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 원고: 러시아 국적의 전처
- 채무자: 원고의 러시아 국적 전남편
- 피고: 전남편과 내연관계에 있던 러시아 국적의 부동산 양수인
- 목적물: 대한민국에 소재한 전남편 소유 아파트
- 쟁점: 러시아법상 권리를 가진 원고가 국내 아파트 매매계약을 사해행위로 취소할 때 적용할 준거법
- 대법원 결과: 피고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 파기·환송,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 기각
하급심
원심
원심은 원고가 전남편에게 청구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 중 아파트 가격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전 지급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아파트 양수인인 피고에 대한 사해행위취소청구는 기각하였다.
원심은 피보전채권에 적용되는 러시아법과 사해행위인 아파트 매매계약에 적용되는 대한민국법을 모두 누적하여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러시아법상 일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채권자취소권 규정이 존재하거나 러시아법에 따라 채권자취소권이 성립한다는 점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채권자취소권에는 피보전채권의 준거법과 사해행위의 준거법을 누적하여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채권자취소권에서 피보전채권은 취소권 행사의 근거일 뿐이고, 실제 취소와 원상회복의 대상은 채무자가 수익자와 체결한 사해행위이다.
따라서 채권자취소권의 성립과 효력에는 취소 대상인 사해행위에 적용되는 국가의 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 사건 아파트는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었으므로 아파트 매매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대한민국법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채권자취소권에도 대한민국 민법 제406조와 제407조가 적용된다.
대법원은 러시아법상 채권자취소권의 존재까지 요구한 원심판결에는 준거법 결정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관련 판례
이 판결의 판시사항과 판결 이유에는 별도의 참조판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이 판결은 국제적 요소가 있는 채권자취소권의 준거법을 직접 제시한 판례로서, 피보전채권의 준거법과 사해행위취소의 준거법을 구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관련 법령
-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당사자가 계약의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따른다. 판례의 참조조문에는 이를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으로 표시하고 있다.
-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3항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은 부동산 소재지국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 국제사법 제46조 제1항 현행법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은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따르도록 규정한다.
- 국제사법 제46조 제3항 현행법에서도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은 부동산 소재지국의 법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 민법 제406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그 행위로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 민법 제407조 채권자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다.
사실관계
원고와 원심공동피고인 전남편은 모두 러시아 국적자였다. 두 사람은 러시아에서 혼인하였다가 2011년 11월 4일 이혼하였다.
원고와 전남편은 혼인 중이던 2006년 4월 25일 러시아법에 따라 재산분할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계약에 따라 전남편 소유의 국내 아파트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전남편은 혼인 중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던 러시아 국적의 피고와 내연관계를 맺었다.
전남편은 2010년 2월 24일 피고와 자신이 소유한 국내 아파트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날인 2010년 2월 25일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원고는 전남편과 피고를 상대로 다음과 같은 청구를 하였다.
전남편에 대한 청구
주위적으로는 2006년 4월 25일 체결한 러시아법상 재산분할계약에 따라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였다.
예비적으로는 러시아 가족법에 따른 이혼 재산분할로 아파트 2분의 1 지분의 가액에 해당하는 금전 지급을 청구하였다.
아파트 양수인에 대한 청구
주위적으로는 러시아 가족법상 부부 일방 명의의 재산을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양도한 경우 양수인이 악의이면 양도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전남편과 내연관계에 있었으므로 원고의 동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악의의 양수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명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예비적으로는 전남편에 대한 다음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아파트 매매계약의 사해행위취소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 러시아법상 재산분할계약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채권
-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
- 이혼에 따른 위자료청구권
법리
피보전채권과 채권자취소권은 준거법을 따로 정해야 함
국제적 사해행위취소 사건에는 서로 다른 두 법률관계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피보전채권이다. 이 사건에서는 러시아법상 재산분할계약 또는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위자료 관계가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사해행위이다. 이 사건에서는 전남편이 피고에게 국내 아파트를 매도한 계약이 이에 해당한다.
피보전채권이 존재하는지는 원칙적으로 그 채권 자체의 준거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그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제3자와의 거래를 취소할 수 있는지, 취소의 요건과 효력이 무엇인지는 별도의 준거법 문제이다.
따라서 피보전채권이 러시아법에 따라 발생했다고 하여 채권자취소권의 성립요건까지 당연히 러시아법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국제사법상 직접 규정이 없었던 경우
구 국제사법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채권자취소권의 준거법을 직접 정한 규정이 없었다.
이처럼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았고 국제사법에도 직접적인 연결규정이 없다면, 해당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을 적용해야 한다.
채권자취소권에서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를 정하려면 어떤 법률관계가 취소권 행사의 중심인지를 살펴야 한다.
채권자취소권의 중심은 피보전채권이 아니라 사해행위임
피보전채권은 채권자가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그러나 채권자취소소송에서 직접 취소되는 것은 피보전채권이 아니라 채무자와 수익자가 체결한 재산처분행위이다.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도 다음과 같다.
- 재산을 처분한 채무자
- 채무자로부터 재산을 취득한 수익자
- 수익자로부터 다시 재산을 취득한 전득자
- 그 거래를 신뢰하여 이해관계를 형성한 제3자
따라서 거래의 안전과 수익자·전득자의 신뢰를 보호하려면 채권의 준거법보다 취소 대상 거래의 준거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이유로 국제적 사해행위취소의 준거법은 취소 대상인 사해행위에 적용되는 법이라고 판단하였다.
피보전채권의 준거법과 사해행위의 준거법을 누적 적용하지 않음
원심은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려면 다음 두 법률 모두에서 취소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 피보전채권의 준거법인 러시아법
- 사해행위인 매매계약의 준거법인 대한민국법
그러나 이러한 누적 적용은 피보전채권의 준거법 국가에 채권자취소제도가 없거나 제도의 구조가 다르면, 사해행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에서 인정되는 거래보호 및 채권자보호제도까지 적용할 수 없게 만든다.
대법원은 러시아법상 채권자취소권이 인정되는지를 별도로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보전채권의 존재는 러시아법 등 그 채권의 준거법에 따라 판단하되, 사해행위취소의 성립요건과 효과는 사해행위의 준거법인 대한민국법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내 부동산 매매계약에는 대한민국법이 적용됨
전남편과 피고는 모두 러시아 국적자였지만 아파트 매매계약에 적용할 준거법을 별도로 선택하지 않았다.
구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에 따르면 준거법 선택이 없는 계약에는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을 적용한다.
특히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에는 부동산 소재지국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의 매매목적물은 대한민국에 소재한 아파트였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파트 매매계약의 준거법은 대한민국법이다.
당사자의 국적보다 부동산 소재지와 거래안전이 중요함
전남편과 피고가 모두 러시아 국적자이고 원고의 피보전채권도 러시아법상 혼인·재산관계에서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러시아법이 채권자취소권의 준거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취소 대상은 대한민국에 소재한 아파트의 매매와 소유권이전등기이다. 해당 거래의 취소는 국내 부동산 등기와 수익자·전득자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의 공통국적보다 다음 요소가 더 중요한 연결점이 된다.
- 부동산이 대한민국에 소재한다는 점
- 매매계약이 국내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 소유권이전등기가 대한민국 등기제도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
- 취소 및 원상회복도 국내 등기의 말소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 국내 부동산 거래의 안전과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결론
러시아법에 따라 재산분할채권·손해배상채권 또는 위자료채권을 취득한 원고가 대한민국에 소재한 아파트의 매매계약을 사해행위로 취소하는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준거법은 피보전채권의 준거법인 러시아법이 아니다.
취소와 원상회복의 직접적인 대상은 국내 아파트 매매계약이고, 그 취소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은 채무자·수익자·전득자 등 거래관계인들이다.
아파트 매매계약의 당사자들이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았고 목적물이 대한민국에 소재하므로, 매매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대한민국법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사해행위취소의 성립요건과 효력은 대한민국 민법 제406조와 제407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러시아법에도 채권자취소제도가 존재하고 그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원심의 누적적용론은 잘못이다.
대법원은 피고에 대한 예비적 사해행위취소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다만 러시아 가족법에 따라 매매가 무효라는 주위적 청구에 관해서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제출되지 않아 상고를 기각하였다.