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원심판결
제1심판결
파기환송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1. 18. 선고 2022나2032581 판결〔물품인도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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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판례
- 대법원 1993. 4. 13. 선고 93다3622 판결
-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19737 판결
-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62490 판결
-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다250998 판결
관련법령
사실관계
원고는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와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제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현대자동차와 촉매제를 가공하여 촉매정화장치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2012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원고는 현대자동차의 지시에 따라 촉매제를 피고에게 인도하였다. 피고는 이를 이용하여 촉매정화장치를 제조한 다음 현대자동차에 납품하였다.
현대자동차는 피고가 납품한 촉매정화장치에 실제 사용된 촉매제 수량에 따라 원고에게 촉매제 대금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인도한 촉매제와 실제 가공·납품된 촉매제 사이에 수량 차이가 발생하면, 남은 촉매제는 피고가 보관하면서 추후 정산하는 거래구조였다.
원고가 피고에게 인도한 촉매제는 합계 346,096개였고, 가공·납품되고 남은 촉매제는 품번별로 다음과 같이 합계 19,268개였다.
- 제1 잔여촉매제 1,368개
- 제2 잔여촉매제 4,812개
- 제3 잔여촉매제 3,186개
- 제4 잔여촉매제 1,506개
- 제5 잔여촉매제 5,297개
- 제6 잔여촉매제 3,099개
2017년 5월경 원고는 피고에게 잔여촉매제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의를 요구하였다.
2017년 6월경 원고는 잔여촉매제의 반환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2017년 6월 30일 촉매제 일부를 반환하였다.
2017년 7월 3일 원고는 피고에게 잔여촉매제에 관한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2017년 12월 29일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잔여촉매제의 인도와 그 인도가 불가능할 경우 촉매제 가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당시 원고는 잔여촉매제에 관한 소유권을 청구원인으로 주장하였다.
2019년 3월 6일자 준비서면에서 원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지한다면서, 임치물 반환 또는 반환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주장을 추가하였다.
제1심 판단
제1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잔여촉매제에 관한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았다.
피고가 잔여촉매제를 반환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임치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의 주위적 인도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환송 전 원심 판단
환송 전 원심은 원고가 피고에게 인도한 촉매제 수량과 현대자동차가 대금을 지급한 촉매제 수량을 대조하여 잔여촉매제를 총 19,268개로 인정하였다.
원고의 소유권에 기한 인도청구 및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잔여촉매제를 보관하고 추후 정산하기로 하는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의 귀책사유로 임치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보아, 피고에게 잔여촉매제 19,268개의 가액인 2,016,291,806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다만 소멸시효에 관해서는 임치인이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임치물을 계속 보관시키는 동안에는 임치계약상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물이 인도된 때가 아니라 임치기간이 만료되거나 임치인이 계약을 해지하여 반환청구권이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았다.
원고가 2019년 3월 6일자 준비서면으로 임치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잔여촉매제에 관한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하였다는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계약 해지일부터 진행한다는 판단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 반환은 계약 성립 당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급부이다. 기한 없는 임치에서는 임치인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다음 요건이 갖추어진 때부터 진행한다.
- 임치계약이 성립하였을 것
-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되었을 것
임치인이 실제로 계약을 해지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이 다음 사항을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잔여촉매제별 묵시적 임치계약의 성립시점
- 각 촉매제가 피고에게 인도된 날
- 각 인도일부터 상사소멸시효기간 5년이 지났는지
-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존재하는지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의 심판범위
환송 전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만 피고 패소 부분에 상고하였다.
따라서 다음 청구의 기각 부분은 분리·확정되어 파기환송심의 심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 소유권에 기한 잔여촉매제 인도청구
- 소유권에 기한 인도불능 손해배상청구
-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 자체의 반환청구
파기환송심의 심판대상은 임치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중 환송 전 원심이 인용한 피고 패소 부분으로 한정되었다.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하였다는 판단은 대법원 파기이유와 논리적·필연적 관계에 있는 판단으로서 파기환송심을 기속하였다.
파기환송심 판단
1. 묵시적 임치계약의 성립시점
원고와 피고는 촉매제를 피고에게 인도할 당시 다음 사항을 인식하고 있었다.
- 인도된 촉매제 수량과 촉매정화장치로 가공되는 수량이 기간별로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 피고에게 인도된 촉매제를 일단 피고가 보관한다는 점
- 가공·납품되고 남은 촉매제는 추후 정산한다는 점
촉매정화장치 제조에 사용될 촉매제도 피고에게 인도된 후 실제 가공될 때까지는 피고가 보관하였다.
따라서 각 잔여촉매제에 관한 묵시적 임치계약은 각 촉매제가 피고에게 인도된 때 성립하였고,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도 각 인도일부터 개별적으로 진행한다고 판단하였다.
2. 계속적 거래의 종료일부터 시효가 진행한다는 주장
원고는 계속적 거래관계에서는 정산절차를 거쳐야 잔여촉매제의 존재와 수량을 확정할 수 있으므로, 최종 거래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이를 배척하였다.
- 원고는 현대자동차로부터 매월 촉매제 대금을 정산받았다.
- 그 매출자료에는 대금 산정의 기초가 된 촉매제 수량이 기재되어 있었다.
- 인수증에는 촉매제별 인도일과 로트번호가 기재되어 있었다.
- 피고의 입하처리시스템과 공급망관리시스템에서도 인도일별로 촉매제를 구분하여 관리하였다.
- 원고는 이러한 자료를 이용하여 잔여촉매제의 존재와 수량을 대략적으로 추산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잔여촉매제가 불특정물이거나, 인도 당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어 인도일부터 시효가 진행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반환청구권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
원고는 촉매제를 인도할 당시 그 촉매제가 멸실·훼손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민법 제166조에서 말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의 불성취와 같은 법률상 장애가 없어진 때를 말한다.
권리자가 권리의 존재나 행사 가능성을 사실상 알지 못한 사정은 법률상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 권리자가 이를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원고가 잔여촉매제의 존재나 반환청구권을 알지 못했다는 사정은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4. 시효중단 시점
파기환송심은 2017년 12월 29일 제기된 이 사건 소가 소유권을 청구원인으로 하였더라도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는 반드시 소멸시효의 대상인 권리 자체의 이행이나 확인을 청구하는 경우에 한정되지 않는다.
권리가 발생한 기본적 법률관계를 소송으로 주장하거나, 그 권리를 포함하여 형성된 후속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를 함으로써 권리행사의 의사를 표명한 경우도 포함된다.
원고의 최초 청구와 임치계약에 기한 청구는 모두 잔여촉매제를 반환받거나 반환불능에 따른 가액을 배상받기 위한 것으로서 기본적 법률관계와 목적이 동일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2017년 12월 29일 소유권에 기한 반환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도 묵시적 임치계약에 기한 반환청구권의 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였다.
또한 원고는 2017년 7월 3일 피고에게 잔여촉매제 관련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최고하였고, 그로부터 6개월 이내인 2017년 12월 29일 소를 제기하였다.
따라서 2017년 7월 3일자 최고에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인정되었다.
5. 소멸시효 완성의 기준일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상법 제64조에 따라 5년이다.
파기환송심은 시효중단일인 2017년 7월 3일부터 5년을 역산한 2012년 7월 3일을 기준일로 삼았다.
따라서 2012년 7월 3일 이전에 피고에게 인도된 잔여촉매제의 반환청구권은 특별한 시효중단사유가 없는 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6. 시효 기산점에 관한 증명책임
소멸시효 기산일은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요건사실이다. 따라서 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피고가 각 잔여촉매제가 2012년 7월 3일 이전에 인도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제1·제2·제3·제5·제6 잔여촉매제에 관해서는 먼저 인도된 촉매제가 먼저 제조에 사용되는 선입선출 방식으로 소진되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현대자동차의 생산계획에 맞추어 촉매정화장치를 계속 제조해야 했고, 먼저 받은 촉매제가 남으면 다음 생산에 우선 사용했을 것으로 보였다. 2012년 7월 3일 이후 인도된 촉매제 수량도 잔여수량보다 훨씬 많았다.
따라서 위 촉매제 중 2012년 7월 3일 이전에 인도된 물량이 잔여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7. 제4 잔여촉매제 1,383개의 시효 완성
제4 잔여촉매제는 총 1,506개였다. 그런데 2012년 7월 3일 이후 최종 인도일인 2013년 10월 11일까지 인도된 제4 촉매제는 123개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최소한 다음 수량은 2012년 7월 3일 이전에 인도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1,506개 - 123개 = 1,383개
피고는 2014년 6월 30일 원고에게 제4 촉매제 26개를 반환하였다. 그러나 반환된 26개가 2012년 7월 3일 이전 물량인지 이후 물량인지 확인할 자료는 없었다.
피고의 계산처럼 반환된 26개가 모두 2012년 7월 3일 이후 인도분이라면 시효 완성 수량은 1,409개가 된다. 반대로 반환된 26개가 모두 그 이전 인도분이라면 시효 완성 수량은 1,383개가 된다.
반환된 26개가 2012년 7월 3일 이후 인도분이라는 사실의 증명책임은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었다. 피고가 이를 증명하지 못하였으므로, 법원은 피고에게 가장 불리한 최소 수량인 1,383개에 대해서만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였다.
8. 채무승인 여부
원고는 피고가 촉매제 일부를 반환하고 미처리 수량이 확인되면 대금으로 정산하겠다고 밝혔으므로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승인이 성립하려면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와 액수를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그 채무를 인정한다는 뜻을 표시해야 한다.
피고가 촉매제를 일부 반환한 당시에는 잔여촉매제의 수량이 확인되지 않았다. 피고가 2017년 12월 14일 보낸 이메일도 인수증을 검증하여 미처리 물량이 확인되면 대금을 정산하겠다는 조건부·가정적 내용이었다.
따라서 피고가 잔여촉매제의 존재와 수량을 인식하면서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9. 최종 손해배상액
전체 잔여촉매제 19,268개 가운데 제4 촉매제 1,383개에 관한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따라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촉매제는 다음과 같이 17,885개였다.
19,268개 - 1,383개 = 17,885개
파기환송심은 피고에게 17,885개의 가액인 1,870,856,909원과 다음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 2019년 3월 8일부터 2024년 1월 18일까지 연 5%
- 2024년 1월 1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
피고는 원고가 장기간 잔여촉매제 수량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실상계도 주장하였다. 그러나 계속적 납품관계와 향후 생산 가능성 때문에 피고가 촉매제를 예비적으로 보관할 필요가 있었고, 피고가 촉매제를 단독으로 보관·관리한 점 등을 고려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가지급물 반환
피고는 환송 전 원심판결의 가집행선고에 따라 2020년 2월 7일 원고에게 원금과 지연손해금 합계 2,117,381,846원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환송 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함으로써 가집행선고가 실효되었다. 파기환송심에서 인정된 원리금은 가지급액보다 적었으므로 그 차액을 반환해야 했다.
파기환송심은 원고에게 피고에 대한 가지급물 반환으로 160,157,982원과 다음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 2020년 2월 8일부터 2024년 1월 18일까지 연 5%
- 2024년 1월 1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
결론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피고에게 1,870,856,909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고, 나머지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아울러 원고에게 환송 전 판결에 따라 초과 지급받은 가지급금 160,157,982원과 지연손해금을 피고에게 반환하도록 명하였다.
이 사건은 기한 없는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각 임치물의 인도일부터 개별적으로 진행한다는 원칙을 확립하면서도, 파기환송심에서 다음과 같은 실무상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 계속적 거래에서도 물품별·인도일별 관리가 가능하면 각 인도일부터 시효가 진행한다.
- 권리자가 잔여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사정은 시효 진행을 막는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 소유권에 기한 반환소송도 기본적 법률관계와 목적이 같으면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시효를 중단할 수 있다.
- 시효 기산점과 시효 완성 대상 물량의 증명책임은 시효이익을 주장하는 채무자에게 있다.
- 인도시기가 불분명한 물량은 증명책임의 원칙에 따라 채무자에게 불리하게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