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므4734, 4741 판결 [혼인의취소·이혼등]
- 원고(반소피고): 남편의 성기능 장애와 불임 등을 이유로 혼인취소를 청구한 아내
- 피고(반소원고): 성염색체 이상과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남편
- 본소: 아내의 혼인취소 등 청구
- 반소: 남편의 이혼 등 청구
- 결과: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청구 부분은 상고기각, 나머지 부분은 파기·환송
하급심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4. 10. 1. 선고 (창원)2013르158, 165 판결
원심은 남편이 혼인 전부터 자신의 성기능 장애를 알고도 이를 숨겼다는 사실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민법 제816조 제3호의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청구는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 사유는 인정하였다.
- 남편이 신혼생활 중 아내와의 성관계를 극히 꺼렸다.
- 한 달에 2~3회 정도 성관계를 시도했으나 성기의 결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 남편에게 선천적인 성염색체 이상과 무정자증이 있었다.
- 아내가 혼인 직후부터 자녀를 원했지만 임신하지 못했다.
- 전문직 종사자 사이의 중매혼에서는 자녀 출산에 대한 기대가 배우자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 남편의 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고 볼 충분한 자료가 없었다.
원심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남편에게 일반적인 부부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성기능이 없고, 불임 상태도 존재하므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청구를 기각한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아 아내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반면 남편의 성염색체 이상, 무정자증 및 성기능 문제를 이유로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 사유를 인정한 원심판단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청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판결 전문
관련 판례
배우자의 임신 가능성이나 생식능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 배우자가 불임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혼인의 본질은 자녀 출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부 사이의 애정과 신뢰에 기초한 공동생활에 있다. 따라서 생식능력의 결여만으로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 사유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상 판결은 이러한 종전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혼인취소 사유를 이혼 사유보다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관련 법령
민법 제816조
혼인은 다음과 같은 경우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
-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대상 판결에서는 제2호와 제3호가 각각 문제 되었다.
민법 제822조
민법 제816조 제2호에 따른 혼인취소청구는 상대방에게 해당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민법 제823조
사기 또는 강박을 이유로 한 혼인취소청구는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민법 제840조
부부 일방은 배우자의 부정행위, 악의의 유기, 심히 부당한 대우 또는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사실관계
원고인 아내와 피고인 남편은 중매로 만나 2011년 1월 3일 혼인하였다.
혼인 후 남편은 아내와의 성관계를 꺼리는 모습을 보였고, 성생활도 한 달에 2~3회 정도로 드물게 이루어졌다. 아내는 성관계 과정에서 성기의 결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아내는 혼인 직후부터 자녀를 원했다. 임신이 되지 않자 2011년 6월 말경 친정어머니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임신상담과 기본검사를 받고 배란예정일을 안내받았다.
아내는 2011년 9월 중순경에도 두 차례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배란예정일과 임신에 관한 전문의의 조언을 들었다.
남편은 2011년 9월 24일 불임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남편에게 무정자증과 선천적인 성염색체 이상이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다만 남편이 이러한 사실을 혼인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였다. 남편도 불임검사를 받은 이후 자신의 무정자증과 성염색체 이상을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편은 특별한 의료적 시술 없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여러 차례 정액검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발기능력이나 사정능력 자체는 문제 되지 않았다.
원심에서 시행한 신체감정 중 두 차례의 야간수면발기검사에서도 정상범위의 결과가 나왔다.
아내는 남편을 상대로 다음 두 가지 사유를 들어 혼인취소를 청구하였다.
- 남편이 혼인 전부터 성기능 장애를 알면서도 이를 숨겼다는 사기
- 남편의 성기능 장애, 성염색체 이상 및 무정자증이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
남편은 반소로 이혼 등을 청구하였다.
법리
혼인의 본질은 자녀 출산이 아니라 애정과 신뢰에 기초한 인격적 결합이다
혼인은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결합하는 신분상의 계약이다.
혼인생활에서 자녀 출산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는 있지만, 혼인의 법적 본질이 반드시 자녀를 출산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혼인의 본질을 부부 사이의 애정과 신뢰에 기초한 인격적 결합으로 보았다.
따라서 배우자가 자연적인 방법으로 임신하게 하거나 임신할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원칙적으로 혼인 자체를 취소할 수 없다.
불임과 성염색체 이상은 원칙적으로 혼인취소 사유가 아니다
남편에게 무정자증과 선천적인 성염색체 이상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주로 임신과 출산의 가능성에 관한 문제이다. 그것이 곧바로 부부 사이의 공동생활이나 인격적 결합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음 사정만으로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
- 무정자증
- 불임
- 성염색체 이상
- 자연적인 방법에 의한 임신 가능성의 결여
- 혼인 당사자가 혼인 당시 불임 사실을 몰랐다는 사정
성기능 문제도 정도와 개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
남편에게 아내와의 관계에서 성기능 문제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모든 상황에서 성관계가 불가능한 절대적인 성기능 장애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이 확인되었다.
- 남편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정액검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 검사 과정에서 발기능력과 사정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 야간수면발기검사에서도 정상범위의 결과가 나왔다.
- 약물치료나 전문가의 도움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남편에게 아내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인 성기능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이거나 부부생활 자체를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혼인취소 사유는 이혼 사유보다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민법 제816조 제2호는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를 혼인취소 사유로 정하고 있다.
반면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재판상 이혼 사유로 정하고 있다.
두 조항은 문언과 법적 효과가 다르다.
혼인취소는 혼인 성립 당시부터 존재한 중대한 하자를 이유로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제도이다. 반면 이혼은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관계가 이후 파탄된 경우 장래를 향하여 해소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혼인생활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혼인취소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혼인취소 사유는 이혼 사유보다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전문직 종사자의 중매혼이라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
원심은 전문직 종사자 사이의 중매혼에서는 자녀 출산에 대한 기대가 배우자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사자들이 중매로 혼인했고 자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사정만으로 불임이 혼인취소 사유가 된다고 보지 않았다.
개별 당사자가 출산을 중요하게 고려했더라도 혼인의 법적 본질과 민법 제816조 제2호의 엄격한 요건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방이 자신의 불임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거짓말하거나 의도적으로 숨겼다면 별도로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가 문제 될 수 있다.
불임 사실의 불고지와 사기는 구별해야 한다
아내는 남편이 혼인 전부터 성기능 장애와 불임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숨겼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남편이 혼인 전에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 남편은 혼인 후인 2011년 9월 24일 불임검사를 받은 뒤 비로소 무정자증과 성염색체 이상을 알게 된 것으로 인정되었다.
자신도 알지 못했던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가 성립할 수는 없다.
따라서 대법원은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청구를 기각한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혼인취소와 이혼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남편의 불임이나 성기능 문제가 혼인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현재의 혼인관계를 반드시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부 사이의 애정과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고 혼인공동생활이 객관적으로 파탄되었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른 재판상 이혼이 인정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혼인 성립 당시의 중대한 하자를 이유로 하는 혼인취소가 아니라, 혼인관계의 파탄을 이유로 하는 이혼의 문제이다.
대법원이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청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환송한 것도 혼인취소 법리를 바로잡은 후 이혼·위자료 등 나머지 청구를 다시 심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결론
남편에게 무정자증과 선천적인 성염색체 이상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었다. 그러나 임신 가능성은 혼인의 본질적 요소가 아니므로 불임이라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 사유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남편에게 아내와의 관계에서 성기능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발기능력과 사정능력이 확인되었고 야간수면발기검사도 정상범위였으며, 치료나 전문가의 도움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남편이 혼인 전부터 자신의 성기능 장애나 불임을 알고도 숨겼다는 증거도 부족하였다. 이에 따라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청구는 최종적으로 기각되었다.
대법원은 불임과 성기능 문제를 이유로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파기하고,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청구를 제외한 본소와 반소의 나머지 부분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