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격담합 방지를 위한 대표이사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운영 의무

핵심 결론 대표이사는 회사의 법적 위험이 높은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예방·탐지·보고·시정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시켜야 한다. 담합을 직접 지시하거나 알지 못했더라도 이러한 의무를 지속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22368

판례번호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사건명: 회사에 관한 소송

관련 규정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389조 제3항과 제209조 제1항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가진다. 이러한 권한에 상응하여 대표이사는 회사 임직원의 직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감독할 책임을 부담한다.

사실관계

유니온스틸은 철강 제조 및 가공업을 영위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였고, 피고는 2004년 3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유니온스틸의 영업담당 임원과 영업팀장들은 2004년 1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경쟁회사 관계자들과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아연도강판·냉연강판·칼라강판 등의 가격을 담합하였다.
영업담당 임원들은 가격의 인상·인하 폭 등 담합의 기본 내용을 정하였고, 영업팀장들은 각 회사의 사정을 반영한 구체적인 가격 조정 폭과 실행 시기를 합의하였다. 이들은 수요처의 시장상황과 가격정보를 교환하고 합의된 가격이 제대로 실행되는지도 점검하였다. 담당자가 변경되면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담합 관련 내용을 인계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니온스틸에 다음과 같이 세 차례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아연도강판 및 아연할증료 담합: 145억 3,000만 원
냉연강판 가격담합: 12억 3,700만 원
칼라강판 가격담합: 162억 7,600만 원
회사가 부담한 과징금은 합계 320억 4,300만 원이었다.
회사의 주주는 담합이 이루어진 기간에 재직한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였다. 회사가 이를 거절하자 주주는 당시 대표이사를 상대로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쟁점

첫째, 대표이사가 가격담합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더라도 감시의무 위반책임을 부담하는가.
둘째, 대규모 회사에서 업무가 전문 분야별로 분장되어 있다는 사정으로 대표이사의 감시의무가 면제되는가.
셋째, 회사가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윤리규범을 두고 이사회와 감사제도를 운영하였다면 담합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가.

법리

1. 대표이사는 다른 이사와 임직원의 업무집행을 감시할 의무가 있다

주식회사의 이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뿐 아니라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도 감시하여야 한다. 스스로 법령을 준수할 의무와 함께 다른 이사와 임직원이 법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
특히 대표이사는 회사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도 가진다.
따라서 다른 이사나 임직원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이를 방치하였다면, 대표이사는 그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2. 업무의 분업화는 감시의무의 면제사유가 아니다

고도로 분업화·전문화된 대규모 회사에서는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들이 내부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개별 업무를 직접 처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사와 임직원에 대한 감시의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이사가 모든 업무를 일일이 감독하기 어려운 대규모 회사일수록, 합리적인 정보·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회사 업무 전반을 감시해야 한다.

3. 내부통제시스템은 회계관리제도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내부통제시스템을 회계부정 방지를 위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한정하지 않았다.
내부통제시스템은 회사가 사업을 수행하면서 준수해야 할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법규 준수 여부를 관리하며, 위반사실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보고하여 조사와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내부통제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의 주요 법적 위험 식별
관련 법령과 내부규정의 체계적 관리
위법행위의 예방과 탐지
위반 의심정보의 수집과 보고
독립적인 조사와 사실확인
위법행위의 중단과 시정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 재발 방지
내부통제는 관련 규정이나 담당 조직이 형식적으로 존재하는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위법행위를 예방·발견·보고·시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가 중요하다.

4. 법적 위험이 높은 업무에는 위험에 상응하는 통제가 필요하다

대표이사의 감시의무는 회사의 규모, 조직, 업종, 영업의 성격, 시장구조와 법령의 규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건 철강시장은 소수 사업자가 지배하는 과점시장으로, 사업자들이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유지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담합 유인이 높았다. 가격담합은 시정명령, 거액의 과징금 및 형사처벌의 대상이므로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초래할 법적 위험도 컸다.
이처럼 회사의 업종과 시장구조상 특정 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면 대표이사는 그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별도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표이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여 임직원의 위법행위를 방지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대표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5. 담합을 직접 알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원심은 대표이사가 담합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는 증거가 없고, 내부통제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격담합이 약 6년간 여러 품목에 걸쳐 조직적·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담합은 일시적이거나 일부 직원의 우발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다수의 영업담당 임원과 팀장들이 모임을 지속하면서 합의 내용을 실행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며, 담당자가 바뀌면 후임자에게 인계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도 담합에 관여한 임직원들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다른 임직원으로부터 아무런 제지나 견제를 받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이 대표이사가 가격담합을 의도적으로 외면하였거나, 적어도 가격담합 가능성에 대비한 주의를 전혀 기울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표이사가 담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이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았다.

6. 일반적인 윤리규범과 내부회계관리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표이사는 회사가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윤리규범을 갖추고 사외이사·감사를 선임하며 이사회를 운영하였으므로 내부통제시스템이 존재했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주로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한 제도로서 회계 분야에 한정되어 있었다. 회사의 윤리규범도 임직원의 직무수행에 관한 추상적·포괄적인 지침에 불과하였다.
사외이사와 감사의 선임, 일반적인 이사회 운영 역시 가격담합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담합 의심정보를 수집·보고하고, 위법행위를 조사·통제하는 장치로 실제 기능하였다고 보기 어려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의 명칭이나 형식적 존재가 아니라 특정한 고위험 위법행위를 실질적으로 예방·탐지·시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결론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가격담합을 직접 지시하거나 구체적으로 알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였는지를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유니온스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추상적인 윤리규범만으로는 담합 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철강시장의 과점구조와 높은 담합 위험을 고려하면 대표이사는 가격담합을 예방·발견·보고·시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통제체계를 마련했어야 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운영 여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대표이사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대표이사의 감시의무가 이미 알고 있는 개별 위법행위를 중단시키는 소극적 의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업종과 시장구조에 비추어 예측할 수 있는 중대한 법적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위법행위를 예방·탐지·보고·시정할 수 있는 실효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하여야 한다.
따라서 회사에서 중대한 위법행위가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대표이사가 이를 알지 못했다는 사정은 반드시 면책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위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한 원인이 내부통제시스템의 부재나 형식적 운영에 있다면, 대표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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