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6다203933 판결 [손해배상(기)]
대법원은 보험회사와 자동차 정비업자의 상고를 모두 받아들여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하급심
서울중앙지법 2015. 12. 10. 선고 2014나3695 판결
원심은 두 가지 쟁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첫째, 보험회사와 정비업자가 수리내역과 수리비를 협의한 후 보험회사가 수리비를 지급했다면, 그 수리비에 관하여 더 이상 다투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의 중복 지급 수리비 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둘째, 국토해양부장관이 공표한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를 기준으로 적정 수리기간을 5일로 산정한 후, 정비업자가 이를 초과하여 수리함으로써 보험회사에 추가 렌트비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아 정비업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묵시적 화해계약의 성립과 수리지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 모두에 관하여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7210 판결
화해계약이 성립하려면 분쟁이 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로 양보하여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화해나 권리포기 합의가 성립하면 그 대상에 관하여 다시 청구할 수 없게 되므로, 그러한 합의의 성립 여부와 범위는 당시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당사자의 행위나 의사표시를 묵시적인 권리포기로 해석할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와 행위의 내용 및 전후 사정을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다109576 판결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주무장관이 공표한 정비요금 관련 자료는 다른 반증이 없는 한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자료로서 정비요금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관련 법령
민법 제105조
법령 중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와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른다.
민법 제731조
화해는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끝낼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민법 제732조
화해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를 소멸시키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국토해양부장관은 보험회사 등과 자동차 정비업자 간의 정비요금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적절한 정비요금(표준작업시간과 공임 등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조사·연구하여 그 결과를 공표한다.
사실관계
원고 보험회사는 자동차보험계약에 따라 사고 차량의 수리비와 차량 수리기간 중 발생한 렌트비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피고 자동차회사는 직영 수리센터를 운영하면서 사고 차량을 수리하고 원고에게 수리비를 청구하였다.
사고 차량이 피고의 수리센터에 입고되면 피고는 차량 소유자와 원고에게 수리비 견적서를 발행하고 원고로부터 수리비 지급보증을 받았다. 이후 피고가 수리비를 청구하면 원고 측 손해사정사가 수리내역과 금액을 검토하여 일부를 감액하고,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면 다시 협의하는 방식으로 최종 수리비를 정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수십 년 동안 이러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였다. 이 사건 수리 차량에 관해서도 피고가 청구한 수리비 합계 190,865,818원 중 원고가 24,650,072원을 감액하였고, 피고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감액된 수리비를 지급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사후 조사 과정에서 피고가 일부 차량의 동일한 수리항목에 관한 수리비를 중복 청구하여 7,806,871원을 초과 지급받았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중복 지급된 수리비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또한 피고가 차량 수리를 지연하여 차량 소유자의 렌터카 이용기간이 늘어났고, 그 결과 원고가 렌터카 업체에 추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국토해양부장관이 공표한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를 근거로 적정 수리기간을 산정하고, 이를 초과한 기간에 지급한 렌트비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였다.
법리
묵시적 화해계약의 성립
화해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존재하고, 당사자 쌍방이 서로 양보하여 그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화해계약이 성립하면 그 대상이 된 종전의 권리관계는 소멸하고 화해계약에 따른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당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해의 대상이 된 사항을 다시 다툴 수 없다.
이처럼 화해계약은 당사자의 기존 권리를 소멸시키는 강한 효력을 가지므로, 당사자의 행위나 의사표시를 근거로 묵시적 화해계약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그 의사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당사자들이 특정한 분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채무액을 협의하거나, 상대방의 이행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가 수리내역과 수리비를 협의한 것은 통상적인 수리비 정산절차에 불과하였다. 당시 원고는 일부 수리비가 중복 청구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보험회사가 중복 지급 사실을 알면서도 반환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므로, 묵시적 화해를 인정하려면 원고가 중복 청구 사실을 알면서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어야 한다.
따라서 통상적인 수리비 협의와 지급만을 근거로 원고가 중복 지급 수리비의 반환청구권을 포기하는 묵시적 화해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
표준작업시간표의 법적 성격
국토해양부장관이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공표한 자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동차 정비업자와 보험회사 사이의 수리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는 각 수리작업에 필요한 표준시간을 제시하여 적정한 공임과 수리비를 계산하기 위한 자료이다. 정비업자가 반드시 해당 시간 내에 차량 수리를 완료해야 한다는 법적 수리기한을 정한 자료는 아니다.
표준작업시간표에는 개별 정비업체의 인력 현황, 입고되어 대기 중인 차량의 수, 부품조달 기간, 차량 소유자와의 협의 내용 등 실제 작업환경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정비업자가 표준작업시간표를 기준으로 산정한 기간 내에 차량을 수리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수리의무를 위반하거나 위법하게 수리를 지연했다고 볼 수 없다.
수리지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
보험회사는 차량 소유자와 체결한 보험계약에 따라 수리기간 중의 렌트비 상당액을 지급한다. 정비업자는 보험회사와 차량 소유자 사이의 이러한 보험관계에 직접 관여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정비업자의 수리가 지연되어 보험회사가 추가 렌트비를 지급하게 되었다는 결과만으로 정비업자에게 보험회사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정비업자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려면 단순한 수리지연을 넘어, 정비업자가 보험회사로 하여금 과다한 렌트비를 지급하게 할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수리를 지연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어야 한다.
원심은 피고가 수리를 지연한 구체적인 경위와 의도 등을 심리하지 않고, 표준작업시간표에 따라 산정한 기간을 초과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단에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수리비 청구·감액·지급이라는 통상적인 정산절차만으로 보험회사가 중복 지급 수리비의 반환청구권을 포기하는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는 수리비 산정을 위한 기준이지 정비업자가 준수해야 할 수리 완료기한이 아니다. 정비업자가 표준기간을 초과하여 수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보험회사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묵시적 화해를 인정하여 보험회사의 반환청구를 배척한 부분과 단순한 수리지연을 이유로 정비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