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관련 판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려는 주주는 원칙적으로 먼저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도록 청구하고, 그로부터 30일이 지나야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없음에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표소송을 제기하면 그 소는 부적법하다.
주주대표소송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주주가 회사의 회계장부와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주주가 회사의 내부 업무에 관한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9다291399 판결은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고려하여 제소청구서의 기재 정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방향으로 법리를 구체화하였다.
관련 법령
상법 제403조 제1항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를 제기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상법 제403조 제2항
주주의 제소청구는 그 이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상법 제403조 제3항
회사가 제소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주주가 즉시 회사를 위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상법 제403조
핵심쟁점
상법 제403조 제2항은 주주가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도록 청구할 때 그 “이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항이 핵심적으로 문제되었다.
첫째, 제소청구서에 기재해야 하는 “이유”에 책임추궁 대상 이사와 책임발생 원인사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둘째, 제소청구서에 대상 이사의 성명이 명시되지 않았거나 책임발생 원인사실이 다소 개략적으로 기재된 경우에도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사실관계
원고는 보험회사의 주주로서 회사의 전·현직 이사와 업무집행지시자 등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회사가 골프장 회원권을 정상가격보다 고가로 매입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등의 이유로 관련 이사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였다. 골프장 회원권의 매입가격과 정상가격 사이에는 48억 원의 차이가 있었다.
원고는 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회사에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도록 서면으로 청구하였다. 그런데 그 제소청구서에는 책임추궁 대상 이사들의 성명이 개별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피고들은 제소청구서에 책임추궁 대상 이사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상법 제403조가 정한 제소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그에 기초한 주주대표소송도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1. 제소청구 절차의 목적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에 귀속되는 권리를 대신 행사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제도이다. 그 목적은 회사가 스스로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경우 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이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
다만 대표소송의 대상인 손해배상청구권은 본래 회사에 귀속된다. 따라서 회사에 먼저 제소 여부를 판단할 기회를 부여하고 주주에 의한 남소를 방지하기 위하여 사전 제소청구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2. 제소청구서의 ‘이유’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
상법 제403조 제2항의 제소청구서에는 회사가 실제로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 기재되어야 한다.
따라서 제소청구서의 “이유”에는 원칙적으로 다음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책임을 추궁하려는 대상 이사
이사의 책임이 발생하게 된 원인사실
이사의 책임이 발생하게 된 원인사실
단순히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해 달라는 추상적인 요청만으로는 회사가 제소 여부를 실질적으로 검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3. 제소청구서의 기재 정도
대법원은 제소청구서에 반드시 책임추궁 대상 이사의 성명이 개별적으로 명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주주는 회사 외부의 지위에 있으므로 회사의 업무와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정확한 정보나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이사의 성명과 책임발생 사실을 소장과 같은 정도로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요구하면 주주대표소송 제도의 기능이 지나치게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제소청구서에 대상 이사의 성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책임발생 원인사실이 다소 개략적으로 기재되어 있더라도, 회사가 다음 자료를 종합하여 책임추궁 대상과 원인사실을 특정할 수 있다면 제소청구서의 요건은 충족된다.
제소청구서 자체의 기재 내용
해당 거래나 의사결정에 관한 이사회 의사록
회사가 보유한 계약서와 내부 결재자료
그 밖에 회사가 보유한 관련 자료
해당 거래나 의사결정에 관한 이사회 의사록
회사가 보유한 계약서와 내부 결재자료
그 밖에 회사가 보유한 관련 자료
결국 제소청구서의 적법성은 형식적인 성명 기재 여부가 아니라, 회사가 보유 자료까지 종합하여 책임추궁 대상 이사와 원인사실을 실질적으로 특정하고 제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구체적 판단
대법원은 원고의 제소청구서에 책임추궁 대상 이사들의 성명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회사가 제소청구서의 내용과 이사회 의사록 등 보유 자료를 종합하여 책임추궁 대상 이사와 책임발생 원인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해당 제소청구서는 상법 제403조 제2항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이를 기초로 제기된 주주대표소송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대법원은 골프장 회원권 고가 매입에 관여한 이사들의 법령 위반과 과실, 업무집행지시자들의 책임 및 회원권 매입가격과 정상가격 차액 48억 원에 대한 운용이익 상당액을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한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고 보았다.
결론
대법원은 제소청구서에 책임추궁 대상 이사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요건이 흠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회사가 제소청구서와 이사회 의사록 등 자신이 보유한 자료를 종합하여 책임추궁 대상 이사와 책임발생 원인사실을 특정할 수 있다면 제소청구서는 적법하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제소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을 유지하고, 원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청구서에 요구되는 구체성의 정도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소청구서에는 대상 이사와 책임발생 원인사실이 포함되어야 하지만, 그 특정 여부는 서면의 문언만을 고립하여 판단해서는 안 된다. 회사가 보유한 이사회 의사록과 내부 자료까지 종합하여 제소 대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 제소요건을 충족한다.
이는 회사에 제소 여부를 먼저 판단할 기회를 보장하고 남소를 방지하면서도, 회사 내부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주주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특정 의무를 부과하지 않으려는 균형적인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