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사회 결의 없는 대표이사 거래와 선의의 상대방 보호

핵심 결론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여, 이사회 결의 없는 대표이사 거래도 상대방이 선의이고 중과실이 없다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5다45451, 2005다480, 2006다47677, 2017다253829, 2005다3649, 2007다23807, 2012다73530

판결번호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보증채무금

관련 판례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다480 판결
대표이사의 거래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정관이나 내부규정은 대표권에 대한 내부적 제한에 해당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거래 상대방은 대표이사가 필요한 내부절차를 거쳤다고 신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6다47677 판결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고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거래 상대방에게 이사회 결의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종전 판례는 이사회 결의 없는 거래의 상대방이 보호받으려면 선의뿐 아니라 과실도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를 선의·무중과실 기준으로 변경하였다.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7다253829 판결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없는 중요자산 처분도 상대방이 선의·무중과실이면 유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표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대표권을 남용하였고 상대방이 그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이사회 결의 흠결과 별개로 그 거래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변경된 종전 판례

전원합의체는 거래 상대방이 선의뿐 아니라 무과실이어야 보호된다고 본 다음 판례들을 변경하였다.
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33903 판결
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42754 판결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다48282 판결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35276 판결
대법원 1999. 10. 8. 선고 98다2488 판결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3649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23807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3530 판결

관련 법령

상법 제209조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은 회사의 영업에 관한 모든 재판상·재판 외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 대표권에 대한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 규정은 상법 제389조 제3항에 따라 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준용된다.

상법 제389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를 정하고, 대표이사의 권한에 합명회사 대표사원의 대표권에 관한 상법 제209조 등을 준용한다.

상법 제393조

중요한 자산의 처분과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 중요한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에 별도로 정하지 않았더라도 일상업무에 속하지 않는 중요한 업무로서 이사회가 대표이사에게 위임하지 않은 사항은 반드시 이사회가 결정해야 한다.

사실

원고는 전기기기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회생회사의 건설사업 부문을 승계하여 설립된 건설회사였다.
피고는 광양 지역의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수주하고 시행대행사 등과 사업협약을 체결하였다. 시행대행사는 사업 초기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피고에게 자금조달을 요청하였다.
피고 대표이사는 원고에게 시행대행사에 사업자금을 대여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원고는 향후 해당 사업의 전기공사를 수주할 것을 기대하고 시행대행사에 30억 원을 대여하였다. 약정에 따르면 시행대행사는 6개월 이내에 원금 30억 원과 배당금 30억 원을 합한 6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피고 대표이사는 같은 날 원고에게 시행대행사가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면 피고가 대여금 원금 30억 원을 대신 변제한다는 내용의 피고 명의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
당시 피고의 이사회 규정은 다액의 자금도입과 보증행위를 이사회 부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위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시행대행사가 차용금을 변제하지 않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확인서에 따른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30억 원의 보증행위에 필요한 이사회 결의가 없었으므로 확인서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법리

1. 대표이사의 권한과 이사회 결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회사의 기관이다. 대표이사가 대표권 범위에서 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의 행위가 된다.
그러나 대표이사의 대표권은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제한될 수 있다.
첫째, 상법 제393조 제1항과 같은 법률에 의한 제한이다. 중요한 자산의 처분·양도, 대규모 차입 등 일상업무에 속하지 않는 중요한 업무는 이사회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둘째, 정관·이사회 규정 또는 이사회 결의 등 회사 내부규정에 따른 제한이다. 법률상 반드시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더라도 회사는 일정한 거래에 이사회 결의를 요구할 수 있다.

2. 중요자산 처분·대규모 차입의 판단

어떤 거래가 상법 제393조 제1항의 중요자산 처분이나 대규모 차입에 해당하는지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거래 대상 재산의 가액
회사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회사의 규모와 영업·재산 상황
회사의 경영상태
자산의 보유 목적
차입 목적과 자금의 사용처
회사의 일상업무와의 관련성
회사가 종전 같은 거래를 처리해 온 방식
대표이사의 독자적인 결정에 맡기기 적당한 거래인지 여부
타인의 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도 그 규모와 회사에 미치는 위험에 따라 대규모 차입에 준하는 중요한 업무가 될 수 있다.

3. 이사회 결의 흠결과 거래 상대방 보호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가 거래한 경우 원칙적으로 대표권 제한을 위반한 것이므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그러나 이사회 결의는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절차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거래 상대방은 대표이사가 필요한 내부절차를 거쳤다고 신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법 제209조 제2항은 대표권 제한을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원칙적으로 보호된다.
전원합의체는 상대방이 보호받기 위하여 과실이 전혀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단순한 과실이 있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아니라면 거래의 효력은 유지된다.

4. 중대한 과실의 의미

중과실은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사회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만연히 결의가 있었다고 믿어 거래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를 말한다.
이는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를 게을리하여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없는 상태이다.
중과실 여부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이사회 결의 흠결에 대한 상대방의 인식 가능성
상대방의 거래 경험과 전문성
회사와 상대방 사이의 종전 거래관계
거래의 목적과 구조
거래 규모와 회사의 자산·매출 규모
대표이사의 거래행위가 경험칙상 이례적인지
계약서의 형식과 작성 경위
이사회 결의가 없다고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이사회 결의 흠결을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대방에게 이사회 의사록을 요구하는 등 결의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확인할 의무는 없다.

5. 법률상 제한과 내부적 제한의 보호기준 통일

종전 판례는 이사회 결의 없는 대표이사 거래의 상대방이 보호받으려면 선의이고 과실도 없어야 한다고 보았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를 변경하여 다음 두 경우 모두 상대방이 선의·무중과실이면 보호된다고 판단하였다.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내부적 제한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법률상 제한
거래 상대방은 해당 거래가 법률상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단순히 회사 내부규정상 결의사항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두 경우의 보호기준을 달리하면 거래관계가 복잡해지고 거래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6. 주장·증명책임

대표이사의 거래에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회사가 거래의 효력을 부정하려면 다음 사항을 주장·증명해야 한다.
해당 거래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했다는 사실
실제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
거래 상대방이 결의 흠결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
단순히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거래 상대방에게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구체적 판단

피고가 30억 원의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는 피고의 이사회 규정상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었다. 그러나 실제 이사회 결의는 없었다.
대법원은 원고가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당시 피고의 자산이 약 1,700억 원, 매출액이 약 1,000억 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30억 원 보증이 대외적으로 당연히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할 거래라고 명백하게 인식되는 것은 아니었다.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의 요청과 보증을 신뢰하여 시행대행사에 30억 원을 대여하였다. 피고의 보증이 없었다면 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원고에게 피고 이사회 결의가 없다고 의심할 특별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가 이사회 결의의 존재를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중과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반대의견

대법관 4인은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하였다.
반대의견은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이사회 결의는 단순한 내부적 제한이 아니라 법률상 요구되는 회사의 의사결정절차이므로, 정관 등에 따른 내부적 제한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또한 거래 상대방을 선의·무중과실이면 보호할 경우 회사의 중요자산이나 재정건전성 보호가 약화되고, 이사회 결의 없이 이루어진 보증 등으로 회사와 주주·채권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반대의견은 이 사건 확인서의 형식, 피고의 회생절차 종결 직후 이루어진 이례적인 타인채무 보증, 법인인감이 아닌 대표이사 개인 도장의 사용 등에 비추어 원고의 과실 여부를 다시 심리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사회 결의 없는 대표이사의 거래 상대방이 보호받기 위해 과실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정관·이사회 규정에 따른 내부적 제한뿐 아니라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중요자산 처분이나 대규모 차입의 경우에도,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 흠결에 관하여 선의이고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거래는 유효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사회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이를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도 없었다. 따라서 피고는 이사회 결의의 흠결을 원고에게 주장할 수 없고, 확인서에 따른 30억 원의 보증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대법원은 같은 결론의 원심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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