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임차인이 임차주택을 매수한 경우 임대인 지위승계와 보증금반환채권 질권의 효력

핵심 결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서 주택을 매수하면서 임대차를 합의해지하고 보증금을 매매대금과 상계하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 다만 보증금반환채권에 질권이 설정되었다면 질권자 동의 없는 상계로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6다265689, 2015도5665

해당 판례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65689 판결 [임대차보증금]
  • 원고: 임차인에게 대출하고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질권을 설정받은 주식회사 케이비손해보험
  • 피고: 임대인이자 임차인에게 아파트를 매도한 사람
  • 임차인: 원고에게서 대출받고 보증금반환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후 임차주택을 매수한 사람
  • 쟁점: 임차인이 임차주택을 매수한 경우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지 및 질권자의 동의 없이 보증금반환채권을 매매대금과 상계할 수 있는지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0. 28. 선고 2016나40124 판결
원심은 임차인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종전 임대인인 피고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였다고 보았다.
원심은 소유권과 임차권이 동일인에게 귀속되면 임차권이 혼동으로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사건 임차권은 대항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민법 제191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임차인의 아파트 매수로 보증금반환채권이 소멸하거나 질권자인 원고의 이익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대법원은 임차인이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종전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매매대금채권과 상계하기로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 경우 임대차관계가 주택 매수 전에 이미 종료되므로 임차인은 피고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고는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질권설정을 승낙한 제3채무자였다. 따라서 질권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임차인과 보증금반환채권을 매매대금채권과 상계했더라도 그 상계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37646 판결 대항력 있는 임차인도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여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5375 판결 권리질권이 설정되면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인 권리를 소멸시키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치는 변경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도5665 판결 제3채무자가 채권질권의 설정을 승낙한 후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설정자에게 변제하더라도 그 변제로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

사실관계

임차인은 2012년 3월 6일 피고로부터 시흥시 소재 아파트를 임대차보증금 110,000,000원에 임차하고 그 무렵 전입신고를 마쳐 대항력을 취득하였다.
임차인은 2012년 3월 13일 원고로부터 82,000,000원을 대출받았다. 임차인은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중 98,400,000원에 관하여 질권을 설정하였다.
피고는 2012년 4월 6일 원고에게 질권설정을 승낙하였다. 아울러 임대차기간 종료 등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때에는 질권이 설정된 범위에서 원고의 대출원리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2년 6월 30일 임차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155,000,000원에 매도하였다.
피고와 임차인은 매매대금 155,000,000원 중 다음 금액을 공제하고 나머지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산하기로 하였다.
  • 임대차보증금 110,000,000원
  • 이 사건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채무액 등
피고는 위와 같은 정산을 마친 후 2012년 7월 2일 임차인에게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결국 피고와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아파트 매매대금채권과 상계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질권자인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원고는 질권설정을 승낙한 피고에게 질권자로서 임대차보증금의 직접 지급을 청구하였다.

법리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함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는 주택이 양도되면 주택의 양수인은 법률상 당연히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
그 결과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종전 임대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한다.
이는 주택의 소유권과 함께 임대차관계도 양수인에게 이전시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정승계이다.
임차인은 원하지 않는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거부할 수 있음
임대인 지위의 법정승계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임차인에게 불리한 임대차관계를 강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따라서 대항력 있는 임차인도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종전 임대인과 합의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종전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피고로부터 임차주택을 직접 매수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고, 보증금반환채권을 매매대금의 일부와 상계하였다.
따라서 소유권이 임차인에게 이전될 당시에는 승계될 임대차관계가 남아 있지 않았다. 임차인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거나, 임차권이 소유권과 혼동되어 소멸하는 구조가 아니다.
보증금과 매매대금의 공제는 합의상계에 해당함
피고와 임차인은 아파트 매매대금 155,000,000원에서 임대차보증금 110,000,000원 등을 공제한 나머지만 지급하기로 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다음 두 채권을 서로 상계한 것이다.
  • 임차인이 피고에게 갖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 피고가 임차인에게 갖는 아파트 매매대금채권
당사자 사이에서는 이러한 합의상계로 보증금반환채무를 정산할 수 있다. 그러나 보증금반환채권에 제3자인 원고의 질권이 설정되어 있었으므로, 질권자의 권리가 별도로 보호되어야 한다.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담보채권을 소멸시킬 수 없음
임차인은 보증금반환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사람이므로 질권설정자이고, 원고는 질권자이다. 피고는 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는 제3채무자이다.
질권설정 후에는 임차인이 질권자의 동의 없이 보증금반환채권을 포기하거나 면제하는 등 그 채권을 소멸시킬 수 없다.
피고도 질권설정을 승낙한 이상 질권자의 동의 없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거나, 임차인과 상계하여 보증금반환채무를 소멸시킨 다음 그 효력을 질권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
질권자의 동의 없는 합의상계는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음
피고와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채권을 매매대금과 상계한 행위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는 이미 원고에게 질권설정을 승낙하고, 보증금 중 대출원리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동의 없이 임차인과 합의상계를 했더라도, 그 상계로 보증금반환채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을 원고에게 할 수 없다.
원고는 민법 제353조 제2항에 따라 질권자로서 피고에게 질권이 설정된 보증금의 직접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결론

임차인이 종전 임대인으로부터 임차주택을 매수하면서 임대차계약을 합의해지하고, 보증금반환채권을 매매대금채권과 상계하였다면 임차주택의 양수인에게 승계될 임대차관계는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임차인이 소유권을 취득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뒤 임차권이 혼동으로 소멸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는 원고의 질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피고도 이를 승낙하였다. 피고와 임차인이 질권자의 동의 없이 보증금을 매매대금과 상계하였더라도 그 효력을 원고에게 주장할 수 없다.
결국 피고는 임차인과 보증금을 이미 정산했다는 이유로 원고의 직접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