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 원고: 수증자인 채무자에게 대여금채권을 가진 채권자
- 피고들: 유증을 포기한 채무자 등
- 쟁점: 채무초과 상태인 수증자가 특정 부동산에 대한 유증을 포기한 행위가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는지
- 대법원 결과: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
- 결론: 유증 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음
하급심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3. 17. 선고 2016가합506996 판결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8. 7. 18. 선고 2017나2020102 판결
- 원심 판단: 유증의 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증 포기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음
- 대법원 판단: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
관련 판례
이 판결의 법제처 판례정보에는 별도의 참조판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유증 포기와 유사하게 상속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존중되는 상속포기에 관하여도, 대법원은 상속포기가 민법 제406조의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406조 제1항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 민법 제1074조 유증을 받을 자는 유언자가 사망한 후 언제든지 유증을 승인하거나 포기할 수 있고, 그 승인이나 포기는 유언자가 사망한 때로 소급하여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사실관계
원고는 2006년 4월 1일 피고 중 1명인 채무자에게 200,000,000원을 대여하였다.
변제기는 2006년 7월 31일로 정하였고, 이자는 2006년 4월 말부터 매월 말일에 4,800,000원씩 지급하기로 하였다.
한편 채무자의 아버지는 1998년 5월 7일 자신의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을 채무자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유증은 상속재산 전체에 대한 포괄적 유증이 아니라 특정 부동산을 지정한 특정 유증이었다.
채무자의 아버지는 2015년 4월 4일경 사망하였다.
이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는 2015년 9월 4일 채무자 등에 대한 대여금 확정판결을 대위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상속인들 앞으로 각 4분의 1 지분씩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이 사건 부동산을 유증받은 채무자는 소송 계속 중이던 2016년 9월 7일 법원에 유증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변론기일에서도 유증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거듭 표시하였다.
채무자는 당시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채무자가 유증을 승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면 부동산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원고는 채무자가 유증을 포기한 것은 자신을 비롯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민법 제406조에 따라 유증 포기를 사해행위로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하였다.
법리
수증자는 유언자 사망 후에도 유증을 자유롭게 포기할 수 있음
유증은 유언자가 유언을 통하여 자신의 재산을 특정인에게 무상으로 귀속시키는 제도이다.
유증은 유언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수증자의 사전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유증에 따른 권리취득을 강제할 수는 없다.
민법 제1074조는 수증자에게 유언자가 사망한 후 언제든지 유증을 승인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수증자가 채무초과 상태에 있거나 유증을 받으면 채권자들에게 유리해진다는 사정만으로 수증자에게 유증의 승인을 강제할 수 없다.
유증 포기의 효력은 유언자 사망 시로 소급함
유증의 승인이나 포기는 유언자가 사망한 때로 소급하여 효력이 발생한다.
수증자가 유증을 포기하면 법률상 처음부터 유증으로 재산을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된다. 유증의 대상이 된 재산이 일단 수증자의 책임재산에 귀속되었다가 포기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유증을 포기하더라도 채무자에게 이미 귀속되어 있던 재산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사해행위가 되려면 채무자의 기존 책임재산이 감소해야 함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하여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되는 책임재산을 감소시킨 경우에 인정된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자신이 이미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무상으로 증여하거나 헐값에 처분하면 기존 책임재산이 감소하므로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유증의 포기는 그와 구조가 다르다. 수증자는 유증을 포기함으로써 아직 확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무상 이익을 취득하지 않는 데 그친다. 채무자가 종전에 보유하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아니다.
더구나 유증 포기는 유언자의 사망 시로 소급하므로, 수증자의 일반재산이 유증 이전보다 악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채무자의 재산취득 거절과 기존 재산의 처분은 구별해야 함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유증을 승인했다면 유증받은 부동산을 집행재산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유증 포기로 채권회수의 기회를 잃었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재산을 취득할 가능성을 포기하여 채권자의 기대가 실현되지 않은 모든 경우에 인정되는 제도가 아니다. 채무자가 이미 보유하던 책임재산을 적극적으로 감소시킨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다음 두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 채무자가 이미 취득한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처분한 경우: 기존 책임재산이 감소하므로 사해행위가 될 수 있음
- 채무자가 자신에게 제공된 유증을 포기한 경우: 처음부터 유증재산을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되므로 사해행위가 되지 않음
특정 유증도 동일하게 판단됨
이 사건은 상속재산 전체 또는 일정 비율을 유증하는 포괄적 유증이 아니라 특정 부동산을 지정하여 유증한 사안이었다.
원고는 특정 유증의 경우 수증자가 유언자의 사망과 동시에 특정 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므로, 그 포기는 이미 취득한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와 같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정 유증에서도 민법 제1074조에 따라 수증자가 유증을 포기할 수 있고, 포기의 효력이 유언자 사망 시로 소급한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따라서 특정 부동산에 관한 유증 포기 역시 채무자의 일반재산을 직접 감소시키는 행위가 아니므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론
채무자는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고, 아버지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특정 유증받을 수 있었다. 채무자가 유증을 승인했다면 그 부동산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수증자는 유언자의 사망 후에도 유증을 자유롭게 포기할 수 있고, 포기의 효력은 유언자 사망 시로 소급한다. 따라서 채무자는 처음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유증으로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된다.
유증 포기는 채무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일반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가 아니라 무상으로 제공된 재산을 취득하지 않기로 한 행위이다. 채무초과 상태에서 채권자를 해할 의도로 유증을 포기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유증 포기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