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증받은 부동산에 설정된 제3자의 권리는 수증자에게도 그대로 존속한다

핵심 결론 유언자가 제3자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 상태에서 그 토지를 유증했다면, 수증자는 원칙적으로 사용대차관계가 붙은 상태 그대로 토지를 취득한다. 사용차주의 권리에 대항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89040

해당 판례

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7다289040 판결 [추심금]
  • 원고: 법무법인 서울제일
  • 피고: 사회복지법인 다솔
  • 유언자: 피고를 설립·운영하면서 자신의 토지를 피고에게 무상으로 사용하게 한 사람
  • 수증자: 유언자로부터 토지를 유증받은 종친회
  • 쟁점: 유언자와 피고 사이의 토지 사용대차관계가 토지를 유증받은 종친회에도 그대로 효력이 있는지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원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11. 23. 선고 2017나54041 판결
원심은 유언자가 피고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피고의 무상사용권은 채권적인 사용대차에 기초한 것으로서 새로운 소유자인 종친회에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민법 제1085조는 수증자가 유증의무자에게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달라고 청구하지 못한다는 의미일 뿐, 대항력 없는 제3자에 대하여 수증자가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가 사용대차를 근거로 정당한 점유권원이 있다고 주장하며 부당이득반환채무의 존재를 다툰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대법원은 유언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수증자는 유증 목적물을 유언자 사망 당시의 상태 그대로 취득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유언자와 피고 사이에 토지 사용대차관계가 성립하여 있었다면 피고의 사용차주로서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친회가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도 그대로 존속한다.
대법원은 원심이 사용대차관계의 성립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의 권리에 대항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장을 배척한 것은 민법 제1085조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관련 판례

이 판결의 법제처 판례정보에는 별도의 참조판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085조 유증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가 유언자 사망 당시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 수증자는 유증의무자에게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사실관계

유언자는 1971년 10월 16일 피고인 사회복지법인 다솔을 설립한 후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피고를 운영하였다.
피고는 유언자가 소유하던 토지 위에 1987년 7월 31일 피고 소유의 건물을 완공하였다. 피고는 건물 완공 후 유언자가 사망할 때까지 10년 이상 토지를 계속 점유·사용하였다.
피고는 이 기간 동안 유언자에게 토지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유언자 역시 피고에게 토지 인도나 사용료 지급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유언자와 피고 사이에는 피고가 건물의 부지로 해당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내용의 사용대차계약이 성립하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유언자는 1994년 6월 13일 이 사건 토지를 종친회에 유증하였다. 그 후 유언자는 1999년 11월 1일 사망하였다.
종친회는 2001년 4월 11일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종친회 측은 피고가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종친회와 별도의 사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토지를 계속 사용하였다며 피고에 대한 토지 사용이익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주장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기초로 피고에게 추심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유언자와의 사용대차계약에 따라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종친회가 토지를 유증받은 후에도 그대로 존속하므로 토지 사용이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이 아니라고 다투었다.

법리

수증자는 유언자 사망 당시의 상태 그대로 목적물을 취득함
민법 제1085조는 유증 목적물이 유언자 사망 당시 제3자의 권리의 목적으로 되어 있는 경우 수증자가 유증의무자에게 그 권리를 소멸시키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는 유언자가 특별히 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이상 유증 목적물을 깨끗하고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로 이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망 당시 존재하던 권리관계가 붙은 상태 그대로 수증자에게 귀속시키려는 것으로 보는 규정이다.
따라서 수증자는 원칙적으로 유언자가 사망할 당시 목적물에 존재하던 법률관계를 함께 승계한다.
제3자의 권리는 유증 후에도 원칙적으로 존속함
유증 목적물이 유언자 사망 당시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이었다면 그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목적물이 수증자에게 귀속된 후에도 그대로 존속한다.
이는 저당권·전세권과 같은 물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유언자가 제3자와 체결한 사용대차계약에 따라 제3자가 유증 목적물을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도 민법 제1085조가 정한 제3자의 권리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유언자와 피고 사이에 사용대차계약이 성립하여 있었다면 종친회는 피고의 무상사용권이 존재하는 상태로 토지를 유증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반적인 부동산 양도와 유증은 구별해야 함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도인과 제3자 사이의 채권적 사용관계가 매수인에게 당연히 승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3자가 임차권등기나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요건 등을 갖추지 못하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유증에서는 민법 제1085조가 별도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수증자는 유언자가 사망할 당시 제3자의 권리가 존재하는 상태 그대로 목적물을 취득한다.
따라서 사용차주의 권리가 등기된 물권이 아니거나 일반적인 의미의 대항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증자와의 관계에서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
사용대차가 존속하면 부당이득반환채무도 성립하지 않음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성립하려면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어야 한다.
피고가 유언자와 체결한 사용대차계약에 따라 토지를 사용하고 있었고 그 권리가 수증자인 종친회에 대해서도 존속한다면, 피고의 토지 점유·사용에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
따라서 사용대차관계가 적법하게 종료되지 않은 동안에는 피고에게 토지 사용이익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 추심금청구의 전제가 되는 종친회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사용대차계약의 성립 여부를 심리해야 함
피고는 유언자가 설립하여 운영한 사회복지법인이었고, 피고는 유언자 소유 토지 위에 자신 소유의 건물을 신축하여 10년 넘게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토지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유언자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인 사용대차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따라서 원심은 다음 사항을 심리했어야 한다.
  • 유언자와 피고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사용대차계약이 성립했는지
  • 사용대차의 목적과 사용기간은 어떻게 정해졌는지
  • 유언자 사망 당시 사용대차관계가 존속하고 있었는지
  • 유언자가 유증을 하면서 사용대차관계를 종료하려는 별도의 의사를 표시했는지
  • 종친회의 소유권 취득 후 사용대차가 적법하게 종료되었는지
원심이 이러한 심리 없이 단순히 피고의 무상사용권에 대항력이 없다고 본 것은 잘못이다.

결론

유언자가 자신의 토지를 사회복지법인에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다가 그 토지를 종친회에 유증한 경우, 종친회가 아무런 부담이 없는 토지를 취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유언자와 사회복지법인 사이에 사용대차계약이 성립해 있었다면, 민법 제1085조에 따라 사회복지법인의 사용차주로서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친회가 토지를 유증받은 후에도 그대로 존속한다.
그 경우 사회복지법인의 토지 사용에는 사용대차라는 법률상 원인이 있으므로 종친회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추심금청구도 인정될 수 없다.
대법원은 사용대차관계의 성립과 존속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의 무상사용권에 대항력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채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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