하거나 유추적용할 수 없다.
이사직에서도 해임되었다면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이사의 임기가 실제로 정해져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후 임기만료 전 해임인지,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이사 해임으로 발생한 손해가 얼마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결론

대법원은 대표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직접 선임·해임하도록 정관에 규정한 회사라도 대표이사 해임에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를 유추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표이사와 이사는 그 지위·권한·선임 및 해임 절차와 해임 효과가 서로 다르므로, 대표이사 해임을 이사 해임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이사와 이사에서 모두 해임된 경우에는 대표이사 해임에 대한 유추적용이 아니라 이사 해임에 관하여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직접 적용하여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대표이사 해임을 이유로 상법 제385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손해배상을 인정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과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이 판결은 임원 해임 관련 손해배상에서 직함이나 보수의 실질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이사와 대표이사의 법적 지위를 분리한 후 각각의 임기와 해임 근거에 따라 청구권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중요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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