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담합 입찰자에게 지급한 설계보상비를 수요기관이 직접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지

핵심 결론 수요기관이 자기 명의와 예산으로 설계보상비를 지급했다면 담합으로 인한 직접 피해자이다. 파기환송심은 담합 업체들에 보상비 전액의 공동배상을 명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47145, 2014두14389, 2017두39433, 2012다35675, 2011다106136, 2004다50341

해당 판례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7다247145 판결〔설계보상비반환〕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4. 선고 2014가합585926 판결
제1심은 특별유의서에 따른 약정금반환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피고들이 담합 사실을 숨기고 설계보상비를 받은 것은 부산교통공사에 대한 공동불법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부산교통공사가 지급한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다.
환송 전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7. 6. 9. 선고 2016나2086013 판결
환송 전 원심은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부산교통공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환송 전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이 사건 입찰과 공사계약의 주체는 부산교통공사가 아니라 조달청이 소속된 대한민국이다.
  • 부산교통공사가 설계보상비를 지급한 것은 대한민국과의 내부관계에서 대한민국이 지급할 돈을 대신 지급한 것에 불과하다.
  • 담합으로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주체는 대한민국이지 부산교통공사가 아니다.
  • 부산교통공사와 피고들 사이에는 계약관계가 없으므로 약정금반환청구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도 인정할 수 없다.
  • 피고들은 법령과 특별유의서에 따라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았으므로 부당이득반환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대법원은 환송 전 원심의 판단을 파기하였다.
부산교통공사는 공사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요청조달계약의 수익자이고, 조달청과 독립된 지위에서 자신의 명의와 예산으로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다.
피고들은 담합으로 입찰이 무효가 되어 설계보상비를 받을 수 없었음에도 담합 사실을 숨긴 채 보상비를 청구하였다. 부산교통공사는 담합 사실을 알았더라면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지급액 상당의 손해를 직접 입었다.
따라서 부산교통공사는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들을 상대로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선택적 관계에 있는 약정금반환·채무불이행·부당이득반환청구도 함께 심리되어야 한다고 보아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22. 6. 24. 선고 2022나2012976 판결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부산교통공사가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자라고 인정하였다.
피고들은 파기환송심에서 다음과 같이 다시 주장하였다.
  • 요청조달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이 아니다.
  • 이 사건에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 부산교통공사와 조달청장 사이에 설계보상비 지급약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 담합으로 인한 낙찰가 차액을 청구한 별도 사건과 이 사건은 중복소송에 해당한다.
파기환송심은 위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첫째,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판단한 사실상·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 요청조달계약의 법적 성질과 부산교통공사의 손해배상청구권 귀속에 관한 피고들의 주장은 대법원의 기속력 있는 판단에 정면으로 반하였다.
둘째, 설령 이 사건 공사에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피고들이 담합 사실을 숨기고 설계보상비를 받은 행위 자체가 부산교통공사에 대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법원은 조달청장과 부산교통공사 사이에 설계보상비 지급약정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조달청장이 입찰참가자들과 설계보상에 관한 관계를 형성하고 부산교통공사가 자기 명의와 예산으로 보상비를 지급한 사실을 기초로 손해배상청구권의 귀속을 판단한 것이다.
넷째, 별도 담합소송은 담합으로 높아진 낙찰가격과 정상가격의 차액을 손해로 청구한 사건인 반면, 이 사건은 들러리 입찰자에게 지급한 설계보상비를 손해로 청구한 사건이다. 두 손해배상채권은 손해의 내용과 발생 시기가 다른 별개의 채권이므로 중복소송이 아니다.
파기환송심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 대우건설과 한창이엔씨는 공동하여 551,460,000원을 지급한다.
  • 금호산업과 혜도종합토건은 제1심 공동피고 용호건설과 공동하여 472,365,000원을 지급한다.
  • 에스케이건설과 삼미건설은 제1심 공동피고 용호건설과 공동하여 519,340,000원을 지급한다.
  • 각 금액에 대하여 2009년 6월 26일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한다.
  • 2022년 4월 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한다.
  •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
판결 주문은 피고들의 의무를 ‘연대하여’가 아니라 ‘공동하여’ 지급하라고 표시하였다. 공동불법행위자들의 손해배상책임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각자가 전액에 대한 책임을 지는 부진정연대채무의 성질을 가진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4두14389 판결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의 요청에 따라 체결하는 요청조달계약은 국가가 계약당사자가 되고 수요기관이 수익자가 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7두39433 판결 요청조달계약에서 수요기관은 계약당사자는 아니지만 계약에 따른 수익을 얻는 독립된 법적 지위를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6226 전원합의체 판결 선택적으로 병합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판결에서 어느 하나의 청구에 파기사유가 있으면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35675 판결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에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였더라도 선택적 병합에 관한 파기 범위의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6136 판결 파기판결의 기속력은 파기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판단뿐 아니라 그 판단과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관계에 있는 판단에도 미친다.
  •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0341 판결 채무자의 주장이 환송 전 원심에서 받아들여졌다면 그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되기 전까지는 이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항쟁할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

사실관계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다대구간 건설공사의 수요기관이었다. 부산교통공사의 요청에 따라 조달청장은 2008년 12월 10일 공사 제1공구부터 제4공구까지에 관한 설계·시공 일괄입찰을 공고하였다.
입찰안내서에 포함된 공사입찰유의서는 담합하거나 다른 업체의 경쟁 참가를 방해한 자의 입찰을 무효로 정하였다. 특별유의서는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은 입찰참가자에게 설계비 일부를 보상할 수 있지만, 입찰무효 사유가 있으면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미 보상받았다면 반환해야 한다고 정하였다.
피고 건설회사들은 현대건설 주식회사, 한진중공업 주식회사, 코오롱글로벌 주식회사 등과 공구별 낙찰자를 미리 정하였다. 피고들은 미리 정한 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하였다.
피고들은 담합 사실을 숨기고 정상적으로 경쟁입찰에 참가했다가 탈락한 업체인 것처럼 설계보상비를 청구하였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를 알지 못한 채 2009년 6월 26일경 자신의 명의와 예산으로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다.
그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4월 25일 피고들의 행위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일부 피고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부산교통공사는 특별유의서에 따른 반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반환을 선택적으로 청구하였다.

법리

요청조달계약에서 수요기관의 지위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의 요청에 따라 체결하는 요청조달계약에서는 국가가 계약당사자가 되고 수요기관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수익자가 된다.
수요기관이 계약당사자가 아니라는 것과 수요기관이 독립된 재산상 이익 및 손해의 귀속주체라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다.
부산교통공사는 단순히 조달청 대신 돈을 지급한 대행자가 아니라 자신의 사업을 위해 자신의 명의와 예산으로 설계보상비를 지급한 독립된 경제주체였다.
불법행위 피해자는 실제 손해를 부담한 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계약상 청구에서는 누가 계약당사자인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에서는 위법행위로 실제 재산상 불이익을 받은 자가 누구인지가 핵심이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가 인정된다.
  • 피고들이 입찰담합을 하였다.
  • 담합은 입찰무효 사유이므로 피고들은 설계보상비 지급대상이 아니었다.
  • 피고들은 담합 사실을 숨기고 설계보상비를 청구하였다.
  • 부산교통공사는 담합 사실을 알지 못해 자기 예산으로 보상비를 지급하였다.
  • 부산교통공사에는 지급액 상당의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부산교통공사는 대한민국과 별도로 공동불법행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별도 담합소송과 중복되지 않는다
낙찰가 담합에 따른 손해와 들러리 업체에 지급한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는 구별된다.
전자는 담합으로 높아진 낙찰가격과 정상가격의 차액이고, 후자는 애초 보상대상이 아닌 업체에 지급한 설계보상비이다. 손해의 내용과 발생 시기가 다르므로 별개의 손해배상채권에 해당한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
대법원이 부산교통공사를 손해배상청구권자로 인정하고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책임까지 판단한 이상, 파기환송심은 그 판단과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관계에 있는 사항을 다시 달리 판단할 수 없다.
피고들이 대법원 판결 이후 새로운 사실이나 새로운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대법원의 판단 자체를 다시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설계보상비 전액이 손해액이 된다
피고들은 담합으로 입찰이 무효가 되어 처음부터 설계보상비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 부산교통공사가 담합 사실을 알았다면 보상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지급한 설계보상비 전액이 담합과 인과관계 있는 손해가 된다.
파기환송심은 과실상계나 손해액 감액을 인정하지 않고 공동수급체별로 지급된 설계보상비 전액의 배상을 명하였다.
지연손해금의 기준시점
환송 전 원심이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부산교통공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므로, 대법원이 이를 파기한 2022년 3월 31일까지는 피고들이 채무의 존부를 다툴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민법상 연 5%의 이율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피고들의 불법행위책임과 손해액을 명확하게 판단한 이후에는 같은 주장을 반복하여 채무를 다툴 상당한 이유가 없다. 이에 따라 2022년 4월 1일부터는 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에 따른 연 15%의 이율이 적용되었다.

결론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이 확립한 핵심은 조달청이 입찰과 계약을 주관했다는 형식보다 설계보상비를 실제로 부담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불법행위 피해자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요청조달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독립된 수익자로서 자기 예산으로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다. 피고들은 담합 때문에 보상비를 받을 자격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보상비를 받았으므로, 부산교통공사에 지급액 전액을 공동으로 배상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이에 따라 공동수급체별로 551,460,000원, 472,365,000원 및 519,340,000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요청조달계약에서는 조달청이 계약당사자라도 자기 명의와 예산으로 비용을 지급한 수요기관이 불법행위의 직접 피해자가 될 수 있다.
  • 담합 업체가 낙찰받지 않았더라도 설계보상비를 받았다면, 그 보상비 전액이 별도의 담합 손해로 인정될 수 있다.
  • 낙찰가 상승분과 설계보상비는 발생 원인과 손해 항목이 다르므로 각각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소송별 손해 항목을 명확히 특정하여 중복배상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
  • 약정반환·채무불이행·불법행위·부당이득 청구가 동일 금액의 회수를 목적으로 한다면 실질적으로 선택적 병합에 해당할 수 있다.
  • 파기환송 후에는 대법원이 확정한 법률상 판단을 다시 다툴 수 없다. 기속력 밖의 새로운 사실이나 항변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주장해야 한다.
  • 환송 전 원심에서 채무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대법원 파기일까지는 낮은 지연손해금 이율이 적용될 수 있으나, 파기 이후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 소송촉진법상 이율이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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