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취하합의의 효력과 착오·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

핵심 결론 소취하합의는 합의가 불리하거나 법적 효과를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취소되지 않는다. 착오·사기 등이 증명되지 않으면 합의는 유효하며, 파기환송심은 조건부 취하된 본소와 반소를 모두 각하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다227523, 2017다21411, 2016다239345, 2010다40505, 2013다19571

해당 판례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523, 227530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소유권이전등기]
  • 본소 원고: 매매계약 특약에 따라 토지 일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한 사람
  • 반소 원고: 근저당권 말소를 위해 대위변제한 금액의 상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람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전부 파기·환송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제1심
제1심은 원고의 본소인 토지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전부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인 근저당권 피담보채무 대위변제액의 상환 또는 손해배상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환송 전 원심
항소심 계속 중 피고는 원고가 본소를 취하하고 더 이상 민사·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합의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도 본소가 취하되면 반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원고는 소취하합의의 법적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서명했다며 착오를 이유로 합의를 취소한다고 주장하였다.
환송 전 원심은 소취하합의를 민법상 화해계약으로 보면서도 다음 이유로 원고의 착오 취소를 인정하였다.
  • 피고의 근저당채무 대위변제 손해가 피고와 관련 회사 사이에서 이미 정산되었다.
  • 제1심에서 승소한 원고가 본소를 취하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다.
  • 이러한 사정은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관한 착오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가 관련 회사와 정산합의를 한 이상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도 포기하거나 면제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환송 전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였다.
피고의 대위변제 손해가 존재하는지는 본소에 대한 항변이자 반소청구의 직접적인 대상이었다. 따라서 이는 화해의 전제로서 다툼이 없었던 사항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계속 다투던 분쟁 자체였다.
그러므로 소취하합의가 화해계약이라면 그 부분의 착오를 이유로 민법 제733조에 따라 취소할 수 없다.
소취하합의가 화해계약에 이르지 않은 독립된 법률행위라면 민법 제109조에 따른 착오 취소가 가능하지만, 원고가 합의 내용에 착오가 있었고 그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피고가 관련 회사와 정산합의를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 별개의 채무자인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까지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
파기환송심은 소취하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 고령이고 글을 읽지 못하는 원고에게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합의서를 작성하게 한 것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이므로 무효이다.
  • 피고가 본소를 취하하면 토지에 관한 세금이 나오지 않게 해주겠다고 말하여 원고가 착오에 빠졌다.
  • 피고가 원고를 기망하여 합의서를 작성하게 했으므로 사기를 이유로 취소한다.
파기환송심은 위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 소취하합의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
  • 원고가 합의 내용에 착오를 일으켰거나 착오가 없었다면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관한 구체적인 증명이 없다.
  • 세금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은 동기의 착오인데, 그 동기가 합의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 피고가 원고를 기망했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의 본소는 유효한 소취하합의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본소가 취하되면 반소도 취하하겠다는 조건부 의사표시를 하였다. 원고의 소취하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됨으로써 그 조건도 성취되었으므로, 피고의 반소 역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본소와 반소를 모두 각하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 민법 제105조 법령 중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와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다.
  • 민법 제109조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 민법 제110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 민법 제506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채권은 소멸한다.
  • 민법 제576조 제2항 매수인이 소유권을 보존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한 경우 매도인에게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 민법 제731조 화해는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분쟁을 끝내기로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 민법 제732조 화해계약에 따라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는 소멸하고 상대방은 화해로 정해진 권리를 취득한다.
  • 민법 제733조 화해계약은 원칙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고, 화해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만 취소할 수 있다.

사실관계

원고를 대리한 회사는 2012년 9월 26일 피고에게 화성시 소재 토지를 매도하였다. 구체적인 매매목적물은 두 필지 중 합계 430㎡였다.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해당 필지 전체의 소유권을 취득하면 토지를 분할한 뒤 매매목적물이 아닌 나머지 147㎡를 원고에게 다시 이전하기로 약정하였다.
그중 한 토지는 근저당권 실행에 따른 경매로 제3자가 취득하였고, 피고는 그 제3자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당시 토지에는 채권최고액 960,000,000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피고는 2013년 9월 16일경 금융기관에서 124,644,600원을 대출받아 그중 91,522,602원으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고 근저당권을 말소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전체 토지를 취득하면 나머지 147㎡를 원고에게 이전하기로 한 약정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본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물적 부담이 없는 토지를 이전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자신이 근저당채무 91,522,602원을 대신 변제했다며 다음 청구를 선택적으로 주장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 민법 제576조 제2항에 따른 상환청구
  •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제1심은 원고의 본소를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를 기각하였다.
항소심 계속 중인 2019년 7월 6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음 내용의 합의서가 작성되었다.
원고는 본소를 취하하고 더 이상 민사·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피고도 본소가 취하되면 반소를 취하하겠다고 법원에 밝혔다. 이후 원고가 합의의 효력을 다투면서 사건은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을 거치게 되었다.

법리

유효한 소취하합의가 있으면 소는 각하됨
소송 당사자들이 소송 외에서 소를 취하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합의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합의가 존재하더라도 원고가 실제 소취하서를 제출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미 소를 취하하기로 유효하게 약정한 이상 동일한 소를 계속 유지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따라서 법원은 본안에서 청구가 이유 있는지를 판단하여 기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송요건이 결여된 것으로 보아 소를 각하한다.
화해계약이라면 분쟁사항의 착오로 취소할 수 없음
화해계약은 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하여 분쟁을 종결하는 계약이다. 화해가 성립하면 종전 법률관계는 소멸하고 화해에서 정한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화해계약은 원칙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만 취소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근저당권 피담보채무를 대위변제하여 손해를 입었는지는 본소와 반소에서 계속 다투던 핵심 쟁점이었다.
따라서 그 손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또는 관련 회사와의 정산으로 해결되었는지는 ‘분쟁 이외의 사항’이 아니라 분쟁 자체이다. 이에 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단순한 소취하합의도 중요부분의 착오로 취소 가능
소취하합의가 화해계약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법률행위이므로 민법 제109조에 따른 착오 취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취소를 주장하는 사람이 다음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 합의 내용에 실제 착오가 있었다.
  • 그 착오가 합의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착오가 없었더라면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 일반인도 같은 상황이라면 합의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요한 착오였다.
단지 합의의 법률효과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합의 결과가 예상보다 불리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동기의 착오는 합의 내용으로 편입되어야 함
원고는 본소를 취하하면 토지에 관한 세금이 나오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피고의 말을 믿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소취하라는 법률효과 자체에 관한 착오가 아니라 소취하를 결심하게 된 동기에 관한 착오이다.
동기의 착오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당사자 사이에서 합의의 내용 또는 전제로 편입되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세금 문제가 소취하합의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와 사기도 증명되지 않음
원고가 고령이고 글을 읽지 못하며 별도의 반대급부 없이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사정만으로 소취하합의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가 세금 문제 등을 거짓으로 설명하여 원고를 기망하고 소취하합의를 체결하게 했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민법 제103조에 따른 무효와 민법 제110조에 따른 사기 취소를 모두 부정하였다.
피고의 반소도 조건 성취로 각하됨
피고는 환송 전 항소심에서 본소가 취하되면 반소도 취하하겠다는 뜻을 일관되게 밝혔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다음 중 하나로 해석하였다.
  • 본소 취하를 조건으로 한 반소취하합의
  • 본소 취하를 조건으로 한 반소취하 의사표시
원고의 소취하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됨으로써 그 조건이 성취되었다. 따라서 피고 역시 반소를 계속할 권리보호의 이익을 상실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환송 전 원심이 소취하합의를 화해계약이라고 단정한 후, 당사자들이 계속 다투던 사항을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고 보아 착오 취소를 인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소취하합의의 효력을 다시 심리한 결과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소취하합의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가 아니다.
  • 원고가 합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를 일으켰다는 증명이 없다.
  • 세금에 관한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고 합의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았다.
  • 피고가 원고를 기망했다는 증거도 없다.
  • 따라서 원고의 소취하합의는 유효하다.
  • 피고의 반소도 본소 취하를 조건으로 취하하기로 했으므로 조건이 성취되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본소와 반소를 모두 각하하였다.
결국 원고는 제1심에서 인정받았던 147㎡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되었고, 피고도 근저당채무 대위변제액에 관한 반소청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법원이 어느 청구가 실체적으로 정당한지를 최종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유효한 소취하합의에 따라 양쪽 소송을 모두 절차적으로 종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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