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농조합법인 조합원의 연대책임과 법인 설립준거법

핵심 결론 외국법인과 국내 영농조합법인 사이의 계약에는 당사자가 선택한 계약준거법이 적용되지만, 조합원이 법인의 채무를 부담하는지와 그 책임범위는 법인의 설립준거법에 따른다. 따라서 국내에서 설립된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 책임에는 한국법이 적용되고, 상행위로 발생한 법인채무에 대해 조합원들의 연대책임이 인정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46739, 2016다39897, 2002다21882, 2003다30968

해당 판례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다246739 판결 [약정금]
  • 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에 따라 설립된 센스 엔터프라이즈, 인크.(Sense Enterprise, Inc.)
  • 피고: 국내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들과 사망한 조합원의 소송수계인
  • 청구내용: 영농조합법인이 지급하기로 약정한 미화 92,159달러와 지연손해금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 파기환송심 결과: 조합원들의 연대책임 인정. 다만 사망한 조합원의 상속인은 상속재산 범위에서 책임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제1심
원고는 영농조합법인과 그 조합원들을 상대로 약정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제1심은 영농조합법인과 조합원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다음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 원금 미화 92,159달러
  • 2013년 4월 1일부터 2015년 9월 14일까지 연 6%
  • 2015년 9월 1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
환송 전 원심
환송 전 원심은 영농조합법인 자체의 약정금 지급의무는 인정하였다.
다만 조합원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였다. 원고가 조합원들에게 청구하는 권리는 원고와 조합원 사이의 계약상 권리가 아니라 법률에 따라 발생하는 권리라고 보았다.
환송 전 원심은 사무관리·부당이득·불법행위의 준거법 규정을 유추하여 계약이 체결된 캘리포니아주법을 준거법으로 보았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캘리포니아주법상 조합원의 책임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법인과 구성원의 책임을 분리하는 일반원칙에 따라 조합원들의 책임을 부정하였다.
한편 영농조합법인 자체에 대해서는 원금 미화 92,159달러와 다음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 2013년 4월 1일부터 2015년 9월 14일까지 연 6%
  • 2015년 9월 1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0%
원고와 영농조합법인이 이 부분에 상고하지 않아 법인에 대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대법원
대법원은 조합원의 책임을 캘리포니아주법으로 판단한 환송 전 원심의 준거법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법인 구성원이 법인의 채권자에게 책임을 부담하는지, 부담한다면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법인법적 문제이다. 따라서 계약체결지법이나 계약의 준거법이 아니라 해당 법인의 설립준거법에 따라야 한다.
영농조합법인은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설립되었으므로 조합원 책임의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이다.
대법원은 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민법 제712조상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조합원들의 연대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법률상 판단에 따라 조합원들의 연대책임을 인정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조합원인 피고들이 영농조합법인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다음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 원금 미화 92,159달러
  • 2013년 4월 1일부터 2015년 9월 14일까지 연 6%
  • 2015년 9월 1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0%
다만 대표이사이자 조합원이었던 C가 제1심판결 선고 후 사망하였다. 상속인 중 배우자와 일부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하였고, 피고 K은 적법하게 한정승인을 하였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피고 K에게도 채무 전액에 대한 이행을 명하되, 강제집행할 수 있는 책임재산을 망 C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으로 제한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 주문은 다음과 같은 구조이다.
피고들은 영농조합법인과 연대하여 미화 92,159달러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되, 피고 K은 망 C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에서 지급한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사실관계

원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었다. 영농조합법인 B는 대한민국의 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었다.
피고 D, E, F는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이었다. C는 조합원이자 대표이사였다.
영농조합법인은 재미교포들의 은퇴 후 국내 거주를 위한 별장식 휴양타운을 경북 봉화군에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영농조합법인은 2011년 12월 1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원고와 휴양타운 분양 및 회원모집을 위한 판매·홍보업무 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영농조합법인의 전 대표이사가 사업자금을 횡령하여 2012년 7월 3일 해임되고, C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원고는 영농조합법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첫 번째 계약을 해지하고 업무를 중단하였다.
영농조합법인은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원고에게 이미 지출한 비용 중 미화 45,000달러를 지급하였다. 이어 2012년 9월 10일 원고와 다시 판매·홍보업무 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두 번째 계약에 따라 영농조합법인은 원고가 지출한 나머지 비용 미화 92,159달러를 다음과 같이 지급하기로 하였다.
  • 미화 32,159달러는 2012년 12월 말까지 지급
  • 미화 60,000달러는 휴양타운 완공 즉시 지급
  • 사업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더라도 2013년 3월 31일까지 전액 지급
영농조합법인이 약정금을 지급하지 않자 원고는 법인과 조합원들을 상대로 약정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한편 C는 제1심판결 선고 후인 2016년 4월 25일 사망하였다.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들이 있었으나 배우자와 일부 자녀는 상속을 포기하였다.
피고 K은 2016년 7월 13일 대구가정법원 안동지원에 한정승인을 신고하였고, 2016년 7월 27일 신고가 수리되었다.

법리

계약채무와 조합원 책임의 준거법은 서로 다를 수 있음
이 사건에서는 두 가지 법률관계를 구별해야 한다.
첫째는 영농조합법인이 원고에게 미화 92,159달러를 지급할 계약상 의무가 있는지의 문제이다. 이는 계약의 성립·효력·이행에 관한 사항이므로 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
둘째는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이 법인의 계약채무를 함께 부담하는지의 문제이다. 이는 법인의 구성원이 법인의 채권자에게 책임을 부담하는지에 관한 법인법적 사항이므로 법인의 설립준거법에 따른다.
따라서 기본 채무의 준거법이 캘리포니아주법이라고 하더라도, 조합원의 대외책임까지 당연히 캘리포니아주법에 따르는 것은 아니다.
영농조합법인은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설립되었으므로 조합원의 책임 여부와 범위에는 대한민국 법이 적용된다.
영농조합법인에 민법상 조합 규정이 준용됨
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영농조합법인에 법인격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그 실체는 민법상 조합을 기초로 하는 공동사업체로 보았다.
따라서 법인격과 모순되지 않는 범위에서는 민법상 조합 규정이 준용된다.
영농조합법인의 채권자가 조합원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특별규정이 당시 법률에 없었으므로 민법 제712조가 적용된다.
이에 채권자는 채권 발생 당시 조합원에게 법인채무의 이행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일반 조합채무는 지분비율 또는 균등비율에 따른 책임
민법 제712조만 적용되는 일반 조합채무라면 조합원들은 원칙적으로 다음 비율에 따라 책임을 진다.
  • 조합 내부에서 손실분담 비율을 정하였고 채권자가 이를 알았다면 그 비율
  • 채권자가 손실분담 비율을 알지 못했다면 각 조합원의 균등한 비율
이 경우 각 조합원이 채무 전액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담부분에 해당하는 분할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상행위로 발생한 조합채무에는 연대책임
조합채무가 조합원 전원을 위하여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발생하였다면 상법 제57조 제1항이 적용된다.
이 경우 조합원들은 내부 지분과 관계없이 채권자에게 채무 전액을 지급할 연대책임을 진다.
영농조합법인은 조합원 공동의 사업으로 별장식 휴양타운을 개발·분양하기 위하여 원고와 판매·홍보업무 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은 조합원 전원을 위한 영업행위였다.
따라서 계약에서 발생한 미화 92,159달러의 약정금 채무는 조합원 전원을 위하여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부담한 채무이다. 채권 발생 당시의 조합원들은 영농조합법인과 연대하여 약정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2015년 개정된 출자액 한도 책임은 적용되지 않음
2015년 1월 6일 개정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과 준조합원의 책임을 납입한 출자액 한도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해당 개정규정은 2015년 7월 7일부터 시행되었고, 부칙에 따라 그 이후 발생하는 채무부터 적용되었다.
이 사건 약정금 채무의 최종 지급기일은 2013년 3월 31일이었다. 따라서 채무가 개정법 시행 전에 발생하였으므로 조합원들의 책임을 출자액으로 제한할 수 없다.
한정승인은 채무액이 아니라 책임재산을 제한함
파기환송심에서 피고 K은 망 C의 상속인으로서 적법하게 한정승인을 하였다고 항변하였다.
법원은 K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신고했고 그 신고가 수리되었으므로 한정승인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한정승인을 했다고 해서 상속채무의 원금이 줄어들거나 채무 자체가 일부만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인은 여전히 상속채무 전액의 이행의무를 부담하지만, 채권자는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강제집행할 수 없고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집행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은 K에게도 미화 92,159달러 전액에 대한 이행을 명하면서 주문에 다음과 같은 책임제한을 표시하였다.
다만 피고 K은 망 C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한다.
조합원과 법인의 연대책임 범위
파기환송심은 조합원들이 법인과 연대하여 부담하는 원금과 지연손해금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확정하였다.
  • 원금: 미화 92,159달러
  • 2013년 4월 1일부터 2015년 9월 14일까지: 연 6%
  • 2015년 9월 1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0%
제1심은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연 15%를 적용하였으나, 파기환송심은 영농조합법인에 대한 채무가 이미 캘리포니아주 민법상 연 10%의 지연손해금률로 확정된 점을 반영하여 조합원들의 책임도 연 10%로 제한하였다.

결론

이 사건은 계약채무의 준거법과 법인 구성원의 대외책임에 관한 준거법을 구별한 판결이다.
영농조합법인과 미국 법인 사이의 계약상 채무 자체에는 계약준거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그 채무를 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들이 함께 부담하는지는 법인의 설립준거법인 대한민국 법에 따라 판단한다.
구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영농조합법인은 법인격을 가지면서도 민법상 조합의 성격을 가지므로, 채권자는 채권 발생 당시의 조합원들에게 법인의 채무 이행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 약정금은 조합원 전원을 위한 휴양타운 개발·분양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상행위 채무이므로, 상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조합원들은 법인과 연대책임을 진다.
파기환송심은 이에 따라 피고들에게 미화 92,159달러와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다만 사망한 조합원 C의 상속인 K은 적법하게 한정승인을 하였으므로, 망 C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에서만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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