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계열회사 경영권 방어를 위한 파생상품계약과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핵심 결론 기업집단이나 지배주주의 경영권 유지라는 이유만으로 계열회사가 부담하는 막대한 비용과 위험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이사는 소속 회사가 얻을 구체적 이익과 파생상품의 손실위험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이를 게을리하면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다280481

판례번호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다280481 판결

관련 규정

상법 제382조 제2항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한다.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가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681조는 수임인이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위임사무를 처리하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93조 제2항 및 제3항은 이사회가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하고, 이사가 대표이사 등의 업무집행 상황을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법령·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403조는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춘 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사실관계

피고 중 한 사람은 해당 기업집단의 회장으로서 엘리베이터 회사의 이사 또는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다른 피고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엘리베이터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기업집단은 당시 다음과 같은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회사가 해운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해운회사가 물류회사 주식을 보유하며, 물류회사가 다시 엘리베이터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구조였다.
엘리베이터 회사는 해운회사의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유지하고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외 금융기관 및 다른 회사들과 해운회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0여 건의 파생상품계약과 변경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의 대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계약 상대방은 계약기간 동안 해운회사 주식을 취득·보유하면서 엘리베이터 회사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였다. 엘리베이터 회사는 상대방에게 약정수수료를 지급하였다. 계약 만기에 해운회사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하락하면 그 손실 전부를 엘리베이터 회사가 부담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그 이익 전부 또는 일부를 정산받는 구조였다.
엘리베이터 회사는 그룹 계열 증권회사의 유상증자를 지원하기 위한 파생상품계약도 체결하였다. 사모투자회사가 증권회사의 실권 우선주를 인수·보유하고, 엘리베이터 회사가 수수료와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였다.
엘리베이터 회사는 계약 상대방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하였고, 만기 시 해운회사와 증권회사의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하락하면서 막대한 정산손실도 부담하였다.
회사의 주주인 원고는 2013년 회사 감사들에게 대표이사와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라고 서면으로 청구하였다. 회사가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법리

1.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는 요건

회사의 경영은 장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전제로 하므로 일정한 모험과 위험을 수반한다. 이사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요건이 충족되면 이사의 판단은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에 속한다.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되지 않을 것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것
필요한 조사와 검토 절차를 거칠 것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할 것
신의성실에 따라 판단할 것
판단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을 것
통상의 이사를 기준으로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 있을 것
이러한 요건을 충족했다면 회사가 예상한 이익을 얻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었더라도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반대로 객관적인 위험자료를 외면하거나 회사가 얻을 이익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막연한 기대만으로 거래를 결정했다면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2. 검토의무의 내용은 거래별로 달라진다

이사가 검토해야 할 사항은 모든 거래에서 동일하지 않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하여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거래의 목적과 동기
거래의 종류와 구조
거래 상대방과 회사 또는 이사 사이의 관계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과 위험
회사의 재무상황과 부담능력
거래로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
대체 가능한 거래수단의 존재
이해충돌 가능성
특히 거래가 복잡한 파생상품이고 손실 규모가 회사의 재무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사에게 요구되는 정보수집과 위험검토의 정도도 높아진다.

3. 경영판단을 정당화하는 이익은 소속 회사의 구체적인 이익이어야 한다

이사의 경영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소속 회사가 실제로 얻을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집단이 유지되면 소속 회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계열회사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이익
그룹 전체의 신용도나 이미지가 유지된다는 일반적인 주장
지배주주의 경영권이 유지되면 회사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추측
회사가 부담하는 수수료와 주가하락 위험이 막대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회사의 이익이 확인되어야 한다.

4. 기업집단의 이익과 개별 계열회사의 이익은 동일하지 않다

기업집단에 속한 각 계열회사는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별개의 회사이다.
따라서 개별 계열회사의 이사는 그룹 전체나 지배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이 이사로 재직하는 회사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계열회사 지원이나 그룹의 순환출자구조 유지가 그룹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더라도, 소속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과 위험에 비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 거래는 소속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경영판단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계열회사와 소속 회사 사이에 밀접한 영업적·재무적 관련성이 있고, 계열회사 지원이 소속 회사의 사업 유지나 수익에 구체적으로 기여한다면 그 이익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룹의 이익을 추상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소속 회사에 귀속될 구체적 이익을 객관적 자료로 검토하는 것이다.

5. 계열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검토할 사항

소속 회사가 계열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신주를 인수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계열회사 신주를 인수하도록 지원하는 경우 이사는 다음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계열회사가 소속 회사의 영업에 기여하는 정도
유상증자 참여가 소속 회사에 미치는 재정적 부담
계열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상황
유상증자 참여로 소속 회사가 얻을 영업상·영업 외 이익
증자에 참여하는 경우와 참여하지 않는 경우 계열회사에 미치는 영향
그 결과 소속 회사에 발생할 이익과 불이익
이 사건에서 엘리베이터 회사와 증권회사는 같은 그룹의 계열회사일 뿐 영업적 관련성이 분명하지 않았다. 증권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는 것이 엘리베이터 회사에 어떠한 이익을 주는지도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엘리베이터 회사는 증권회사 주가하락 위험을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일부 계약에 관하여 이사의 책임이 인정되었다.

6. 계열회사 경영권 방어를 위해 검토할 사항

순환출자구조에 속한 회사가 이미 지배하고 있는 계열회사에 대한 적대적 M&A를 막기 위하여 추가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회사의 이익과 지배주주의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계열회사 경영권을 방어하면 그룹의 순환출자구조와 지배주주의 지배권도 함께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사는 다음 사항을 객관적 자료에 기초하여 검토해야 한다.
소속 회사와 대상 계열회사의 영업적·재무적 관련성
계열회사 경영권 유지로 소속 회사가 얻는 구체적인 이익
경영권 상실로 소속 회사가 입게 될 구체적인 불이익
기업집단 변경이나 지배주주의 지배권 상실이 소속 회사의 사업 지속에 미치는 영향
소속 회사의 재무상태와 사업계획
경영권 방어에 투입되는 비용의 적정성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충돌하는지 여부

7. 파생상품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에는 별도의 위험검토가 필요하다

회사가 직접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하지 않고 제3자와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하여 일정 기간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하는 경우에도 실질적인 경제적 위험은 회사에 귀속될 수 있다.
이 사건 계약에서는 제3자가 주식을 보유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그 손실 전부를 엘리베이터 회사가 부담하였다. 회사는 우호적인 의결권을 확보하는 대신 주가하락 위험과 거액의 수수료를 부담하였다.
따라서 이사는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기초자산인 계열회사 주가의 변동 가능성
주가하락 시 예상되는 최대 손실 규모
수수료와 정산손실을 포함한 총비용
회사의 손실 부담능력
계약기간과 만기구조
조기종료 조건과 담보조건
손실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
계약 규모를 축소하거나 다른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
이사는 검토 결과에 따라 계약 규모와 내용을 조정하여 회사의 비용과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8. 일부 계약에 대해서만 책임이 인정된 이유

대법원은 모든 파생상품계약을 일률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책임이 인정된 계약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확인되었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 전부를 회사가 부담하는 구조였던 점
수수료가 회사의 영업이익에 비하여 과다했던 점
해운업 경기와 주가에 관한 부정적인 전망자료를 외면한 점
평소 사용하던 평가방식과 다른 낙관적인 평가자료에 의존한 점
경영권 방어로 회사가 얻을 이익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점
그룹 유지와 지배주주의 지배권 유지라는 이익이 결부된 점
손실 가능성과 관리방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점
반면 일부 후속 계약은 기존 계약이 즉시 종료되면 회사가 거액의 정산금을 일시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만기를 연장하기 위하여 체결되었다.
이러한 계약은 당장의 대규모 자금유출을 막고 회사 운영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장래 손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당시 상황에서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대법원은 이 부분 계약은 경영판단의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다고 보아 이사의 책임을 부정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계열회사 경영권 방어 목적의 파생상품계약이 언제나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계약별 체결 당시의 정보, 목적, 위험, 대안과 회사의 재무상황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9. 지배권 유지로 이익을 얻는 이사의 감시의무

이사는 자신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대표이사나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
특히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으로 자신이 지배권 유지 등의 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감시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으므로 계약의 필요성과 회사에 미치는 위험을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룹 회장이자 계열회사들의 이사였던 피고는 해운업 전망, 계열회사의 재무상태와 주가, 파생상품계약으로 인한 손실위험을 알고 있었다. 또한 순환출자구조가 유지되면 그룹에 대한 자신의 지배권도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이사들이 위험을 충분히 검토하도록 조치하거나 계약 체결을 방지하지 않았으므로 선관주의의무 또는 감시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이 인정되었다.

10. 주주대표소송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되었다고 권리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가 회사에 대한 M&A를 시도해 온 사정은 인정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주주대표소송이 곧바로 주주권 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주대표소송이 오로지 이사들을 압박하여 M&A를 유리하게 진행하려는 사익적 목적으로 제기되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어야 한다.
법원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주주권 남용 주장을 배척하였다.

11. 손해와 책임 제한

책임이 인정된 계약으로 회사가 지급한 수수료와 정산손실은 회사의 손해로 인정되었다.
회사가 얻었다고 주장된 그룹 유지, 브랜드 가치 및 경영권 유지 등의 이익은 존재가 불분명하거나 추상적이어서 손해액에서 공제되지 않았다.
다만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제한할 수 있다.
사업의 내용과 성격
임무 위반의 경위와 정도
회사의 손해 발생·확대에 관여한 객관적 사정
해당 이사의 평소 회사에 대한 공헌
이사가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
회사의 조직체계와 위험관리체제의 흠결
다른 임직원이나 외부환경이 손해에 기여한 정도
원심은 그룹 회장이었던 피고의 책임을 전체 관련 손해 약 3,456억 원의 약 50%인 1,700억 원으로 제한하였다. 대표이사였던 다른 피고의 책임은 관련 손해 약 1,911억 원의 약 10%인 190억 원으로 제한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책임 제한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계열회사 경영권 방어와 유상증자 지원을 위해 체결된 파생상품계약 중 일부에 관하여 이사들이 회사가 얻을 구체적인 이익과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기업집단 유지나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라는 추상적 목적만으로 엘리베이터 회사가 부담한 막대한 수수료와 정산손실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계약으로 자신의 지배권 유지에 이익을 얻는 이사도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기존 계약의 즉시 종료로 인한 대규모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계약기간을 연장한 일부 계약 등은 당시 회사의 구체적인 재무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그룹의 이익과 개별 계열회사의 이익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경영권 방어 목적의 거래에서도 소속 회사가 얻을 구체적 이익과 부담할 위험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판결이다.
이 글이 속한 업무분야
M&A · 기업인수합병 대우건설·대우인터내셔널 매각 등 대형 M&A와 국내외 기업인수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매매, 영업양수도, 경영권 양도, 법률실사, 계약협상 및 M&A 분쟁을 자문합니다. 해당 분야 전체 자료 보기 → 경영권 분쟁 · 주주권 분쟁 적대적 M&A, 주주총회, 의결권, 주주명부, 명의개서, 이사 해임, 신주발행, 주주지위 확인 및 상사가처분 등 경영권·주주권 분쟁을 통합적으로 자문합니다. 해당 분야 전체 자료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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