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정폭력을 목격한 아동의 헤이그협약상 반환 거부

핵심 결론 일본에 상거소를 둔 아동을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의 없이 대한민국으로 데려온 것은 양육권을 침해한 불법적인 이동이므로, 헤이그협약상 원칙적으로 아동을 일본에 반환하여 그곳에서 양육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복된 가정폭력을 목격한 아동이 반환 후 어머니와 분리되거나 다시 폭력 상황에 노출될 구체적 위험이 있다면, 대한민국 법원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우선하여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스630, 2021스713

해당 판례

대법원 2018. 4. 17. 자 2017스630 결정 [아동반환청구(헤이그협약)]
  • 청구인: 일본에 거주하던 아버지
  • 상대방: 자녀들을 데리고 대한민국에 입국한 어머니
  • 사건본인: 청구인과 상대방 사이의 두 자녀
  • 쟁점: 자녀들을 일본으로 반환할 경우 발생할 정신적 위해가 헤이그협약상 ‘중대한 위험’에 해당하는지
  • 대법원 결과: 재항고 기각 ― 아동반환청구 기각 확정
하급심
제1심
서울가정법원 2017. 4. 21. 자 2016느단52500 심판
제1심은 자녀들을 일본으로 반환할 경우 정신적 위해에 노출되거나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할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보아 아버지의 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
서울가정법원 2017. 10. 18. 자 2017브30068 결정 [아동반환청구(헤이그협약)]
원심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의 없이 자녀들을 대한민국으로 데려온 행위가 불법적인 이동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혼인기간 중 어머니에게 여러 차례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고, 첫째 자녀가 이를 목격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하면 자녀들을 일본으로 반환하지 않을 예외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사실관계

재일교포 3세인 아버지와 대한민국에서 출생하여 성장한 어머니는 2006년 4월 13일 일본에서 혼인한 후 일본에서 생활하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2007년 1월 2일 태어난 첫째 자녀와 2009년 6월 1일 태어난 둘째 자녀가 있었다. 자녀들의 상거소는 일본이었다.
부부는 2016년 6월 28일 부부싸움을 하였다. 어머니는 다음 날 두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와 아버지의 동의 없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어머니와 자녀들은 서울에 있는 어머니의 언니 집에서 생활하였고, 자녀들은 2016년 9월 1일부터 대한민국의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였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자신의 양육권을 침해하여 자녀들을 불법적으로 대한민국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하면서, 헤이그협약과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녀들을 일본으로 반환하라고 청구하였다.
어머니는 혼인기간 중 아버지가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고, 자녀들이 이러한 폭력의 당사자 또는 목격자가 되었으므로 일본으로 반환하면 자녀들이 정신적·육체적 위해에 노출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아버지가 자녀들을 직접 폭행했다는 사실까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여러 차례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고, 첫째 자녀가 폭행 장면을 수차례 목격하여 정신적 고통과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다고 인정하였다.

법리

불법적인 이동이라면 원칙적으로 반환해야 한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의 없이 일본에 상거소를 둔 자녀들을 대한민국으로 데려온 것은 아버지의 공동양육권을 침해한 불법적인 이동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어머니는 자녀들을 종전 상거소국인 일본으로 반환해야 한다. 이 반환절차는 어느 부모가 최종적으로 자녀를 양육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아동을 불법적인 이동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고 상거소국에서 양육권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절차이다.
‘중대한 위험’에는 부모에 대한 가정폭력의 간접 피해도 포함된다
반환 거부사유인 ‘중대한 위험’은 아버지가 자녀를 직접 폭행하거나 학대한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자녀가 이를 목격함으로써 정신적 위해를 입은 경우도 포함된다. 자녀는 가정폭력의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더라도 폭력을 목격하는 것만으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에도 중대한 위험이 인정될 수 있다.
  • 아동이 다른 부모에 대한 폭력을 반복적으로 목격한 경우
  • 아동이 폭력을 행사한 부모에게 공포감이나 강한 거부감을 가진 경우
  • 주된 양육자가 상거소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아동만 폭력 가해 부모에게 보내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 주된 양육자가 아동과 함께 돌아가더라도 다시 가정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 형제 중 일부만 반환함으로써 형제자매가 분리되고 심리적 고통이 발생하는 경우
보호자와의 분리 및 형제자매의 분리도 함께 고려한다
어머니가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녀들만 반환되면, 자녀들은 주된 보호자인 어머니와 분리되어 아버지의 단독 양육 아래 놓이게 된다.
첫째 자녀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목격하여 아버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첫째 자녀만 일본으로 반환하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첫째 자녀만 대한민국에 남기고 둘째 자녀만 일본으로 반환하면 형제자매가 분리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분리 역시 두 자녀에게 심리적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재 대한민국 생활에 적응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녀들이 대한민국 학교에 다니면서 생활에 잘 적응하고 일본보다 대한민국 생활을 선호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이 함께 존재하였다.
  •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반복적인 폭언과 폭력
  • 첫째 자녀의 폭력 목격과 정신적 고통
  • 자녀만 반환될 경우 어머니와 분리될 가능성
  • 어머니가 함께 돌아갈 경우 가정폭력이 반복될 가능성
  • 첫째와 둘째를 달리 처리할 경우 형제자매가 분리될 위험
  • 자녀들이 이미 대한민국 생활에 적응한 상태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여 반환으로 인한 중대한 위험을 인정하였다.
아동의 권익이 부모의 양육권보다 우선한다
헤이그협약은 아동의 신속한 반환을 원칙으로 하지만, 그 원칙이 아동의 구체적 복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반환예외사유를 판단할 때에는 부모의 양육권이나 절차의 신속성보다 아동의 권익을 우선하여 다음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위해의 내용과 정도
  • 위해가 반복될 가능성
  • 반환 전후의 구체적인 양육환경
  • 주된 양육자가 아동과 함께 상거소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 반환이 아동에게 미칠 심리적·육체적 영향
  • 형제자매가 분리될 가능성
  • 반환이 아동의 복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지

결론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의 없이 자녀들을 일본에서 대한민국으로 데려온 것은 불법적인 이동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반환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여러 차례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고 첫째 자녀가 이를 목격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자녀들만 일본으로 반환하면 어머니와 분리되고, 어머니가 함께 돌아가면 다시 가정폭력을 목격할 가능성이 있었다. 둘째 자녀만 반환하면 형제자매가 분리되는 문제도 발생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자녀들을 일본으로 반환할 경우 정신적 위해에 노출되거나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아버지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자녀들에 대한 반환청구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확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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