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정리
판결번호
죄명: 사기·배임
관련판례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중도금까지 지급된 부동산 이중매매에서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신임관계에 있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부동산 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2019도9756 판결과 배치되지 않습니다.
중도금까지 지급된 부동산 이중매매에서는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할 신임관계에 있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부동산 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2019도9756 판결과 배치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한 임차권 등을 유지할 의무는 채무변제를 위한 자신의 사무일 뿐, 채권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한 임차권 등을 유지할 의무는 채무변제를 위한 자신의 사무일 뿐, 채권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자동차나 공장저당 목적물 등 저당권이 설정된 동산을 채무자가 처분한 경우에도 채무자는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자동차나 공장저당 목적물 등 저당권이 설정된 동산을 채무자가 처분한 경우에도 채무자는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인이 동일한 주식을 다시 제3자에게 양도했더라도 양도인의 권리이전의무는 자신의 사무이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인이 동일한 주식을 다시 제3자에게 양도했더라도 양도인의 권리이전의무는 자신의 사무이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변경된 종전 판례
이 판결은 동산이나 주식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 다음 판례들을 변경했습니다.
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도3912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0도7923 판결
위 판례들은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습니다.
관련법령
헌법 제12조 — 죄형법정주의 및 적법절차
형법 제1조 — 범죄의 성립과 처벌
형법 제355조 — 횡령·배임
민법 제185조 — 물권법정주의
민법 제188조 — 동산물권 양도의 효력
민법 제189조 — 점유개정
민법 제374조 — 특정물인도채무자의 선관주의의무
형사소송법 제325조 — 무죄판결
사실관계
피고인은 골재생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은행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회사는 대출금을 모두 갚을 때까지 회사 소유의 골재생산기기인 ‘크러셔4230’을 은행에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점유개정 방식이므로 담보목적물은 회사가 계속 직접 점유하면서 영업에 사용하고, 은행은 간접점유의 방식으로 양도담보권을 취득하는 구조였습니다.
양도담보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담보목적물은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
설정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담보물을 관리한다.
담보물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설정자는 상당한 물건을 보충하여 담보로 제공한다.
채무불이행 시 은행은 담보목적물을 처분하여 그 대금으로 채무변제에 충당하거나 담보목적물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은 대출금을 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양도담보 목적물인 크러셔를 다른 사람들에게 매각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은행의 담보 목적 달성을 위해 크러셔를 보관·관리해야 할 임무를 위반하여 이를 매각하고, 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기소했습니다.
제1심과 원심은 피고인이 양도담보권자인 은행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핵심쟁점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담보물을 계속 점유·사용하다가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채무자가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배임죄가 성립하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사항이 문제 되었습니다.
담보물의 보전·관리의무가 채무자 자신의 계약상 의무인지, 채권자의 재산관리사무인지
채무자가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훼손한 행위를 단순한 계약위반으로 볼 것인지, 형사상 배임행위로 볼 것인지
점유개정에 따라 채무자가 담보물을 직접 점유한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자의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양도담보권이 이미 설정된 경우와 앞으로 설정하기로 약정한 경우를 달리 보아야 하는지
법리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만이 범할 수 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사무의 주체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성립합니다.
따라서 행위가 계약을 위반했는지 또는 채권자에게 손해를 가했는지를 판단하기에 앞서, 행위자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2. 통상적인 계약상 채무는 자신의 사무이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적인 계약상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채무자가 계약에 따라 자신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함으로써 채권자가 채권의 만족을 얻는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의 계약 이행을 채권자의 사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계약상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인의 사무처리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3. 양도담보계약의 본질은 채권의 담보와 채무변제이다
동산 양도담보계약에서 당사자 관계의 본질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변제하고, 채무불이행 시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하여 채권을 회수하는 데 있습니다.
채무자가 부담하는 다음 의무는 모두 양도담보계약에 따른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입니다.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담보물을 훼손하거나 멸실시키지 않을 의무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의무
담보권 실행 시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이러한 의무는 채권자의 재산관리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자신의 담보제공계약을 이행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4. 점유개정만으로 신임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
점유개정 방식의 양도담보에서는 채무자가 담보물을 직접 점유하고 채권자는 간접점유를 취득합니다.
채무자는 담보물을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지만, 이는 점유매개관계의 직접점유자에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소극적 의무에 불과합니다.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재산관리를 위탁받았기 때문에 담보물을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담보물을 계속 사용합니다. 따라서 직접점유와 관리의무만으로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5. 계약서상 ‘채권자의 대리인’이라는 문구만으로 부족하다
이 사건 계약서에는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담보물을 점유·사용·보전·관리한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문구가 채무자에게 채권자의 독립된 재산관리사무를 위탁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점유개정을 통해 채권자에게 간접점유를 취득시키고 채무자가 계속 직접점유한다는 법률관계를 표시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대리인’,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또는 ‘보관·관리의무’라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6. 담보물 처분은 민사상 책임의 문제이다
채무자가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상실하게 하면 계약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는 손해배상청구, 기한이익 상실, 대출금 회수, 담보보충청구 등 민사상 구제수단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사상 계약위반과 형사상 배임죄는 구별됩니다. 채권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재산상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확대하여 인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처벌 필요성이나 비난 가능성만으로 배임죄를 확대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7. 담보권 설정 전후를 구별하지 않는다
이 법리는 다음 경우에 모두 적용됩니다.
동산에 양도담보권을 이미 설정한 후 담보물을 처분한 경우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했지만 설정을 완료하기 전에 처분한 경우
주식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채무자가 해당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모두 채무자의 담보제공 또는 담보유지 의무가 자신의 계약상 사무에 해당하므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별개의견과 반대의견
대법관 김재형·김선수의 별개의견
별개의견은 배임죄가 아니라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동산 양도담보를 신탁적 양도로 이해하면 담보목적물의 소유권은 점유개정에 의해 채권자에게 이전됩니다. 따라서 담보물을 계속 직접 점유하는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고, 채권자 허락 없이 이를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견해입니다.
다만 이는 별개의견이므로 이 사건의 법정의견은 아닙니다. 다수의견은 배임죄 성립 여부만을 판단했습니다.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
반대의견은 양도담보권이 설정된 후 채무자가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채권자를 위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양도담보 설정 전의 단순한 담보제공 약정 위반과 양도담보권이 이미 설정된 후의 담보물 처분은 구별해야 하며, 후자의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견해입니다.
결론
대법원은 회사와 은행 사이 양도담보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대출금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서에 채무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담보물을 보전·관리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는 문구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은행이 회사에 독립적인 담보물 관리사무를 위탁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은행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므로, 크러셔를 제3자에게 매각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했습니다.
원심은 사기죄와 배임죄를 함께 유죄로 판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배임 부분의 파기사유로 인해 사기 부분을 포함한 유죄 부분 전체가 파기환송되었습니다. 다만 사기죄에 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자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동산 양도담보물의 임의 처분을 배임죄로 처벌해 온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계약위반과 형사상 배임을 엄격하게 구분한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핵심 판단기준은 담보권이 침해되었는지가 아니라, 채무자가 채권자의 재산관리사무를 위탁받은 지위에 있었는지입니다.
양도담보계약에서 담보물의 보관·관리와 담보가치 유지의무는 원칙적으로 채무자 자신의 계약상 의무입니다. 따라서 담보물을 임의로 처분해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책임은 별론으로 하고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법리는 이후 자동차·건설기계·공장저당 목적물의 처분과 주식 양도담보 등의 사건으로 확대되어, 채무자의 담보물 처분에 대한 배임죄 적용 범위를 크게 제한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