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원심판결
제1심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 1. 10. 선고 2018가합50059 판결
관련 판례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30041 판결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기간이 끝났더라도 갱신거절이 신의칙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갱신거절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본 판결
- 헌법재판소 2011. 6. 30. 선고 2009헌마582 전원재판부 결정 가맹사업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 범위로 제한한 규정의 합헌성을 판단한 결정
관련 법령
- 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6. 3. 29. 법률 제141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 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6. 3. 29. 법률 제141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 가맹계약의 갱신
- 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6. 3. 29. 법률 제141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 ― 손해배상책임 및 손해액 인정
- 민법 제2조 ― 신의성실의 원칙
- 민법 제750조 ―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의 전체 구조
피고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운영하는 사업자이고, 제1심 공동원고 7명은 각 지역에서 피고의 가맹점을 운영하던 가맹점사업자들이었다.
피고는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운영 매뉴얼 위반 등을 이유로 이들 가맹점사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였다.
7명의 원고는 피고의 계약 해지 또는 갱신거절이 부당한 불공정거래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각자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제1심은 원고 4의 갱신거절에 대해서만 불공정거래행위를 인정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하였다. 원심도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대법원 사건은 이 중 원고 4에 대한 가맹계약 갱신거절과 손해배상책임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가맹계약의 체결과 장기간 영업
대법원 판결의 원고는 2002년 9월 11일 피고와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한 지역에서 장기간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의 영업기간을 약 12년으로 표현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가맹계약 제15조 제3항은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초 가맹계약기간을 포함하여 전체 계약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는 당시 가맹사업법 제13조 제2항과 같은 내용이었다. 따라서 갱신거절 당시 원고에게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 계약갱신요구권이 남아 있지 않았다.
조리방법을 둘러싼 분쟁
피고 직원은 원고의 가맹점에서 간장치킨을 조리할 때 간장소스를 붓으로 바르지 않고 분무기로 뿌리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피고는 분무기 사용이 가맹본부의 중요한 영업방침인 조리 매뉴얼을 위반하고 전체 가맹점의 맛과 조리방법의 통일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보았다.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다음 내용의 1차 시정요구를 하였다.
- 간장치킨 조리 시 분무기를 사용한 것은 조리 매뉴얼 위반이다.
- 분무기 사용을 중단하고 가맹본부가 정한 방법을 준수해야 한다.
- 시정요구에 불응하거나 1년 이내에 매뉴얼 위반이 다시 적발되면 계약갱신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
조리 매뉴얼의 불명확성
그런데 피고가 제시한 조리 매뉴얼에는 간장소스를 반드시 ‘붓을 이용하여’ 발라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간장소스 사용방법에 관한 문언 자체가 불명확하였다.
원고는 분무기를 사용한 것이 조리 매뉴얼의 어느 조항을 위반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법원은 원고가 가맹본부의 영업방침을 고의적으로 위반하려 한 것이 아니라 간장소스를 더욱 균일하고 효율적으로 바르는 등 나름대로 조리방법을 개선하려 했던 것으로 판단하였다.
실제로 피고도 2016년 4월 6일 내부적으로 다음 두 조리방법의 맛을 비교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하였다.
- 붓을 이용하여 간장소스를 바르는 방법
- 분무기를 이용하여 간장소스를 뿌리는 방법
피고는 그 실험을 거친 후 붓을 사용하는 방법이 더 낫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분무기 사용의 적정성 자체가 당시까지 명백하게 확정된 조리기준은 아니었다는 사정으로 고려되었다.
2차 시정요구와 원고의 대응
원고는 1차 시정요구의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피고는 구체적인 매뉴얼 근거를 설명하지 않고 1차 시정요구와 유사한 내용의 2차 시정요구를 하였다.
원고는 2016년 4월 18일 제출한 2차 반박서면에서 매뉴얼의 불명확성을 계속 지적하면서도 피고의 요구에 따라 현재는 솔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 기록상 1차 시정요구 이후 원고가 다시 분무기를 사용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었다. 원고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공업용 분무기를 사용했다는 피고의 주장도 증명되지 않았다.
가맹본부의 갱신거절
피고는 2차 시정요구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4월 22일 원고에게 가맹계약 갱신거절을 통지하였다.
피고가 제시한 갱신거절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 원고가 가맹본부의 시정요구에 불응하였다.
- 가맹사업의 핵심인 통일성을 저해하였다.
- 표준 조리 매뉴얼을 수락하거나 준수하지 않았다.
- 이는 가맹사업법 제13조 제1항 제2호의 ‘다른 가맹점사업자에게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계약조건이나 영업방침을 수락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가맹계약은 2016년 9월 10일 종료되었다.
다른 갱신거절 사유의 부재
원심은 분무기로 간장소스를 바른 사실 외에는 피고가 원고와의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할 다른 사유가 없다고 인정하였다.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었다.
- 가맹금 또는 물품대금 미지급
- 위생상 중대한 문제
- 반복적인 조리 매뉴얼 위반
- 가맹본부의 상표나 신용 훼손
- 다른 가맹점과의 통일성을 중대하게 침해한 행위
- 1차 시정요구 이후 분무기를 계속 사용한 행위
따라서 갱신거절은 사실상 불명확한 조리방법을 문제 삼은 단일한 사유에 기초한 것이었다.
핵심쟁점
- 가맹사업법상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지난 후 가맹본부는 자유롭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가
- 법률상 갱신요구권이 없더라도 신의칙에 따라 갱신거절이 제한될 수 있는가
- 조리 매뉴얼 위반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갱신거절이 우월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하는가
- 부당한 갱신거절이 가맹사업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가
-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는가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
1. 10년 동안의 법정 갱신요구권
구 가맹사업법 제13조 제1항은 가맹점사업자가 계약기간 만료 전 일정 기간에 갱신을 요구하면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같은 조 제2항은 이 갱신요구권을 최초 가맹계약기간을 포함한 전체 계약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다.
따라서 10년이 지나면 가맹점사업자는 가맹사업법 제13조에 근거하여 일방적으로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다.
2. 10년 경과 후에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
법정 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지났고 가맹계약에도 별도의 자동갱신 또는 존속기간 연장 약정이 없다면, 계약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새로 갱신에 합의해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가맹본부는 다음과 같은 자유를 갖는다.
- 가맹점사업자의 갱신요청을 받아들일지
- 새로운 조건으로 갱신할지
- 갱신하지 않고 계약관계를 종료할지
즉, 10년이 지나면 가맹본부에게 당연한 갱신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3. 신의칙에 따른 갱신거절 자유의 제한
그러나 갱신거절이 다음 사정을 종합할 때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는 가맹본부의 갱신거절 자유가 제한된다.
- 가맹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목적
- 가맹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 계약관계가 장기간 전개된 양상
- 갱신에 관한 종전 관행
- 갱신거절 사유의 객관성과 중대성
- 가맹점사업자의 위반행위와 시정 여부
- 갱신거절로 양 당사자가 입게 되는 이익과 불이익
-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의 상표·영업방식에 투자하고 의존하는 가맹계약의 특성
- 가맹본부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
법정 갱신요구권이 소멸했다는 사정과 갱신거절이 적법하다는 판단은 동일하지 않다. 10년 경과 후에도 구체적인 갱신거절의 방법과 사유가 신의칙 및 불공정거래행위 금지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
이 사건 갱신거절이 부당하다고 본 이유
1. 매뉴얼 내용이 명확하지 않았음
조리 매뉴얼에는 간장소스를 반드시 붓으로 발라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분무기 사용을 곧바로 중요 영업방침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려웠다.
2. 고의적인 영업방침 위반이 아니었음
원고의 분무기 사용은 가맹점의 맛이나 품질을 훼손하려는 행위라기보다 조리방법을 개선하려는 시도로 평가되었다.
3. 원고가 실제로 시정요구를 따랐음
원고는 시정요구의 법적·계약적 근거를 다투면서도 피고의 요구에 따라 붓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다시 분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시정요구의 근거를 다투었다는 사실과 시정요구에 불응했다는 사실은 구별되어야 했다.
4. 갱신거절의 다른 사유가 없었음
원고가 분무기를 사용한 사실 외에 갱신을 거절할 다른 계약위반이나 영업상 문제가 인정되지 않았다.
5. 원고의 손실에 비해 가맹본부가 얻는 이익이 없었음
원고는 장기간 같은 지역에서 해당 상호로 영업하며 고객과 영업기반을 형성하였다. 갱신거절로 원고는 상당한 재산상 손실을 입게 되지만, 계약이 갱신되더라도 피고가 특별한 손해를 입는다고 볼 자료는 없었다.
6. 가맹본부가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함
가맹점사업자는 가맹본부의 상표, 조리방식, 원재료 공급 및 영업지원에 의존하고 상당한 초기 투자비용을 부담한다.
피고가 불명확한 매뉴얼을 근거로 시정요구를 하고, 원고가 이미 조리방법을 시정했는데도 이를 불응으로 평가하여 갱신을 거절한 것은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불이익을 부과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가맹사업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구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3호는 가맹본부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 갱신거절이 다음과 같은 구조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불명확한 조리 매뉴얼
→ 원고의 근거 제시 요구
→ 원고가 실제로는 붓 사용으로 시정
→ 가맹본부가 이를 시정요구 불응으로 평가
→ 장기 가맹점의 갱신거절
→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불이익 부과
→ 원고의 근거 제시 요구
→ 원고가 실제로는 붓 사용으로 시정
→ 가맹본부가 이를 시정요구 불응으로 평가
→ 장기 가맹점의 갱신거절
→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불이익 부과
법정 갱신요구권이 소멸했더라도 가맹본부의 행위는 별도로 구 가맹사업법 제12조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원심의 손해액 산정
제1심은 원고에게 2,000만 원의 손해를 인정하였고, 원심은 이를 유지하였다.
가맹계약이 갱신되었다면 얻었을 이익과 갱신거절 후 실제 재산상태를 비교하는 것이 원칙적인 손해산정 방법이다.
다만 음식점의 수익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으므로 정확한 일실이익을 산정하기 어려웠다.
- 상권의 변화
- 경쟁업체의 증감
- 신메뉴 출시 여부
- 경기변동과 소비 유행
- 가맹점주의 영업능력과 서비스 수준
이에 법원은 구 가맹사업법 제37조 제3항 등에 따라 변론과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였다.
손해액 산정에 고려된 사정
해당 프랜차이즈에 새로 가입하려면 통상 다음 비용이 필요하였다.
- 가맹비: 275만 원
- 개점 전 교육비: 165만 원
- 계약이행보증금: 300만 원
- 간판·주방설비·집기 관련 비용: 1,320만 원
- 합계: 약 2,060만 원
대법원 판결의 원고는 계약이행보증금 3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법원은 이와 함께 다음 사정을 고려하였다.
- 원고의 장기간 가맹점 운영
- 피고 브랜드의 가치
- 갱신거절로 인한 권리금 회수의 어려움
- 불공정거래행위의 구체적인 형태
- 원고와 피고의 경제적 지위 차이
그 결과 원고의 손해액을 2,000만 원으로 정하였다.
소송 결과
제1심
제1심 공동원고 7명 중 대법원 판결의 원고에 대해서만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 인용액: 2,000만 원
- 나머지 1,000만 원 청구: 기각
- 다른 원고 6명의 청구: 모두 기각
원심
원심은 다음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 다른 원고들의 항소
- 대법원 판결 원고의 추가 1,000만 원 청구에 관한 항소
- 가맹본부의 2,000만 원 인용 부분에 관한 항소
따라서 제1심의 2,000만 원 손해배상 판단이 유지되었다.
대법원
대법원은 가맹본부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가맹본부는 원고에게 다음 금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였다.
- 손해배상금 2,000만 원
- 2018년 2월 6일부터 2019년 1월 10일까지 연 5%
- 그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당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5%의 지연손해금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가맹사업법상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이 지나면 가맹본부가 원칙적으로 갱신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10년의 경과가 가맹본부에게 아무런 사유 없이 가맹점을 배제할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갱신거절의 사유와 과정이 신의칙에 반하고, 가맹본부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었다면 가맹사업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
특히 가맹본부가 조리·운영 매뉴얼 위반을 갱신거절 사유로 삼으려면 다음 사항이 중요하다.
- 매뉴얼의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
- 해당 기준이 다른 가맹점에도 통상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 위반 사실과 반복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 가맹점에 구체적인 시정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 가맹점이 실제로 시정했다면 그 사실을 반영해야 한다.
- 위반의 정도와 갱신거절이라는 제재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