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부 제보로 담합 증거가 이미 확보된 후 자진신고한 사업자가 감면받을 수 있는지

핵심 결론 공정거래위원회가 외부 제보로 담합 입증자료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이후 증거를 낸 담합 참여자는 1·2순위 조사협조자가 될 수 없고, 일반적인 조사협력 감경만 받을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두54746, 2017두46912

해당 판례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두54746 판결〔감면거부처분취소〕
하급심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7. 7. 6. 선고 2017누31431 판결〔감면거부처분 취소〕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12월 6일 의결 제2016-335호로 한국스택의 과징금 감면신청을 거부하였다.
한국스택은 공동행위 참여 사업자 중 최초로 감면을 신청하였지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공동행위 외부자의 제보와 자료 제출로 담합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스택이 1순위 조사협조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별도로 2순위 조사협조자에 해당하는지는 심사하지 않은 채 감면신청을 거부하였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감면거부처분을 취소하였다.
  • 2순위 조사협조자의 요건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기 전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 2순위 조사협조자가 되기 위한 ‘두 번째 증거제공자’의 선행 증거제공자가 반드시 감면신청자인 담합 참여자일 필요는 없다.
  • 외부 제보자가 먼저 증거를 제공했더라도 한국스택이 그다음 필요한 증거를 제공했다면 2순위 조사협조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스택이 2순위 조사협조자의 나머지 요건을 갖추었는지 심사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원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감면신청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2순위 조사협조자가 1순위와 독립하여 성립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파기하였다.
감면제도의 목적
조사협조자 감면제도, 이른바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증거를 제출하고 조사에 협조하는 경우 시정조치·과징금·고발 등을 감면하는 제도이다.
그 목적은 다음과 같다.
  • 담합 참여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려 담합을 중지·예방한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은밀한 담합을 쉽게 적발하도록 한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보하기 어려운 내부 증거를 수집하도록 한다.
  •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인다.
따라서 사업자가 자료를 제출한 시점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담합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면, 그 사업자의 협조는 담합 적발에 필요한 결정적인 기여라고 보기 어렵다.
외부 제보자는 조사협조자 순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1순위와 2순위는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 가운데 증거를 제출하고 조사에 협조한 사업자에게 부여되는 지위이다.
공동행위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제보자는 애초에 조사협조자 감면제도의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1순위나 2순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외부 제보자를 ‘첫 번째 증거제공자’로 보고, 그다음 증거를 제출한 담합 참여자를 ‘두 번째 증거제공자’로 평가할 수 없다.
2순위는 1순위와 독립된 지위가 아니다
시행령이 1순위와 2순위 조사협조자를 구분한 것은 최초로 증거를 낸 담합 참여자뿐 아니라 두 번째로 증거를 낸 참여자에게도 일정한 감면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2순위는 1순위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성립하는 지위가 아니다. 2순위 조사협조자가 성립하려면 그보다 앞서 공동행위 참여자인 1순위 조사협조자가 존재해야 한다.
2순위의 ‘두 번째 증거제공자’보다 먼저 증거를 제공한 사람은 다음 요건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 공동행위에 참여한 사업자일 것
  • 조사협조자 감면요건을 갖출 것
  • 1순위 조사협조자로 인정될 수 있을 것
외부 제보자나 감면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동행위 참여자는 조사협조자의 순위를 정할 때 포함되지 않는다.
2순위 요건에 ‘증거 미확보 상태’가 명시되지 않은 이유
구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3호는 2순위 조사협조자에 관하여 1순위와 달리 다음 요건을 명시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였거나 이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에 협조하였을 것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문언만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경위로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후에도 2순위 조사협조자가 성립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순위에 위 요건이 없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순위 조사협조자의 자료 제공으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게 된 경우에도 두 번째 담합 참여자에게 추가적인 감면 혜택을 주기 위한 예외이다.
그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제1순위 협조자의 증거 제공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경우: 2순위 조사협조자 성립 가능
  • 공동행위 외부자의 제보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경우: 1순위와 2순위 모두 성립 불가
  •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체 조사 등으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경우: 이후 협조자는 원칙적으로 조사협조자 감면대상이 아님
즉 증거가 이미 확보되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증거를 누구의 협조로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면 신규 조사협조자는 성립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외부 제보로 담합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이후 공동행위 참여자가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1순위 조사협조자가 될 수 없다.
선행하는 1순위 조사협조자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독립적인 2순위 조사협조자도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스택의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를 부정한 후 2순위 해당 여부를 별도로 심사하지 않고 감면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7두46912 판결 조사협조자 감면제도는 담합 참여 사업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하여 담합을 와해시키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적발 및 증거 수집을 용이하게 하려는 제도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

판결 이유에서 언급된 규정
다음 규정은 법제처가 표시한 공식 참조조문은 아니지만, 법정 조사협조자 감면과 일반적인 조사협력 감경을 구별하는 과정에서 판결 이유에 인용되었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1조 제3항
  •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사실관계

한국스택을 비롯한 23개 기계설비공사업자는 연도 및 건식에어덕트 공사를 수행하였다.
연도공사는 보일러나 발전기 등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건물 외부로 배출하는 통로를 설치하는 공사이고, 건식에어덕트 공사는 공동주택의 주방이나 욕실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통로를 설치하는 공사이다.
이들 사업자는 민간 건설회사가 발주하는 공사입찰에서 미리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정하였다.
공동행위는 두 기간으로 나뉘어 이루어졌다.
  • 제1차 공동행위는 2008년 10월 6일부터 2014년 5월 12일까지 이루어졌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5월 13일 현장조사를 시작하자 공동행위가 일시 중단되었다.
  • 이후 2014년 10월 2일부터 2015년 11월 13일까지 공동행위가 재개되었다.
사업자들은 77개 민간 건설회사가 발주한 총 797건의 공사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하였다. 제1차 공동행위의 낙찰금액은 약 78,195,000,000원, 제2차 공동행위의 낙찰금액은 약 18,274,000,000원이었다.
낙찰예정자는 담합협의금을 제시하거나 제비뽑기·사다리타기 등의 방법으로 정하였다. 낙찰예정자로 선정된 사업자는 들러리 업체들에 담합협의금을 계좌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지급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스택에 2,359,000,000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한국스택이 조사과정에서 행위사실을 인정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등 협조한 점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조사협력 감경 20%를 적용한 금액이었다.
한국스택은 2014년 5월 13일경 공동행위 참여 사업자 중 최초로 법정 조사협조자 감면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스택이 자료를 제출하기 전에 이미 공동행위 외부자의 제보와 자료 제출로 담합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한국스택의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를 부정하고 2순위 해당 여부를 별도로 심사하지 않은 채 감면신청을 거부하였다.
한국스택은 자신이 1순위 조사협조자가 아니더라도 2순위 조사협조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감면거부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다.

법리

법정 감면과 재량 감경은 구별된다
조사에 협조한 사업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혜택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공정거래법령상 조사협조자 감면제도이다. 일정한 순위와 요건을 충족하면 과징금·시정조치·고발 등에 관하여 법령이 정한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둘째, 과징금고시에 따른 일반적인 조사협력 감경이다. 법정 조사협조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조사에 협력한 정도를 고려하여 과징금을 재량적으로 감경받을 수 있다.
외부 제보 이후 뒤늦게 자료를 제출한 사업자는 법정 1·2순위 조사협조자는 될 수 없지만, 조사협력의 정도에 따라 일반적인 재량 감경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한국스택은 조사협력을 이유로 과징금 산정액의 20%를 감경받았다.
중요한 것은 신청순서뿐 아니라 증거확보의 경위이다
감면신청 순위는 접수 시각만으로 기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다음 사항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 증거제공자가 공동행위 참여자인지
  • 제출된 증거가 담합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지
  • 제출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느 정도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었는지
  • 공정거래위원회가 충분한 증거를 누구의 제공으로 확보했는지
  • 선행 신청자가 실제 조사협조자 요건을 갖추었는지
공동행위 참여 사업자 중 최초로 감면을 신청했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외부 제보로 이미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면 1순위 조사협조자가 될 수 없다.
2순위 지위는 선행하는 유효한 1순위를 전제로 한다
2순위 조사협조자는 단순히 전체 증거제공자 중 두 번째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동행위 참여자 중 법정 요건을 갖춘 1순위 조사협조자가 존재하고, 그다음으로 법정 요건을 갖춘 참여자가 증거를 제공해야 2순위가 성립한다.
따라서 다음 사람은 2순위 산정의 선행 증거제공자로 볼 수 없다.
  •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제보자
  • 법정 조사협조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동행위 참여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후 뒤늦게 자료를 제출한 참여자

결론

공정거래위원회가 공동행위 외부자의 제보와 자료 제출을 통해 담합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이후 증거를 제공한 공동행위 참여자는 1순위 조사협조자가 될 수 없다.
또한 2순위 조사협조자는 유효한 1순위 조사협조자의 존재를 전제로 하므로, 외부 제보자 다음으로 자료를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2순위가 될 수도 없다.
다만 법정 조사협조자 감면을 받을 수 없더라도 조사에 협력한 정도에 따라 과징금고시에 따른 일반적인 재량 감경은 받을 수 있다.

실무상 유의점

  • 리니언시 신청은 담합 참여자 중 가장 먼저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외부 제보나 자체 조사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 신청 전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 보유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담합 발견 즉시 자료보전·사실조사와 신청 여부 결정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 2순위는 독립적인 감면 지위가 아니다. 선행하는 유효한 1순위 조사협조자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감면신청서에는 단순한 담합 인정뿐 아니라 합의내용, 참가자, 기간, 실행방법 및 관련 문서 등 담합을 독자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 법정 감면이 거부되더라도 조사협력에 따른 재량 감경을 별도로 주장해야 한다. 법정 감면과 재량 감경의 요건 및 효과는 서로 다르다.
  • 감면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는 제출 순서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시점과 확보 경위가 핵심 쟁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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