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질적으로 회사를 경영한 회장의 책임과 소멸시효

핵심 결론 등기이사가 아니더라도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이사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회장 등의 명칭으로 직접 경영한 사람은 상법상 이사와 같은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책임에는 불법행위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10년의 일반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다236848, 2005다51471

관련 판례

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0다236848 판결
대법원은 상법 제401조의2 제1항의 업무집행지시자 등의 책임은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 상법이 그를 이사로 의제함에 따라 발생하는 법정책임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1985. 6. 25. 선고 84다카1954 판결
이사 또는 감사의 회사에 대한 임무해태책임은 위임관계에서 발생하는 채무불이행책임이므로, 일반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가 아니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법리를 확립한 판결입니다.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5다51471 판결
이사의 회사에 대한 임무해태책임이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 위임관계에 기초한 채무불이행책임이라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관련 법령

상법 제399조 제1항는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합니다.
상법 제401조의2 제1항은 다음에 해당하는 사람을 그 지시하거나 집행한 업무에 관하여 이사로 봅니다.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사람
이사의 이름으로 직접 업무를 집행한 사람
이사가 아니면서 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 등 회사의 업무집행권한이 있다고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업무를 집행한 사람
상법 제414조 제1항은 감사가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합니다.
민법 제390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민법 제766조 제1항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3년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합니다.

사실관계

파산회사는 호텔과 콘도의 관리·운영업 등을 영위하면서 2007년경부터 호텔 구분소유자들로부터 권한을 위탁받아 호텔을 운영하였습니다. 회사는 2018년 파산선고를 받았고, 파산관재인이 선임되었습니다.
피고 1은 한때 회사의 공동대표이사와 이사로 재직하였지만, 등기이사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2016년까지 회사의 회장으로서 회사 운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담당하였습니다. 피고 2는 대표이사로, 피고 3은 감사와 이사로 각각 재직하였습니다.
피고들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행위 등으로 형사기소되어 일부 범행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2016년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파산관재인은 피고들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예비적으로 상법 제399조·제401조의2제414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들은 회사가 횡령 사실과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났으므로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습니다.

법리

첫째, 이사와 감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은 단순한 불법행위책임이 아닙니다.
이사와 회사의 관계에는 민법상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됩니다. 따라서 이사가 법령·정관 또는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상법 제399조에 따른 책임은 위임관계에 기초한 채무불이행책임의 성질을 가집니다.
감사의 임무해태에 관한 상법 제414조의 책임도 동일하게 해석됩니다. 그러므로 이사와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일반채권의 10년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둘째, 등기이사가 아닌 실질적 경영자도 이사와 같은 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401조의2는 형식적으로 이사로 등기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 경영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따라서 대주주나 회장 등이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하거나 직접 회사 업무를 집행하였다면, 그가 관여한 업무에 관하여 이사와 같은 법령준수의무·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부담합니다.
다만 회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주도하였는지, 대표이사나 이사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는지, 자금과 인사 및 영업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였는지 등을 종합하여 상법 제401조의2의 요건을 판단해야 합니다.
셋째, 업무집행지시자의 책임에도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업무집행지시자 등의 책임은 그 행위가 불법행위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법이 실질적인 업무집행자를 이사로 의제하고, 그가 관여한 업무에 대하여 상법 제399조의 책임을 부담시키기 때문에 발생하는 책임입니다.
따라서 업무집행지시자 등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채권에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판결은 종래 이사·감사에 관하여 인정되던 10년 소멸시효 법리를 사실상 이사인 업무집행지시자에게까지 확장하였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넷째, 동일한 행위에 관하여 불법행위책임과 상법상 책임은 별개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임원의 횡령이나 배임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인 동시에 상법상 임무해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각 청구권은 발생근거와 소멸시효가 서로 다릅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회사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정만으로 상법 제399조 또는 제401조의2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까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송에서는 불법행위청구와 상법상 임무해태책임을 별도의 청구원인으로 명확히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대표이사와 이사로 재직한 피고들뿐만 아니라, 등기이사 퇴임 후에도 회장으로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피고에게 상법 제401조의2에 따른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습니다.
그 책임은 일반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 상법상 이사 의제에 따른 책임이므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실질적 경영자가 등기이사에서 퇴임하거나 처음부터 이사로 등기되지 않았더라도, 실제 업무지시와 경영 관여가 증명되면 이사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며 그 책임을 단기소멸시효로 쉽게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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