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 원고: 임대인
- 피고: 장기간 차임을 연체한 임차인
- 쟁점: 임대차 존속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을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원심의 판단
임대인은 2014년 3월 27일 자 내용증명우편으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다.
원심은 지급기일이 2011년 3월 27일 이전인 차임채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기 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임대차가 종료되어 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기 전에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두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은 임대인이 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보증금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없고, 연체차임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도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채권으로 보증금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는 점은 원심과 같이 보았다.
그러나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하는 것까지 부정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임대차보증금은 연체차임 등 임차인이 부담하는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차임이 연체된 상태에서도 임대차를 유지한 경우 장차 임대차가 종료되면 연체차임을 보증금에서 정산할 것으로 신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다459, 466 판결 임대차 존속 중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는 임대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49608, 49615 판결 [건물명도등·임대차보증금]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는 별도의 공제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지 않는다. 특히 차임채권이 제3자에게 양도되어 차임채권자와 보증금반환채무자가 달라진 경우, 시효가 완성된 차임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는 임대차가 종료된 후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할 때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05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와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당사자의 의사가 인정되면 그 의사에 따른다.
- 민법 제162조 제1항 일반 민사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 민법 제163조 제1호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차임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 민법 제166조 제1항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 민법 제184조 제2항 소멸시효는 법률행위로 이를 배제하거나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다.
- 민법 제492조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부담하고 양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면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다.
- 민법 제495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시효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그 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다.
- 민법 제618조 임대차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이 차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성립한다.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건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있었고, 피고는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한 상태에서 상당한 기간 차임을 연체하였다.
원고는 연체차임이 발생했음에도 즉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증금에서 차임을 충당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임대차관계를 계속 유지하였다.
각 차임채권은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매월의 지급기일에 변제기가 도래하였다. 따라서 특별한 정산 약정이 없는 한 각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도 개별 지급기일부터 진행하였다.
원고는 2014년 3월 27일 자 내용증명우편을 피고에게 보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다.
그 결과 지급기일이 2011년 3월 27일 이전인 차임채권은 임대차 종료 전에 이미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였다.
임대차가 종료되자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하였고, 임대인은 보증금에서 그동안 연체된 차임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임차인은 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은 보증금반환채권과 상계할 수도 없고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도 없다고 다투었다.
법리
임대차보증금이 있어도 임차인은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없음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한다. 담보되는 채무에는 다음과 같은 채무가 포함된다.
- 연체차임
- 관리비 등 약정상 부담금
- 임차목적물 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채무
-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 반환 시까지의 사용이익
- 그 밖에 임대차관계에서 발생한 임차인의 채무
그러나 임대차가 존속하는 동안 연체차임이 보증금에서 자동으로 공제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은 연체차임을 보증금에서 충당할 수도 있고, 별도로 차임의 지급을 청구할 수도 있다. 어느 방법을 선택할지는 임대인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차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할 수 없다.
연체차임은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지 않음
임대차계약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임대인이 공제나 충당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어 소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100,000,000원이고 매월 차임이 2,000,000원인데 임차인이 5개월 동안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의 별도 의사표시가 없다면 곧바로 다음과 같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보증금: 100,000,000원에서 90,000,000원으로 자동 감소
- 연체차임채권: 10,000,000원 전부 자동 소멸
임대차 종료 전에는 보증금 100,000,000원과 연체차임채권 10,000,000원이 각각 존재한다. 다만 임대차가 종료되면 임대인은 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하고 잔액만 반환하게 된다.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는 각 지급기일부터 진행함
차임채권은 매월 또는 약정한 지급기일마다 독립하여 변제기가 도래한다.
따라서 “임대차가 종료되면 연체차임을 보증금에서 한꺼번에 정산한다”는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각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는 각 지급기일부터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임대차가 계속되고 보증금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정지하거나 임대차 종료 시까지 미뤄지는 것은 아니다.
소멸시효를 법률행위로 배제하거나 연장할 수도 없으므로, 단순히 “나중에 보증금에서 공제하면 된다”는 당사자의 생각만으로 시효 진행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으로 상계할 수는 없음
민법 제495조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도 시효 완성 전에 상대방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면 상계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임대차가 종료되어야 이행기에 도달한다. 임대차 존속 중에는 임차인이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임대차가 계속되는 동안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먼저 완성되었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가 된다.
- 차임채권의 변제기 도래
- 차임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 그 후 임대차 종료
- 그때 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기 도래
차임채권의 시효가 완성될 당시 보증금반환채권은 아직 변제기에 있지 않았으므로 두 채권은 상계적상에 있지 않았다.
그 결과 임대인은 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보증금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없다.
상계는 안 되지만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음
이 판결의 핵심은 상계와 보증금 공제를 구별한 데 있다.
임대차보증금은 처음부터 연체차임을 비롯한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지급된다. 차임이 연체되면 당사자들은 일반적으로 임대차가 종료될 때 연체차임을 보증금에서 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신뢰가 더욱 강하다.
- 보증금이 차임에 비해 상당히 큰 경우
- 임차인이 장기간 차임을 연체한 경우
- 임대인이 즉시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임대차를 계속한 경우
- 임차인도 보증금이 충분하다는 점에 의존하여 임대차를 지속한 경우
- 차임채권자와 보증금반환채무자가 동일한 경우
이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연체차임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증금으로 담보되고, 임대차 종료 시 보증금에서 공제될 것을 용인하는 묵시적 의사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당사자의 신뢰와 묵시적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하였다.
따라서 정식 상계는 할 수 없더라도 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고 나머지만 반환할 수 있다.
상계와 공제의 차이
상계는 서로 독립된 두 채권을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는 의사표시이다. 상계하려면 원칙적으로 양 채권이 서로 대립하고 변제기에 도달하는 등 상계적상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면 보증금 공제는 임대차보증금의 담보적 성질에 따라 임대차 종료 시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정산하고 남은 잔액만 반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시효 완성된 차임채권을 별도 채권으로 행사: 불가능
- 시효 완성된 차임채권으로 보증금반환채권과 상계: 원칙적으로 불가능
- 임대차 종료 시 보증금의 담보범위를 확정하면서 연체차임 공제: 가능
모든 경우에 공제가 허용되는 것은 아님
이 판결은 임대인이 차임채권을 계속 보유하고 보증금반환채무도 부담하는 일반적인 임대차관계를 전제로 한다.
차임채권이 제3자에게 양도되어 차임채권자와 보증금반환채무자가 달라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정산 신뢰를 인정하기 어렵다.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49608, 49615 판결도 차임채권이 양도되어 채권자와 보증금반환채무자가 달라진 사안에서는 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의 공제를 허용하지 않았다.
또한 임대차 종료 시 일괄 정산한다는 당사자의 묵시적 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공제가 제한될 수 있다.
결론
임대차보증금이 존재하더라도 임대차 존속 중 연체차임이 자동으로 보증금에서 공제되지는 않는다. 임차인은 보증금을 이유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도 없다.
각 차임채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약정 지급기일부터 진행한다. 따라서 임대차 종료 전에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다.
시효가 완성될 당시 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민법 제495조에 따른 상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보증금은 원래 연체차임 등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이고, 당사자들은 임대차 종료 시 연체차임을 보증금에서 정산할 것으로 신뢰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하여 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보증금 공제까지 부정하였으므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