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상증자대금 횡령에 대한 이사·감사의 감시의무와 책임제한

핵심 결론 파기환송심은 유상증자금 횡령을 방치한 이사·감사의 책임을 인정하되, 재직 경위·보수·관여 정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2억 원 또는 2억 5,000만 원으로 제한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44115, 2005다51471, 2013다76253, 2006다68636

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244115 판결 — 파기환송
서울고등법원 2020. 8. 21. 선고 2019나2055485 판결 — 파기환송심
사건명: 손해배상

관련판례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5다51471 판결
이사는 이사회 참석과 의결권 행사를 통해 대표이사와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76253 판결
사외이사와 비상근이사도 상근이사와 마찬가지로 업무집행 감시의무를 부담합니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
대표이사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운영의무와 감사의 독립적인 업무감사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관련법령

상법 제382조 — 이사와 회사의 위임관계

상법 제393조 — 이사회의 업무집행 감독

상법 제399조 —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상법 제412조 — 감사의 직무와 권한

상법 제414조 — 감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상법 제450조 — 이사·감사의 책임 해제

민법 제681조 — 수임인의 선관주의의무

사실관계

코스닥 상장회사인 피해 회사는 의료사업 추진을 위해 2010년 3월 약 231억 원의 유상증자대금을 조달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그룹 회장과 대표이사 등은 2010년 3월부터 6월까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합계 127억 1,000만 원을 횡령했습니다.
허위 선급금 지급 및 반환: 8억 원
표지어음 발행 및 담보제공: 40억 원
다른 은행 지분 취득 등 목적 외 사용: 35억 원
다른 회사 지원 목적 사용: 30억 원
단기대여금 명목의 자금 유출: 14억 1,000만 원
피고들은 횡령행위 전후로 피해 회사의 이사·사내이사·사외이사 또는 감사로 재직했습니다.

파기환송심의 핵심 판단

1. 명목상 이사도 감시의무를 면할 수 없다

피해 회사에서는 실질적 지배자가 이사회 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경영했습니다. 실제 이사회가 개최되거나 피고들에게 소집통지가 이루어진 사실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주주총회 소집, 재무제표 승인 및 유상증자 등을 이사회에서 결의한 것처럼 허위 의사록을 작성하고, 사외이사들의 참석률까지 구체적으로 공시했습니다.
피고들은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이사회가 개최된 것처럼 공시된 사실을 알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파기환송심은 명의만 빌려준 이사, 비상근이사 또는 사외이사라는 사정으로 감시의무가 경감되거나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2. 유상증자금 사용에 대한 확인의무

약 231억 원의 유상증자는 회사의 자산과 매출액에 비추어 매우 큰 규모였습니다. 당시 회사는 계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었고 수백억 원의 결손금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공시자료에도 당초 의료사업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한 약 180억 원 중 실제 의료사업 관련 사용액은 일부에 불과하고, 상당액이 사용처가 불명확한 기타 운영자금이나 타법인 출자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사들은 다음 사항을 조사했어야 합니다.
유상증자가 실제 어떤 절차로 결의되었는지
조달된 자금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됐는지
대규모 자금이 특수관계인이나 계열회사로 유출됐는지
공시된 자금사용 내용이 실제 거래와 일치하는지
그럼에도 아무런 확인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감시·감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3. 감사의 형식적인 감사보고서 작성

감사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내용을 참고하여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외부감사인이 회사의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있다는 이유로 한정의견을 제시했음에도 감사보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감사보고서는 매년 동일한 내용에 기간만 바꾼 A4 한 장의 형식적인 문서에 불과했습니다.
파기환송심은 외부감사인의 감사와 상법상 감사의 감사활동은 서로 독립된 것이므로, 외부감사가 있었다는 이유로 감사의 의무가 면제되거나 경감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4. 횡령 손해와의 상당인과관계

피고들은 회계전문가가 아니므로 이사회에 참석했더라도 횡령을 발견하기 어려웠고, 실질적 지배자의 범죄를 막을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이사회 참석, 유상증자 결의 확인, 자금사용 내역 조사 등 기본적인 직무조차 전혀 수행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들의 지속적인 감시의무 해태와 유상증자대금 횡령으로 발생한 회사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확정 손해액
횡령액은 총 127억 1,000만 원이었지만 다음 금액은 이후 회수되었습니다.
표지어음 발행 및 담보제공 관련 40억 원 전액
허위 선급금 관련 6,000만 원
따라서 피해 회사의 확정적인 손해액은 다음과 같이 산정되었습니다.
127억 1,000만 원 - 40억 6,000만 원 = 86억 5,000만 원
책임제한
파기환송심은 피고들의 감시의무 위반과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손해분담의 공평을 이유로 배상책임을 제한했습니다.
책임제한에 고려된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이사회를 소집하거나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점
회사 역시 피고들이 실질적인 이사·감사 업무를 수행할 것을 기대하지 않았던 점
일부 피고는 지인 등의 요청으로 명목상 이사로 등재된 점
일부 피고는 기술·지식재산권 등 전문 분야의 자문만 수행한 점
피고들이 횡령에 직접 가담하거나 이익을 취득했다는 사정이 없는 점
각 피고가 받은 보수와 재직 경위
실질적 지배자의 지시를 받아 그룹 경영에 일부 관여한 피고는 다른 피고보다 책임이 큰 점
피고별 책임액
그룹 경영에 일부 관여하고 유상증자 사실도 알고 있었던 이사 1명의 책임은 2억 5,000만 원으로 제한되었습니다.
나머지 이사·사외이사 및 감사 5명의 책임은 각각 2억 원으로 제한되었습니다.
다만 각 금액이 단순 합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연대책임을 명했습니다.
책임이 무거운 이사: 2억 5,000만 원
나머지 5명: 위 이사와 연대하여 그중 2억 원
따라서 피해 회사가 피고들로부터 중복하여 회수할 수 있는 최고 원금은 2억 5,000만 원입니다. 공통 연대책임 부분은 2억 원이고, 책임이 무거운 이사가 추가로 부담하는 부분은 5,000만 원입니다.
피고들의 면책 주장

1. 소멸시효

피고들은 손해배상청구권에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사·감사의 상법상 책임은 회사와의 위임관계에서 발생하는 채무불이행책임이므로 일반채권의 10년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법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정관에 따른 책임면제

회사는 횡령행위 후 정관을 변경하여 일정한 범위에서 이사의 책임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정관은 이미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에 소급하여 적용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들의 책임을 면제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3. 상법 제450조의 책임 해제

피고들은 재무제표가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되고 2년 동안 다른 결의가 없었으므로 상법 제450조에 따라 책임이 해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책임사유가 재무제표 등에 기재되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책임 해제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에는 횡령행위나 이사·감사의 감시의무 위반이 기재되지 않았으므로 책임 해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파기환송심은 피해 회사에 다음 금액을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책임이 무거운 이사 1명: 2억 5,000만 원
나머지 이사·사외이사 및 감사 5명: 위 2억 5,000만 원 중 2억 원을 연대하여 지급
각 피고별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2020년 8월 21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15%
피해 회사의 승계참가인은 25억 4,200만 원을 청구했으나 위 범위에서만 인용됐습니다. 손해배상채권을 다시 보유하지 않게 된 당초 원고의 청구는 모두 기각됐습니다.

판결의 의미

파기환송심은 명목상 이사나 사외이사도 감시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대법원 법리를 실제 배상책임으로 구체화했습니다.
다만 회사 자체가 이사회를 운영하지 않고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던 점, 피고들이 횡령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점, 재직 경위와 보수 등을 고려하여 86억 5,000만 원의 확정손해 중 실제 피고들이 부담할 최고액을 2억 5,000만 원으로 크게 제한했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이사·감사의 감시책임을 엄격하게 인정하면서도, 직접 횡령한 경영진과 이를 소극적으로 방치한 이사·감사의 책임 정도를 구별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을 도모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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