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관련 판례
법률이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더라도 그 위반행위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인지 단속규정인지는 규정의 문언, 목적과 취지, 보호법익 및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금지규정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은 해당 규정의 해석에 따라 정해야 한다.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금지규정의 목적과 의미에 비추어 법률행위를 무효로 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법상 법률행위의 효력은 그 규정의 목적과 의미, 규율 내용 및 제재수단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관련 법령
상법 제542조의9
상장회사는 주요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이사·집행임원 및 감사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그들을 위하여 신용공여를 해서는 안 된다.
신용공여에는 금전이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의 대여, 채무이행의 보증, 자금지원 성격의 증권 매입 및 그 밖에 거래상 신용위험이 수반되는 직·간접적 거래가 포함된다.
다만 복리후생을 위한 일정한 금전대여 등 법령이 정한 신용공여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상법 제398조
이사나 주요주주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려면 미리 이사회에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 총수의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이 금지하는 신용공여는 이사회의 승인으로 허용되는 자기거래와 구별된다.
상법 제542조의8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주요주주의 범위 등에 관하여 규정한다.
상법 제401조의2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 등은 그 지시하거나 집행한 업무에 관하여 이사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
상법 제624조의2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을 위반하여 신용공여를 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한다.
상법 제634조의3
회사의 대표자·대리인·사용인 등이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한 경우 회사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둔다.
민법 제105조
법령 중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다. 반대로 강행규정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당사자의 의사나 승인으로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사실
사채업자는 2012년 11월 상장회사와 그 주요주주 및 대표이사를 상대로 20억 원의 금전대여를 협의하였다.
당초에는 상장회사를 주채무자로 하고 주요주주와 대표이사가 연대보증과 담보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회사 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상장회사가 주채무자가 되면 배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거래구조가 변경되어 주요주주와 대표이사가 20억 원의 주채무자가 되고, 상장회사가 이들의 차용금채무를 연대보증하면서 담보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주요주주는 차용금 중 5억 원만 상장회사에 다시 대여하였다.
상장회사는 2012년 12월 사채업자에게 자신이 제3자에 대하여 보유하던 물품대금채권을 담보로 양도하였다.
이후 원고와 피고는 해당 물품대금채권을 각각 가압류하였다. 각 권리의 제3채무자에 대한 도달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원고의 가압류결정
사채업자에 대한 채권양도 통지
피고의 가압류결정
사채업자에 대한 채권양도 통지
피고의 가압류결정
제3채무자는 압류의 경합 등을 이유로 채권액을 공탁하였고, 배당절차에서 원고에게 약 1억 285만 원, 피고에게 약 2억 8,380만 원을 배당하는 배당표가 작성되었다. 사채업자는 그전에 배당요구를 철회하였다.
원고는 사채업자에 대한 채권양도가 피고의 가압류보다 먼저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의 가압류는 효력이 없고, 피고에게 배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채권양도는 실질적으로 상장회사가 주요주주와 대표이사의 개인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회사의 물품대금채권을 제공한 것이었다. 따라서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서 금지하는 주요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에 해당하는지와 그 채권양도가 유효한지가 문제되었다.
법리
1. 금지규정 위반 법률행위의 효력
사법상 계약이나 법률행위가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에 위반되었다고 하여 언제나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에 관하여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으면 그에 따라야 한다.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다음 요소를 종합하여 해당 금지규정이 효력규정인지 판단해야 한다.
금지규정의 문언과 내용
규정의 입법 목적
규정이 보호하려는 법익
위반행위로 침해되는 이해관계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
법률행위를 무효로 해야 규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
거래안전과 제3자 보호의 필요성
규정의 입법 목적
규정이 보호하려는 법익
위반행위로 침해되는 이해관계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
법률행위를 무효로 해야 규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
거래안전과 제3자 보호의 필요성
금지규정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위반행위 자체의 효력을 부정할 필요가 있다면 그 규정은 강행규정이자 효력규정으로 보아야 한다.
2. 상장회사의 주요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상장회사의 주요주주·이사 등은 회사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회사가 이들에게 금전대여, 채무보증이나 담보제공 등의 신용공여를 하면 회사의 자산이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사용될 위험이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회사의 재무건전성 훼손
일반주주와 회사채권자의 이익 침해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사익 추구
비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통한 거래 은폐
상장회사와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 훼손
일반주주와 회사채권자의 이익 침해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사익 추구
비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통한 거래 은폐
상장회사와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 훼손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은 이러한 위험을 차단하고 상장회사와 일반주주·채권자 및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주요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또한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과 양벌규정까지 두고 있다. 이러한 입법 목적과 규율 내용에 비추어 보면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은 단순한 단속규정이 아니라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무보증이나 담보제공 등 신용공여는 사법상 무효이고, 원칙적으로 누구나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3. 이사회의 승인이나 사후 추인으로 치유할 수 없음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는 중요사실의 공개와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은 주요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사회의 승인 여부에 따라 허용되는 거래가 아니다.
따라서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 위반한 신용공여는 다음과 같은 조치로도 유효하게 만들 수 없다.
이사회의 사전 승인
이사회의 사후 추인
주주총회의 승인이나 동의
회사의 사후적인 이행 또는 묵인
이사회의 사후 추인
주주총회의 승인이나 동의
회사의 사후적인 이행 또는 묵인
금지된 신용공여를 내부기관의 승인으로 유효하게 만들 수 있다면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규정의 목적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4. 선의·무중과실의 제3자 보호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을 위반한 신용공여는 원칙적으로 무효이지만, 회사가 언제나 그 무효를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법 제542조의9 제2항은 경영상 필요나 거래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일부 신용공여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회사 외부의 거래상대방은 특정 거래가 금지되는 신용공여인지 아니면 허용되는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모든 거래상대방에게 거래 때마다 회사의 지배관계, 상대방의 주요주주 해당 여부, 자금의 실질적 귀속 및 법령상 예외 여부까지 조사하도록 요구하면 상거래의 신속성과 안전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제3자가 그 거래가 금지된 신용공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도 없다면 회사는 그 제3자에게 신용공여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반대로 제3자가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알 수 있었는데도 거래상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하게 위반하였다면 악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어 보호받지 못한다.
5. 이 사건 채권양도의 효력
상장회사는 주요주주와 대표이사의 개인 차용금채무를 연대보증하고,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회사가 보유한 물품대금채권을 사채업자에게 양도하였다.
이는 상장회사가 주요주주와 대표이사를 위하여 거래상 신용위험을 부담한 것으로서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이 금지하는 신용공여에 해당한다.
특히 사채업자는 처음부터 상장회사에 금전을 대여하는 방안을 협의하다가 이사회 결의와 배임 문제가 지적되자, 주요주주와 대표이사를 주채무자로 하고 상장회사가 연대보증과 담보를 제공하는 구조로 변경하였다.
이러한 거래 경위에 비추어 사채업자는 채권양도가 주요주주와 대표이사를 위한 신용공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를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사채업자는 선의·무중과실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채권양도는 상법 제542조의9 제1항 위반으로 무효이다.
결론
대법원은 상장회사가 주요주주와 대표이사의 개인채무를 연대보증하고 회사의 물품대금채권을 담보로 양도한 행위가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서 금지하는 신용공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은 강행규정이므로 이를 위반한 신용공여는 사법상 무효이고,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나 사후 추인이 있더라도 유효하게 될 수 없다.
사채업자는 거래구조의 형성과 변경 과정에 직접 관여하여 해당 채권양도가 주요주주와 대표이사를 위한 신용공여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 따라서 선의·무중과실의 제3자로 보호받을 수 없었다.
결국 사채업자에 대한 채권양도는 무효이고 피고의 가압류도 유효하므로, 피고에 대한 배당이 부당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