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6293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들: 야간 해변 물놀이 중 사망한 여행자들의 유족
- 피고: 기획여행업자인 주식회사 모두투어네트워크
- 쟁점: 자유시간에 여행일정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야간 물놀이 사고에 대하여 여행사가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 결론: 여행사가 사고를 객관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웠고 인솔자가 위험을 경고했으므로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단정할 수 없음
하급심
원심
원심은 여행사에 여행자들의 안전을 배려하여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여행사 소속 인솔자가 여행자들이 야간에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것을 확인하고도 위험을 경고하는 데 그쳤고, 실제로 물놀이를 중단하고 해변에서 나오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여행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기획여행업자가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일반 법리를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 의무가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추상적인 위험을 방지하거나 성년 여행자의 사적인 행동을 강제로 통제해야 하는 무제한적인 의무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야간 해변 물놀이는 여행계약의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고, 사리 분별력이 있는 성년 여행자들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여 한 행동이었다.
인솔자는 물놀이 중인 여행자에게 “바닷가는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고 경고하였다. 대법원은 여행자를 강제로 끌어내거나 안전이 확실해질 때까지 계속 경고·감시하는 것은 여행사에 요구되는 합리적인 조치의 범위를 넘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여행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061 판결 기획여행업자는 여행목적지와 일정, 여행시설 등을 충분히 조사하고, 여행자가 부딪칠 수 있는 위험을 예견할 수 있다면 이를 알려 여행자가 위험을 수용할지 선택하게 하며 필요한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1330 판결 기획여행업자가 여행계약의 내용과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여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관련 법령
- 관광진흥법 제2조 제3호 기획여행을 여행업자가 여행목적지와 일정, 여행자가 제공받을 운송·숙박 등의 서비스 내용과 요금을 미리 정하여 실시하는 여행으로 규정한다.
- 관광진흥법 제12조 기획여행을 실시하는 여행업자의 여행조건 설명과 계약서 교부 등에 관한 의무를 규정한다.
- 민법 제2조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 민법 제390조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 민법 제680조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사무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사실관계
사망한 여행자 2명과 친목단체 회원 17명은 2012년 3월 중순경 피고 여행사와 기획여행계약을 체결하였다.
여행기간은 3박 5일이었고, 여행지는 베트남 호치민과 해변 휴양지인 붕타우였다.
여행자들은 2012년 3월 27일 밤 피고 소속 국외여행 인솔자와 함께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하였다. 다음 날 새벽 호치민에 도착하여 현지 인솔자를 만난 후 붕타우로 이동하였다.
사고 당일인 2012년 3월 29일의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 오전: 해변에서 해수욕이나 산책을 하며 자유시간
- 오후: 붕타우 시내 관광
- 저녁 식사 후: 별도의 프로그램이 없는 자유시간
사망자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후 8시경 호텔로 돌아왔다. 일부 여행자들은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했고, 사망자 중 1명은 호텔 인근 해변으로 나가 물놀이하였다.
다른 여행자가 인솔자에게 일행 중 1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자, 인솔자는 다른 여행자 2~3명과 함께 해변으로 찾아 나갔다.
인솔자는 해변에서 물놀이하고 있는 여행자를 발견하고 “바닷가는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인솔자는 여행자가 실제로 물에서 나오는 모습까지 확인하지 않고 호텔로 돌아왔다. 현지 인솔자는 해변까지 직접 가지 않았다.
그 후 사망자 2명은 야간 물놀이를 계속하다가 오후 9시경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였다.
유족들은 인솔자가 여행자들을 물에서 강제로 나오게 하거나 계속 감시하지 않은 것은 여행계약상 안전배려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여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리
기획여행업자는 전문업자로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
기획여행업자는 여행목적지의 자연적·사회적 환경과 여행시설에 관하여 일반 여행자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다.
여행업자는 우월한 정보와 전문성을 기초로 여행목적지, 일정, 교통수단, 숙박시설과 서비스기관을 미리 선택하여 여행상품을 구성한다. 여행자는 여행업자가 정한 조건과 안전성을 신뢰하여 계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여행업자는 다음과 같은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
- 여행목적지의 자연적·사회적 조건 조사
- 여행일정과 이동경로의 안전성 검토
- 운송·숙박·현지 서비스업체의 적절한 선택
- 여행자가 마주칠 위험을 예견할 수 있는 경우 사전 고지
- 여행자가 위험을 감수할지 스스로 선택할 기회 제공
- 여행 실시 중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면 위험을 제거하거나 줄이기 위한 합리적 조치
모든 여행 중 사고가 여행사의 책임은 아님
여행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인정되려면 다음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 사고와 여행계약상 여행사의 급부 사이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 관련성이 있을 것
- 사고 위험이 여행과 무관하게 일상생활에서도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닐 것
- 여행사가 사고 위험을 실제로 예견했거나 객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을 것
- 여행사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통상 필요한 합리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것
여행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여행사의 의무 위반이 추정되지는 않는다.
자유시간 중 사고도 계약과의 관련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함
자유시간에 발생한 사고라고 하여 언제나 여행사의 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여행사가 특정 활동을 권유하거나 장소를 안내했고, 그 활동이 여행상품의 내용에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여행사만 알 수 있는 특별한 위험이 있었다면 안전배려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여행자가 여행일정과 무관한 개인적 활동을 스스로 선택하여 사고를 당했다면 여행계약과 사고 사이의 관련성이 약해진다.
이 사건 여행일정에는 사고 당일 오전 해변에서 해수욕이나 휴식을 취하는 일정이 있었지만, 저녁 자유시간에 호텔 밖 해변에서 야간 물놀이를 하는 일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오전 해수욕 일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성년 여행자의 야간 물놀이까지 여행계약상 예정된 활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성년 여행자의 통상적인 위험판단 능력도 고려해야 함
사망자들은 각각 1979년생과 1960년생의 성년자였다. 사고 당시 술에 취해 있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판단능력이 제한된 상태도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야간의 바다에서 물놀이하면 파도와 수심을 확인하기 어렵고 구조도 곤란하여 위험하다는 사실은 성인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사리 분별력이 있는 성년자가 야간 해변 물놀이를 선택한 것은 원칙적으로 스스로 통상적인 위험을 감수한 행동으로 평가된다.
여행사가 이러한 개인적 선택에 따른 위험까지 미리 예상하여 모든 여행자에게 사전 경고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인솔자의 경고는 합리적인 안전조치에 해당함
인솔자는 물놀이 중인 여행자를 발견한 뒤 “바닷가는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고 명확하게 경고하였다.
설령 인솔자가 야간 물놀이를 목격한 시점부터 구체적인 위험을 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사리 분별력이 있는 성년자에게 물놀이 중단을 요구하고 위험을 알린 것으로 통상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여행업자에게 요구되는 조치는 모든 추상적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정도가 아니라 개별적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필요한 합리적인 조치이다.
강제 제지나 계속 감시할 의무까지 부담하지 않음
인솔자가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성년 여행자가 자신의 의사로 물놀이를 계속한다면, 인솔자에게 다음 조치까지 요구하기는 어렵다.
- 여행자를 물에서 강제로 끌어낼 것
- 여행자가 해변을 완전히 떠날 때까지 반복하여 경고할 것
- 여행자가 다시 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계속 감시할 것
이러한 조치는 성년 여행자의 자유로운 행동을 물리적으로 통제하는 것으로 여행계약상 안전배려의무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다.
현지 인솔자가 해변에 직접 가지 않았다는 사정도 이미 다른 인솔자가 필요한 경고를 한 이상 여행사의 의무 위반을 인정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결론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정보에 기초하여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그 의무는 여행계약과 관련하여 객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에 대해 통상 필요한 조치를 하는 범위에 한정된다.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방지하거나 성년 여행자의 사적인 행동을 강제로 통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야간 해변 물놀이는 여행일정에 포함되지 않았고, 사리 분별력이 있는 성년 여행자들이 자유시간에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었다. 야간 해수욕의 위험은 일반 성인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위험이었다.
인솔자는 여행자에게 바닷가가 위험하니 물놀이를 중단하라고 경고하였다. 그 이상으로 여행자를 강제로 끌어내거나 안전 여부가 확실해질 때까지 계속 감시할 의무는 인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여행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