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두61601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 원고: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 결과: 원심판결 중 공정거래위원회 패소 부분 파기·환송, 원고의 부대상고 기각
하급심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9. 11. 20. 선고 2019누34274 판결
원심은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이 동보장치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사업자를 정하고 투찰률·투찰금액을 전달한 행위를 사업자단체의 경쟁제한행위로 인정하였다.
다만 과징금 산정과 관련해서는 조합의 전체 연간예산액이 아니라 동보장치를 취급하는 구성사업자와 관련된 예산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동보장치와 관계없는 구성사업자들이 납부한 회비까지 과징금 산정기준에 포함하면 자기책임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과징금 산정 부분을 파기하였다.
관련 판례
이 판결의 법제처 판례정보에는 별도의 참조판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이 판결은 구 공정거래법령상 사업자단체 과징금의 산정기준인 ‘연간예산액’의 범위를 직접 밝힌 판결이다.
관련 법령
이 사건에는 현재의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전부개정 전 공정거래법령이 적용된다.
대법원 판결의 공식 참조조문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 제1항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의3 제5항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1. 12. 28. 대통령령 제3227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 제1항 [별표 2] 제2호 (가)목
판결 이유에서 적용·언급된 규정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호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8호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제1호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8조
-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Ⅱ. 9.
사실관계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은 통신·방송 장비 제조사업자들의 공동이익을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사업자단체였다.
조합에는 동보장치 제조·판매업체뿐만 아니라 다중화장치, 데이터포트장치, 전화교환기 및 네트워크 연결장치 등을 취급하는 사업자들도 가입해 있었다.
조합은 2009년 2월경부터 2015년 1월경까지 총 140회에 걸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발주한 동보장치 구매입찰에 관여하였다.
조합의 구체적인 관여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 입찰 전에 영업활동을 한 구성사업자가 수요기관명·사업명·예산액 등이 기재된 ‘공공구매 지원요청 공문’을 조합에 제출하였다.
- 조합은 그 구성사업자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투찰률 또는 투찰금액을 알려주었다.
- 다른 구성사업자에게는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도록 별도의 투찰률 또는 투찰금액을 전달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구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및 제19조 제1항 제8호를 위반한 사업자단체의 경쟁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1월 3일 조합에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과징금은 다음과 같이 산정되었다.
- 위반행위 종료연도인 2015년도의 조합 전체 연간예산액을 산정기준으로 적용
- 위반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하여 부과기준율 40% 적용
- 위반기간이 3년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1차 조정에서 50% 가산
- 구 공정거래법 제28조 제1항이 정한 사업자단체 과징금 상한액인 5억 원을 최종 과징금으로 결정
조합은 동보장치와 관계없는 구성사업자들이 납부한 회비까지 포함한 전체 예산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사업자단체의 ‘연간예산액’은 전체 예산을 의미함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 [별표 2]가 정한 사업자단체의 ‘연간예산액’은 위반행위와 관련된 상품이나 용역을 취급하는 구성사업자와 관련된 예산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기서 연간예산액은 위반행위가 종료된 연도의 해당 사업자단체 전체 연간예산액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보장치 입찰에서만 경쟁제한행위가 발생했더라도 동보장치 사업자들이 납부한 회비나 관련 사업예산만을 따로 떼어 과징금 산정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사업자와 사업자단체는 과징금 산정기준이 다름
구 공정거래법령은 과징금 산정기준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
- 사업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위반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 사업자단체에 대해서는 위반행위 종료연도의 연간예산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사업자단체의 연간예산액을 위반행위 관련 품목의 매출액이나 관련 구성사업자들의 회비로 한정하면, 법령이 사업자와 사업자단체의 과징금 산정기준을 다르게 정한 의미가 없어진다.
위반행위와 예산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요구되지 않음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사업자단체 과징금의 산정기준을 ‘위반행위의 종료일이 속한 연도의 연간예산액’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는 위반기간 전체의 관련 예산을 합산하거나 위반행위와 직접 관련된 구성사업자들의 부담금만 추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위반행위가 종료된 해당 연도의 단체 전체 예산을 통일적인 산정기준으로 삼으라는 의미이다.
관련 구성사업자의 범위나 회비 비중에 따라 연간예산액을 따로 산출하면 과징금 산정범위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전체 예산을 기준으로 해도 자기책임원칙에 반하지 않음
과징금 납부의무자는 동보장치와 무관한 개별 구성사업자들이 아니라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단체 자체이다.
조합 직원들이 조합 업무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사업자를 결정하고 투찰정보를 전달한 이상 그 행위의 책임은 조합에 귀속된다.
따라서 조합 전체 연간예산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다고 하여 위반행위를 하지 않은 구성사업자에게 법적 책임을 부과하거나 자기책임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 타당성은 과징금 조정 단계에서 확보함
위반행위 관련 품목이 조합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사정은 연간예산액 자체를 축소하는 근거가 아니다.
그러한 사정은 다음과 같은 과징금 조정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다.
-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른 부과기준율
- 위반기간 등에 따른 1차 조정
- 행위자의 사정 등을 고려한 2차 조정
- 최종 부과과징금 결정
즉, 전체 연간예산액을 산정기준으로 하되, 위반행위의 규모와 중대성은 부과기준율과 조정절차에서 반영해야 한다.
중소기업 판로지원 목적만으로 정당화되지 않음
조합은 동보장치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이므로 유찰을 방지하고 중소기업제품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입찰 참여를 독려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행위는 단순한 입찰정보 제공이나 참여 독려에 그치지 않았다. 조합이 특정 사업자를 낙찰예정자로 정하고 다른 구성사업자를 들러리로 배치한 뒤 각 사업자의 투찰률과 투찰금액까지 전달하였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은 입찰 참가자의 범위를 중소기업으로 제한할 뿐, 참가자들 사이의 가격경쟁까지 배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따라서 조합의 행위는 구 공정거래법 제58조의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론
대법원은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이 동보장치 입찰의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사업자를 정하고 투찰가격을 전달한 행위가 사업자단체의 경쟁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사업자단체 과징금의 산정기준인 ‘연간예산액’은 위반 품목과 관련된 일부 예산이 아니라 위반행위 종료연도의 단체 전체 연간예산액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 중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 공정거래위원회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고, 조합의 부대상고는 기각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전부개정 전 사건이므로 관련 법령은 반드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표시해야 한다.
- 사업자단체 과징금은 위반 품목 관련 회비가 아니라 위반행위 종료연도의 단체 전체 연간예산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 관련 품목의 비중이 작다는 사정은 연간예산액 축소가 아니라 부과기준율 또는 과징금 조정사유로 주장해야 한다.
- 협회나 조합이 낙찰예정자·들러리·투찰가격을 정하면 담당 직원의 실무행위라도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 중소기업 보호나 유찰 방지라는 목적이 있어도 구성사업자들 사이의 가격경쟁을 제거하는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