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저작권침해금지등청구의소〕
- 원고: 주식회사 에스엠컬처앤콘텐츠
- 피고: 주식회사 제너시스비비큐
-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2. 6. 선고 2019나2031649 판결
- 결과: 피고의 상고 기각, 원심판결 확정
하급심
제1심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제1심은 광고주인 제너시스비비큐가 광고대행사인 원고에게 다음 금액을 공탁한 이상 광고용역 결과물에 관한 제작비 정산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 광고 네이밍 사용료 10,000,000원
- 광고 콘티 외주 제작비 2,160,000원
- 합계 12,160,000원
또한 제1심은 피고들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 영업비밀 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제너시스비비큐가 광고 네이밍과 콘티를 비밀로 유지할 계약상 의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0. 2. 6. 선고 2019나2031649 판결〔저작권침해금지등청구의소〕
원심은 제1심판결을 변경하고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원심은 광고 네이밍과 콘티가 다음 두 가지 보호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 정보
- 같은 호 (카)목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제너시스비비큐는 제작비를 전액 지급해야 광고용역 결과물에 관한 소유권과 지식재산권 등 제반 권리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광고업체를 통해 네이밍과 콘티를 사용하였다.
원심은 이를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명하였다.
- 피고들은 해당 TV 광고를 전송·방송해서는 안 된다.
- 피고들은 해당 광고를 폐기해야 한다.
- 제너시스비비큐는 해당 네이밍이 포함된 표장을 상품·서비스·포장지·광고물 등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 제너시스비비큐는 해당 표장이 표시된 포장지·용기·광고물 등을 폐기해야 한다.
-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50,00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보아 제너시스비비큐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유형물뿐 아니라 무형의 결과물이나 기존 지식재산권법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20. 3. 26. 자 2019마6525 결정 성과 무단사용 여부는 투자·노력의 정도, 결과물의 경제적 가치, 당사자 사이의 경쟁관계와 상거래 관행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관련 법령
대법원 판결의 공식 참조조문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
금지·폐기 및 손해배상에 적용된 규정
다음 규정은 대법원 판결의 공식 참조조문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원심이 금지·폐기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실제 적용한 규정이다.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제1호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제4호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
사실관계
원고의 전신인 에스케이플래닛 주식회사는 광고대행사업을 영위하였다. 해당 사업 부문은 물적분할과 흡수합병을 거쳐 원고인 주식회사 에스엠컬처앤콘텐츠에 승계되었다.
제너시스비비큐는 치킨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광고주이고, 그레이월드와이드코리아는 제너시스비비큐가 이후 광고 제작을 의뢰한 새로운 광고대행사였다.
원고는 2016년 9월 1일 제너시스비비큐와 계약기간을 2017년 8월 31일까지로 하는 마케팅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 광고물 제작비는 제너시스비비큐가 부담한다.
- 개별 광고물의 제작비는 상호 서면합의로 정한다.
- 계약 이행 중 취득한 자료는 비밀로 유지한다.
- 제너시스비비큐는 제작비 전액을 지급해야 광고 결과물의 소유권과 지식재산권 등 제반 권리를 취득한다.
- 계약이 종료될 때 진행 중인 광고업무에 대해서도 정산대금을 지급한다.
계약기간 만료를 약 두 달 앞둔 2017년 6월 말경 제너시스비비큐는 원고에게 새로 출시할 치킨 제품의 광고를 긴급하게 의뢰하였다.
원고는 제품 네이밍을 제안하고 TV 광고용 콘티를 작성하였다. 콘티에는 영상의 구성방식뿐 아니라 등장인물, 동작, 배경과 장면의 구체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이를 기초로 광고촬영 준비까지 진행하였다.
그런데 제너시스비비큐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제품 출시와 광고촬영을 연기한 다음 광고용역 진행을 중단시켰다. 이후 계약기간이 만료되도록 한 뒤 다른 광고대행사인 그레이월드와이드코리아와 광고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제너시스비비큐는 새 광고업체를 통해 원고가 제안한 네이밍을 그대로 제품명으로 사용하였다. 새로 제작된 TV 광고도 원고의 콘티와 구성방식, 배경소재 및 일부 장면에서 상당한 유사성이 있었다.
원고는 제작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네이밍과 콘티를 사용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통지하였다. 계약 종료 후 정산협의 과정에서 네이밍 사용료와 콘티 외주 제작비 합계 12,160,000원을 제안했으나 제너시스비비큐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원고가 2017년 12월 28일 소송을 제기한 후 제너시스비비큐는 2018년 11월 14일 위 12,160,000원을 공탁하였다.
법리
거래과정에서 제공된 아이디어의 보호요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은 사업제안·입찰·공모 등 거래교섭이나 거래과정에서 제공된 경제적 가치 있는 기술적·영업상 아이디어 정보를 보호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는 다음 사정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 정보의 사용으로 경쟁자보다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 정보를 취득하거나 개발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지
- 제공받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던 아이디어인지
- 동종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
이미 알려진 추상적인 착상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상당한 기획과 제작과정을 거쳐 구체화된 네이밍과 콘티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 정보가 될 수 있다.
아이디어 사용이 거래상 신뢰관계에 반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부정경쟁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정보의 사용이 거래교섭 과정에서 형성된 신뢰관계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 거래교섭과 계약의 내용
- 아이디어를 제공한 동기와 경위
- 아이디어의 제공 목적
- 결과물의 사용범위
-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 제공자가 사용을 허락했는지
- 계약 종료 후의 정산협의 내용
- 상대방이 아이디어 사용권한이 없음을 알고 있었는지
이 사건에서는 제너시스비비큐가 제작비를 전액 지급해야 결과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도록 약정되어 있었다.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고 계약을 종료한 다음 다른 업체를 통해 같은 네이밍과 유사한 콘티를 사용한 것은 거래과정에서 형성된 신뢰관계에 반하는 행위이다.
시행 전에 제공된 아이디어라도 시행 후 무단사용이 계속되면 적용된다
제2조 제1호 (차)목은 2018년 4월 17일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신설되어 2018년 7월 18일부터 시행되었다.
원고가 네이밍과 콘티를 제공한 시점은 2017년으로 위 규정 시행 전이었다.
그러나 보호규정 시행 전에 아이디어가 제공되었더라도, 제공목적에 반하는 무단사용이 시행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면 시행 후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여 제2조 제1호 (차)목을 적용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아이디어 제공행위를 소급하여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법 시행 후에도 계속된 무단사용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다.
성과 무단사용은 아이디어 탈취와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사용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보호되는 성과는 유형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무형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 광고 콘셉트
- 제품 네이밍
- 광고영상의 구성
- 서비스의 외관과 이미지
- 데이터나 영업상 결과물
- 기존 지식재산권법으로 충분히 보호하기 어려운 새로운 결과물
성과에 해당하는지는 다음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 투입된 비용과 노력
- 결과물의 경제적 가치와 명성
- 고객흡인력
- 해당 산업에서의 경쟁력과 중요성
-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는지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지는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성과를 사용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인지 판단할 때에는 다음 사정을 고려한다.
- 권리자와 사용자가 현재 경쟁관계에 있는지
-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지
- 해당 산업의 상거래 관행과 경쟁질서
- 사용된 성과가 사용자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대체되는지
- 해당 성과가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알려진 정도
- 출처나 관계에 관한 혼동 가능성
- 사용자가 권리자의 투자와 노력에 무임승차했는지
이 사건에서 원고와 제너시스비비큐는 동종 경쟁사업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제너시스비비큐는 광고용역을 의뢰하고 결과물을 제공받은 거래상대방으로서 계약과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신뢰를 위반하였다.
제너시스비비큐가 새 광고대행사를 통해 원고의 결과물을 사용한 것은 원고의 투자와 노력에 무임승차하여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행위로 평가되었다.
저작권이 성립하지 않아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될 수 있다
사건명은 ‘저작권침해금지등청구의소’이지만 대법원의 핵심 판단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것이다.
광고 아이디어나 콘티의 일부 구성요소가 저작권법상 창작성·구체적 표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요건을 갖추면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될 수 있다.
-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 있는 아이디어로 제공되었을 것
-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일 것
- 제공목적이나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여 무단사용되었을 것
따라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디어와 성과의 무단사용이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후 공탁만으로 사용권을 취득할 수 없다
원고가 제시한 12,160,000원은 계약 종료 후 정산을 위한 협상안이었다. 제너시스비비큐가 이를 거절하고 원고가 소송까지 제기한 이상 기존 협상안은 더 이상 유효한 청약으로 볼 수 없었다.
그 후 제너시스비비큐가 같은 금액을 일방적으로 공탁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정산합의가 성립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공탁액은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 50,000,000원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채권자가 일부변제를 수령하기로 동의하지 않은 이상 채무 전액에 미달하는 공탁은 원칙적으로 채무 전부를 소멸시키는 효력이 없다.
손해액의 구체적 입증이 어려운 경우
원고는 미지급 제작비와 광고집행 수수료 등 합계 574,274,789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무단사용으로 발생한 정확한 매출증가액이나 원고의 일실이익을 산정하기는 어려웠다.
원심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을 50,000,000원으로 인정하였다.
- 원고가 투입한 시간과 인건비
- 광고용역의 진행 및 중단 경위
- 네이밍과 콘티 개발에 들인 노력
- 피고들이 해당 결과물을 이용한 정도
- 무단사용의 기간과 형태
대법원은 이러한 손해액 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광고주가 광고대행사로부터 거래과정에서 네이밍과 콘티를 제공받은 후 계약을 종료하고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다른 광고업체를 통해 이를 사용한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아이디어가 보호규정 시행 전에 제공되었더라도 시행 후까지 무단사용이 계속되었다면 제2조 제1호 (차)목을 적용할 수 있다.
대법원은 광고와 네이밍의 사용금지·폐기 및 50,000,000원의 손해배상을 명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광고·디자인·기술개발 계약에는 결과물의 권리이전 시점, 사용허락 범위 및 제작비 미지급 시 사용금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 제안 단계에서도 네이밍·콘티·시안별 제출일, 전달 상대방과 제공 목적을 이메일·회의록 등으로 남겨야 한다.
- 아이디어가 영업비밀이나 저작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정보 또는 성과로 보호될 수 있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 아이디어 제공 시점이 보호규정 시행 전이라도 시행 후 무단사용이 계속되었다면 금지·폐기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거래상대방은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제안받은 결과물을 사용할 수 없다. 정산과 사용허락은 별개의 법률관계로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
-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금액을 뒤늦게 일방적으로 공탁하는 것만으로 정산합의나 사용권 취득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 새로운 제작업체도 선행 업체의 결과물임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면 성과 무단사용에 관한 공동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권리관계와 제작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