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관련 판례
회사가 외형상 법인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실질적으로 배후자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배후자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까지 별개의 법인격을 인정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 이때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고 배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기존 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경우, 신설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내세워 기존 회사의 채무를 부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는지는 재산과 업무의 혼용, 의사결정절차 준수 여부, 자본의 충실성, 영업 규모와 직원 수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2019다293449 판결의 법리를 확장하여, 개인의 채무를 회사에 부담시키는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은 채무면탈 목적으로 회사를 새로 설립한 경우뿐 아니라 기존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개인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인격의 형해화 또는 회사제도를 이용한 구체적인 채무면탈 목적이 인정되어야 한다.
관련 법령
민법 제2조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법인격 부인론은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구체적인 사정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그 주장을 제한하는 법리이다.
상법 제169조
회사는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회사는 설립과 동시에 주주나 대표자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사실
원고는 2013년 개인사업자에게 토지와 공장건물, 도로 지분 및 토목공사 등을 매도하였다.
개인사업자는 2013년 8월 원고에게 매매대금 중 1억 6,000만 원과 부가가치세 약 5,075만 원이 미지급되었다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 개인사업자의 아버지는 위 채무를 보증하였다.
개인사업자는 2004년부터 동일한 장소에서 인쇄지함 제조업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위 채무가 발생한 이후인 2015년 10월 개인사업체를 폐업하고, 다음 달 동일한 인쇄업과 고급 칼라박스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개인사업체가 사용하던 사업장과 신설회사의 본점 소재지는 동일하였다.
개인사업자는 신설회사와 포괄양수도계약을 체결하여 개인사업체의 자산과 부채 등 사업 일체를 회사에 이전하였다. 공장 부동산을 포함한 영업재산 전부도 회사에 이전하였다.
양도대금은 별도의 약정서로 정하기로 하였지만 실제로 약정서는 작성되지 않았다. 개인사업자는 자본금 3억 원인 회사 주식의 50%를 취득한 것 외에는 별도의 양도대가를 지급받지 않았다.
신설회사는 개인사업체의 장부상 부채를 모두 인수하면서도 원고에 대한 미지급 매매대금채무만 인수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회사의 나머지 주식은 개인사업자의 형이 30%, 아버지가 20%를 보유하였다. 회사의 이사도 개인사업자와 그 아버지 및 형으로 구성되어 가족들이 회사의 지분과 경영권 전부를 보유하였다.
원고는 개인사업자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고 개인사업체의 자산과 영업을 모두 이전하였으므로, 신설회사도 개인사업자가 부담한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1. 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권리주체라는 원칙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이다. 회사의 재산과 주주의 재산은 구별되고, 회사의 채무를 주주나 대표자가 당연히 부담하거나 개인의 채무를 회사가 당연히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1인 회사나 가족회사라는 이유만으로 법인격이 부인되는 것도 아니다. 특정 개인이 회사의 모든 주식을 보유하고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더라도 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은 원칙적으로 존중된다.
2. 법인격 부인의 예외
다만 회사가 외형상 법인의 형식을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 배후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회사가 개인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된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권리주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3.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
통상적인 법인격 부인론은 회사가 부담하는 채무에 관하여 회사의 배후자인 주주나 대표자에게 책임을 묻는 형태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반대로 개인이 먼저 부담한 채무를 그 후 설립된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이를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라고 한다.
대법원은 개인이 개인사업을 영위하다가 채무 발생 후 영업목적, 물적 설비와 인적 구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과 자산을 이전한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회사에 개인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4. 역적용의 판단 요소
개인의 채무를 신설회사에 부담시키려면 단순히 개인이 회사를 지배하거나 개인사업이 법인으로 전환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개인과 회사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우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개인사업과 회사의 영업목적이 동일한지
사업장, 공장, 기계와 영업재산 등 물적 설비가 동일한지
임직원과 주주 등 인적 구성이 동일하거나 밀접한지
개인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
개인과 회사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지
개인의 자산과 영업이 회사에 이전되었는지
자산 이전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개인의 자산이 회사 영업에 어느 정도 이용되고 있는지
회사가 개인사업체의 다른 채무는 인수하면서 특정 채무만 제외했는지
회사 설립과 자산 이전이 채무 발생 후 이루어졌는지
회사 설립에 개인채무나 강제집행을 면탈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사업장, 공장, 기계와 영업재산 등 물적 설비가 동일한지
임직원과 주주 등 인적 구성이 동일하거나 밀접한지
개인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
개인과 회사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지
개인의 자산과 영업이 회사에 이전되었는지
자산 이전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개인의 자산이 회사 영업에 어느 정도 이용되고 있는지
회사가 개인사업체의 다른 채무는 인수하면서 특정 채무만 제외했는지
회사 설립과 자산 이전이 채무 발생 후 이루어졌는지
회사 설립에 개인채무나 강제집행을 면탈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5.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개인사업자는 원고에 대한 채무가 발생한 후 개인사업체를 폐업하고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영업을 수행하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개인사업체의 부동산과 영업재산 전부가 회사에 이전되었지만, 개인사업자는 회사 주식 50% 외에는 별도의 양도대가를 받지 않았다.
회사의 주식과 이사회는 개인사업자와 그의 아버지·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였고, 개인사업자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다.
특히 회사는 개인사업체의 장부상 부채를 포괄적으로 인수하면서 원고에 대한 미지급 매매대금채무만 제외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개인사업자는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개인사업과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의 사업과 자산을 회사에 이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회사가 개인사업자와 별개의 법인격이라는 이유로 개인사업자의 채무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
결론
대법원은 개인사업자가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자신의 개인사업체와 영업목적·물적 설비·인적 구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개인사업자는 회사 주식 50%를 보유하고 가족들과 함께 지분과 경영권을 장악하여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였다. 또한 개인사업체의 자산과 영업 전부를 별다른 대가 없이 회사에 이전하면서 원고에 대한 채무만 인수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따라서 회사가 개인사업자와 별개의 법인격임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정의·형평에 반한다.
대법원은 원고가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신설회사에 대해서도 회사 설립 전에 개인사업자가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