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원심판결
제1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7. 12. 22. 선고 2017가합1134 판결
※ 제1심판결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독립된 판례 페이지로 수록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판례
- 대법원 1984. 5. 29. 선고 83다119, 83다카341 판결
-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50722 판결
-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 이 판결로 변경
- 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다28865 판결
관련법령
- 민법 제1조
- 민법 제877조
- 민법 제1008조의3
- 대한민국헌법 제9조
- 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
- 대한민국헌법 제36조 제1항
-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6호
-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3항
-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 제2호
-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4항 제2호
사실관계
망인의 공동상속인은 배우자, 1994년생 장녀, 2000년생 차녀 및 2006년생 장남이었다. 원고들은 망인의 배우자와 두 딸이고, 피고 2는 망인의 장남을 출산한 사람이다.
2017년 4월 16일 망인이 사망하자 피고 2는 망인의 유체를 화장한 후 피고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추모공원의 봉안당에 유해를 봉안하였다.
망인의 제사주재자나 유해의 귀속에 관하여 공동상속인 사이의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망인의 배우자와 두 딸로서 망인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재단법인과 피고 2를 상대로 봉안당에 안치된 망인의 유해를 인도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들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없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되므로, 망인의 장남이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다투었다.
제1심 및 원심 판단
제1심은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였다.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은 제사주재자를 우선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가 그 지위를 승계한다고 판단하였다. 공동상속인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만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보았다.
제1심은 망인의 장남이 제사주재자로서 망인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피고 2는 미성년자인 장남의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로서 유해를 점유·관리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심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그대로 인용하여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대법원 다수의견
대법원은 망인의 유체·유해에 관한 권리가 민법 제1008조의3에서 정한 제사용 재산에 준하여 제사주재자에게 귀속된다는 종전 법리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없는 경우 장남이나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종전 기준은 더 이상 조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 제사주재자 결정의 기본 순서
제사주재자는 우선 공동상속인 사이의 협의로 정한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및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
따라서 자녀들이 공동상속인인 경우에는 아들인지 딸인지, 혼인 중 출생자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가장 나이가 많은 자녀가 원칙적으로 제사주재자가 된다.
2. 장남 우선 원칙이 폐기된 이유
남성 상속인을 여성 상속인보다 우선하는 것은 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 및 대한민국헌법 제36조 제1항의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양성평등 원칙과 조화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부모의 부양과 추모에 관하여 아들과 딸의 역할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장례 역시 매장 중심에서 화장·봉안·자연장 등으로 다양화되었고, 제사의 형식과 의미도 부계혈족 중심의 가계계승보다 망인에 대한 추모를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장남이나 장손자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우선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이를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제사주재자는 제사용 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할 뿐 아니라 유체·유해의 처리, 분묘의 관리 및 제사비용 부담 등의 의무도 부담한다. 이러한 권리와 의무를 남성 상속인에게 우선적으로 귀속시킬 근거도 없다고 보았다.
3. 최근친의 연장자를 우선하는 이유
민법 제1008조의3은 제사용 재산을 일반 상속재산과 구별하여 제사주재자 1인에게 특별승계시키고 있다. 따라서 공동의 제사주재자를 인정하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기준에 따라 특정한 1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
제사는 기본적으로 직계비속이 조상을 추모하는 의식이므로 피상속인과의 촌수를 우선 고려하고, 동일한 촌수의 직계비속이 여러 명이면 연령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이 사회 일반의 인식과 법적 안정성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4.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면 제사주재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 장기간 외국에 거주하여 현실적으로 제사를 주재하기 어려운 경우
- 평소 부모를 학대·모욕하거나 부모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 조상의 분묘를 수호·관리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한 경우
-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또는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경우
-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경우
- 피상속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공동상속인 다수의 의사 및 피상속인과의 생전 생활관계를 종합할 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정도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다음 순위의 직계비속이 제사주재자가 될 수 있다.
배우자는 공동상속인의 협의가 있으면 제사주재자가 될 수 있고, 직계비속 모두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제사주재자로 인정될 수 있다.
5. 종전 판례의 변경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없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하였다.
6. 변경된 판례의 적용 범위
변경된 법리는 원칙적으로 이 판결이 선고된 2023년 5월 11일 이후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2008년 11월 20일부터 2023년 5월 10일까지 이미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진 사안에는 법적 안정성과 당사자의 신뢰 보호를 위하여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된다.
다만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게 된 계기가 된 이 사건에는 변경된 법리를 소급하여 적용하였다. 이는 판례변경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장래에 한정하되, 해당 판례변경 사건에는 새로운 법리를 적용하는 이른바 ‘제한적 장래효’를 채택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이 사건에서는 공동상속인 사이에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은 망인의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남녀와 적서를 불문하고 망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인 장녀를 제사주재자로 우선하여야 했다.
다만 장녀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도 추가로 심리했어야 한다.
원심이 이러한 심리 없이 미성년자인 장남이 제사주재자라고 단정한 것은 제사주재자의 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별개의견
대법관 4인의 별개의견은 장남·장손자를 우선하던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그 효력을 원칙적으로 장래에 한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였다.
그러나 협의가 없는 경우 최근친의 연장자에게 원칙적인 우선권을 주는 다수의견에는 반대하였다.
별개의견은 법원이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제사주재자 또는 유체·유해의 귀속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 망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 망인과 공동상속인 사이의 동거·부양·왕래·소통 등 생활관계
- 장례를 주도한 사람과 비용을 부담한 사람
- 장례 후 유체·유해 또는 분묘의 관리상태
- 공동상속인들의 의사와 협의가 성립하지 않은 경위
- 향후 유해나 분묘를 관리할 의사·능력 및 지속가능성
별개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판단 대상에는 직계비속뿐 아니라 망인의 배우자도 포함된다.
결론
대법원은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망인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이 판결은 유체·유해와 제사용 재산의 귀속에서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던 판례를 폐기하고, 성별과 적서를 불문하는 기준을 확립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다만 제사주재자를 공동상속인 전체 중 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로 정하였다는 점, 배우자는 협의가 있거나 직계비속 모두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제사주재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변경된 법리가 이 사건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판결 선고 이후의 승계에만 적용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