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7다253829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유권이전등기말소
관련 판례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대표권을 행사하였다면 대표권 남용에 해당한다.
거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적용에 따라 그 거래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중요자산 처분이나 대규모 차입을 이사회 결의 없이 하였더라도,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그 거래는 유효하다.
회사가 거래의 무효를 주장하려면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의 흠결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
관련 법령
상법 제393조
중요한 자산의 처분과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과 해임 및 지점의 설치·이전·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
상법 제389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와 그 대표권에 관하여 합명회사 대표사원의 권한 및 대표권 제한에 관한 상법 규정을 준용한다.
상법 제209조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은 회사의 영업에 관한 모든 재판상·재판 외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 대표권에 대한 내부적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 규정은 상법 제389조 제3항에 따라 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준용된다.
민법 제107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도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이다.
대표권 남용은 대표이사가 표시한 의사와 내심의 의사가 불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가 유추적용된다.
사실
피고보조참가인은 건설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학교법인으로부터 전문대학의 운영권을 인수하려 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은 대학 운영권을 인수하는 대가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건설회사 소유의 부동산들을 학교법인에 증여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건설회사와 학교법인 사이에 해당 부동산에 관한 증여계약이 체결되었다.
해당 부동산들은 건설회사의 중요자산이었으므로 이를 증여하려면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건설회사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피고보조참가인은 실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건설회사 재산을 학교법인에 증여하였다. 이후 이사회에서 증여를 결의한 것처럼 회의록을 소급하여 작성해 학교법인에 교부하였다.
이 증여로 건설회사는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중요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 반면 피고보조참가인은 개인적으로 전문대학 운영권을 인수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법인은 건설회사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취득하였다.
이에 건설회사의 채권자들은 증여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학교법인 명의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법리
1. 이사회 결의 없는 중요자산 처분
대표이사가 회사의 중요자산을 처분하려면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중요자산을 처분한 행위는 회사의 내부적 대표권 제한을 위반한 행위이다.
다만 거래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도 없다면 상법 제389조 제3항과 제209조 제2항에 따라 거래는 유효하다.
따라서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중요자산 처분행위가 언제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2. 대표권 제한과 대표권 남용의 구별
대표권 제한과 대표권 남용은 서로 다른 법리이다.
대표권 제한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등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거래했더라도 내부절차를 위반할 수 있다.
반면 대표권 남용은 대표이사가 형식적으로 대표권의 범위 안에서 행위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행사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하나의 거래가 이사회 결의 없는 대표권 제한 위반인 동시에 대표이사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대표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3. 대표권 남용의 요건
대표권 남용이 인정되려면 다음 요건이 필요하다.
대표이사가 형식적으로 회사의 대표권 범위 안에서 거래하였을 것
거래의 실질적인 목적이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대표이사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 있을 것
거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이러한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
거래의 실질적인 목적이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대표이사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 있을 것
거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이러한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
이 요건이 충족되면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가 유추적용되어 해당 거래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4. 두 법리는 서로 양립한다
이사회 결의가 없더라도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중대한 과실도 없다면 대표권 제한에 관한 법리만으로는 거래가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대표권 남용에 따른 무효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의 대표권을 남용하였고,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거래는 별도로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즉 판단 순서는 다음과 같다.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중요자산 처분인지 확인한다.
이사회 결의가 없다면 상대방이 그 흠결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는지 판단한다.
상대방이 선의·무중과실이어서 거래가 유효하더라도 대표권 남용 여부를 별도로 판단한다.
대표권 남용에 관하여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면 거래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이사회 결의가 없다면 상대방이 그 흠결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는지 판단한다.
상대방이 선의·무중과실이어서 거래가 유효하더라도 대표권 남용 여부를 별도로 판단한다.
대표권 남용에 관하여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면 거래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5. 상대방의 주관적 요건 차이
대표권 제한과 대표권 남용은 상대방 보호요건에도 차이가 있다.
이사회 결의 흠결로 거래의 무효를 주장하려면 상대방이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여야 한다. 단순한 과실만으로는 상대방 보호가 배제되지 않는다.
반면 대표권 남용은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개인적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무효가 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단순한 과실만 있어도 회사에 대한 거래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학교법인이 건설회사의 중요자산을 증여받을 당시 실제 이사회 결의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학교법인이 이사회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사회 결의 흠결만으로 증여계약을 무효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증여는 건설회사의 영리목적이나 이익과 무관하게 대표이사 개인이 전문대학 운영권을 취득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건설회사는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중요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고, 대표이사 개인과 학교법인만 이익을 얻는 구조였다. 따라서 증여계약은 대표이사의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였다.
학교법인은 대학 운영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건설회사의 부동산을 직접 증여받는 당사자였으므로, 대표이사가 건설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대학 운영권을 취득하기 위하여 대표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증여계약은 대표권 남용을 이유로 건설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결론
대법원은 학교법인이 이사회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대표권 제한 위반만으로 증여계약을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회사의 중요 부동산을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학교법인에 증여한 목적은 개인적으로 전문대학 운영권을 인수하는 데 있었다. 이는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대표이사 자신의 이익을 위한 대표권 남용에 해당한다.
학교법인도 이러한 대표권 남용의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증여계약은 건설회사에 대하여 무효이다.
대법원은 증여계약과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 효력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유지하고, 피고보조참가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