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3자를 거친 건축주 지위 이전과 법인격 남용

핵심 결론 기존회사의 유일한 자산인 건축주 지위를 동일한 지배자의 회사가 대가 없이 취득한 경우, 제3자를 거쳤더라도 채무면탈을 위한 법인격 남용이 성립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71643, 2002다66892, 2006다24438, 2010다94472

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 파기환송
서울고등법원(춘천) 2021. 1. 18. 선고 2020나13 판결 — 파기환송심, 원고 일부승소
사건명: 공사대금

관련판례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채무면탈을 위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를 설립한 경우 채권자는 두 회사 모두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법인격 남용 여부는 지배관계뿐 아니라 기존회사의 경영상태, 자산 이전 및 정당한 대가 지급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신설회사뿐 아니라 이미 설립된 다른 회사를 채무면탈 수단으로 이용한 경우에도 법인격 남용 법리가 적용됩니다.

관련법령

민법 제2조 —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

상법 제169조 — 회사의 의의

사실관계

기존회사는 수급인에게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했고, 수급인은 목공사·데크공사·비계공사 등을 다시 하도급했습니다. 공사 도중 수급인 등이 부도나면서 공사가 중단되었고, 수급인과 하수급인들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기존회사와 피고 회사는 모두 동일인이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운영한 부동산개발회사로서 사업목적과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했습니다.
기존회사의 사실상 유일한 자산인 건축주 지위는 확정판결에 따라 제3의 대부회사로 이전되었다가, 이후 별다른 자산이 없던 피고 회사로 다시 이전되었습니다. 피고 회사는 건축주 지위를 취득한 후 공사를 재개하여 건물을 완공했습니다.
공사대금채권자들은 피고 회사가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이용된 회사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공사대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핵심쟁점

기존회사의 유일한 자산인 건축주 지위가 정당한 권원을 가진 제3자를 거쳐 피고 회사로 이전된 경우에도, 피고 회사에 기존회사의 공사대금채무를 부담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대법원의 법리

기존회사가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를 이용한 경우, 다른 회사가 별개의 법인이라는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법인격 남용 여부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두 회사의 실질적 지배자가 동일한지
사업목적과 기업의 형태·내용이 동일한지
기존회사의 경영상태와 자산상황
기존회사 자산이 다른 회사에 이전·유용되었는지
자산 이전에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다른 회사를 이용해 기존채무를 면탈할 목적이 있었는지
기존회사 자산이 다른 회사로 직접 이전되지 않고 제3자를 거쳤더라도, 실질적으로 기존회사 자산이 대가 없이 다른 회사를 위해 사용되었다면 직접 이전된 경우와 다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건축주 지위를 정당하게 취득했다는 사정만으로 법인격 남용을 부정한 원심이 잘못이라고 보아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파기환송심의 판단

파기환송심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채무면탈을 위한 법인격 남용을 인정했습니다.
첫째, 기존회사와 피고 회사는 동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했고, 설립목적과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했습니다.
둘째, 기존회사는 건축주 지위 외에 별다른 자산이 없었고, 피고 회사도 건축주 지위를 취득할 당시 별다른 자산이 없었습니다.
셋째, 피고 회사가 제3의 대부회사에 기존회사의 차용금채무를 대위변제하는 등 실질적인 양수대가를 지급했다는 자료가 없었습니다.
넷째, 피고 회사가 기존회사에도 건축주 지위 취득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 기존회사는 유일한 자산을 잃고 공사대금채무만 부담한 반면, 피고 회사는 별다른 대가 없이 건축주 지위를 취득하여 공사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섯째, 실질적 운영자는 기존 수급인 등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뒤 미지급 공사대금을 확인하면서도, 기존회사의 채무를 변제하기보다 피고 회사를 통해 건물을 완공하는 데 주된 관심을 두었습니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은 피고 회사가 기존회사와 별개의 법인이라는 이유로 공사대금채무를 부인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사비 책임 약정에 관한 판단
피고 회사가 새로운 수급인과 체결한 계약에는 “현재까지의 공사비 미지급금 등은 건축주가 책임진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이를 종전 수급인이나 하수급인을 위한 제3자를 위한 계약 또는 기존회사의 공사대금채무를 인수한 약정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는 새로운 수급인이 공사현장을 인계받아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피고 회사가 현장정리 등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피고 회사의 책임은 직접적인 채무인수 약정이 아니라 법인격 남용 법리에 따라 인정되었습니다.

결론

파기환송심은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여 피고 회사에 다음 금액의 지급을 명했습니다.
목공사 관련 채권자: 42,359,900원
데크공사 관련 채권자: 185,000,000원
비계공사 관련 채권자: 65,000,000원
수급인: 1,827,188,700원
각 금액에 대하여 2016년 10월 12일부터 2021년 1월 18일까지 연 6%, 그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15%의 지연손해금도 인정했습니다.
공사대금 청구가 대부분 인용됨에 따라 소유권보존등기 말소청구와 사해행위취소청구 등 예비적 청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은 대법원이 제시한 법인격 남용 법리가 파기환송심에서 실제 공사대금 지급책임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특히 기존회사의 자산이 제3자를 거쳤다는 형식보다 최종적으로 누가 자산을 취득했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동일한 지배자가 기존회사에는 채무만 남기고 다른 회사를 통해 사업과 핵심자산을 계속 지배했다면, 새 회사에도 기존채무의 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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